코로나19 위기는 예배를 위한 또다른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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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는 예배를 위한 또다른 기회였다
  • 이인창
  • 승인 2020.04.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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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드라이브-인 워십’ 도입한 서울씨티교회 조희서 목사

로이터통신 등 국내외 주요 매체 앞다투며 보도
“예배는 축제, 교인이 늘고 헌금도 줄지 않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세간의 화살은 신천지에서 기성 교회로 향했다. 일부 교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전국의 모든 교회는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 대다수 교회들은 ‘온라인 예배’로 먼저 전환하고, 7대 방역지침을 잘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마치 공적(公敵)이 필요한 것 같았다. 교회는 ‘예배 강행’이라는 말을 앞세운 비판의 칼날 위에 위태롭게 서 있어야 했다.

그런데 지난 3월말 서울의 한 교회가 특별한 예배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서울 중랑구 서울씨티교회(담임:조희서 목사)와 교인들이 그 주인공이다. 

서울씨티교회 조희서 담임목사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현장 예배를 중단하지 않기 위해, ‘드라이브-인 워십’을 도입했다. 조 목사가 요미우리신문에 소개된 기사를 설명하고 있다. 

“예배가 중단되어선 안 된다”
로이터통신, AP통신 등 해외 유수 매체에 소개되고, 국내외 주요 일간지와 방송들이 앞 다투어, 예배를 강행(?)하는 서울씨티교회를 주목했다. 칭찬 일색이었다. 경향신문의 타이틀은 “하나님 저희 왔어요”였다. 바로 차량을 이용해 운동장에 모여 예배를 드리는 국내 첫 ‘드라이브-인 워십’에 관심이 집중됐다. 

지금은 경의중앙선 양원역이 눈앞에 있고, 인근에는 4천5백 세대 대단지 아파트가 개발되고 있지만, 서울씨티교회는 엄밀히 말하면 서울의 변두리 끝에 위치하고 있다. 서울의 그 많은 교회를 놔두고 언론들이 서울씨티교회에 주목한 것은 현장 예배를 드리면서, 동시에 방역대책을 이뤄낸 획기적인 선택 때문이었다. 그 시작은 역시 조희서 담임목사였다.  

“미국에서 야외 예배를 드리는 영상을 SNS에서 보고 우리도 해보자고 했습니다. 예배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도전한 것입니다. 국내에는 FM 장비도 없었지만, 수소문 끝에 이틀 만에 예배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한 매체를 통해 차량을 이용한 야외예배 계획이 보도되자 순식간에 일파만파 확산이 됐습니다.”

30년 전 서울씨티교회를 개척한 조 목사는 “현장 예배가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평소 목회철학을 이번에도 구현했다. 수서지구에서 비닐하우스 교회를 하고, 왕십리에서 상가 교회를 할 때에도 예배는 항상 목회의 중심이었다. 낮밤 없이, 매일 같이 예배당에 기도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서 방역대책을 소홀히 할 수도 없었다. 무작정 실내 예배를 강행하는 것도 길이 아니라고 조 목사는 생각했다. 그 때 운동장에서 예배를 드리자는 아이디어가 생각난 것이다. 조건도 완벽했다. 이미 서울씨티교회는 15년 전 송곡고등학교에 강당을 기부하고, 지금까지 예배 장소로 활용하고 있었다. 운동장은 쉽게 협조 받을 수 있었다. 

일이 되려니 일사천리였다. FM 주파수를 활용하려면 정부 허가를 얻어야 한다. 그 사실을 알지도 못했는데, 제보를 들은 전파관리소에서 먼저 연락을 취해왔다. 정부도 종교시설 예방대책으로 주파수를 승인해 주었다. 이것 역시 국내 최초였다. 2주 후에는 20여개 교회가 동참했다.

“코로나 때문에 예배당 문을 닫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21세기 광야교회라고 생각하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예배를 지키고 방역지침도 따른 새로운 예배에 교인들이 더 좋아했습니다. 참석하는 교인들이 늘어 4월 마지막 주에는 300대가 넘게 모여들었습니다. 헌금조차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습니다.”

교회는 교인들을 위해 매주 푸짐한 간식과 선물을 마련했다. 사업하는 교인들이 기꺼이 헌신해 주기도 했다. 서울씨티교회는 코로나19 때문에 강당 예배 인원을 절반씩 줄여오는 과정에서, 드라이브-인 워십을 도입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도전이었고, 결국 성공했다. 

교인들의 성장에 맞춘 사역 시스템
조희서 목사는 금란교회에서 청년대학부, 신학생회, 교회학교, 고등부 책임사역을 두루 거치고, 기획목사까지 맡던 중 한 미션스쿨에 교목으로 부임했다. 30여년 전이다. 그러다 비닐하우스 교회의 후임자로 지역교회 목회를 시작했다. 후임이라고 하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불과 일 년 반 만에 강제철거의 아픔을 겪었다. 

그렇게 다시 왕십리 지하에서 목회를 일으켰고, 점점 부흥을 하면서 공간도 넓히고 건물을 매입할 수 있게 됐다. 지금도 교회에는 어렵게 목회하던 시절 함께했던 교인들이 여럿이다. 교목 당시 제자들이 이제는 중직자로 섬기기도 한다. 

이런 부흥성장 과정에서 조희서 목사가 무게를 두고 있는 목회 철학은 시대 환경변화에 따른 전환이었다. 

“목회자가 병들고 쓰러져도 기도하는 것이 힘이고 동력입니다. 그러면서 교회의 체질을 개선하고, 교인들의 성장에 맞춰 사역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드라이브-인 워십’도 시대와 환경에 민감하게 생각하면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희서 목사의 이런 철학 때문에 서울씨티교회는 부교역자 중심이 아니라 평신도 지도자가 중심이다. 평신도들을 양육해 사역을 주도적으로 이끌도록 기회를 준다. ‘드라이브-인 워십’도 남녀 교구장과 중직자들이 참여하는 ‘교회미래발전팀’이 실질적으로 준비했다. 

조희서 목사는 방향을 설정해 교인들에게 위임했고, 구체적으로 구현해 내는 것은 교인들의 역할이었다.  

현재 서울씨티교회는 청년교구까지 6개 교구가 운영되는 목장 시스템이다. 하나의 목장이 독립하면 하나의 교회가 되도록 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조 목사는 훗날 교회를 분립 독립해 생명력 있게 지역사회 안에서 사역을 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운동장에서 드려지는 예배를 위해 매주 참석 인원이 늘었고, 위기 속에서 예배는 교인들에게 축제가 되었다.

“은사만큼 중요한 것은 목회자 인격”
조희서 목사는 20~30년 전 성령운동을 한창 일으키는 열정적 목회자였다. 기획목사 출신답게 해외 유수의 목회자들을 초청해, 수만명이 모이는 집회를 성사시킨 적도 있다. 교회에는 당시 사진들도 걸려 있었다. 그런데 그런 조 목사의 신앙관과 목회관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능력이 없어서 부흥을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해냈기 때문에 은사만 있으면 모두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인격의 문제였습니다. 자존심을 내세우고 열등감이 많으면 교인들을 품지 못하게 되고, 교인들은 교회를 떠나게 됩니다.”

진취적이기만 하던 그에게 40대 후반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찾아왔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차량이 전파될 정도로 큰 교통사고를 당한 후였다. 숨이 쉬어지지 않고 화를 조절하기 어려웠다. 스스로 찾아간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다른 때 같으면 성령충만 하지 못해서라고 생각해 스스로를 채찍질 했을 것이다. 그런데 병을 인정하고 치료를 받으면서 여유가 생겼다. 질병이 있다고 목회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고린도후서 12장 12절 말씀처럼 오래참고 인내하는 것이 목회자에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실제 많은 목사님들이 공황장애나 우울증을 겪지만 인정하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는 쌓이는데 해소하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고, 버럭 화를 내게 됩니다. 화를 내는 것도 우울증입니다. 빨리 인정하고 치료 받으라 말씀드리고 싶어요. 언행심사를 갖춘 목회가 교회를 변화시킵니다. 교회가 부흥하고 건강한 교회가 되려면 인격부터 바로 세워야 합니다.”

조언을 그렇게 했지만, 조 목사 역시 7년 동안 잠을 못잘 정도로 고통스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목회는 놓지 않았다. 한 번도 예배를 놓지 않았다.  

“며칠 전에는 일본 요미우리신문 1면에 등재되면서 교인들이 참 좋아했습니다. 우리 교인들은 예배를 지켰다는 자부심, 세상과 충돌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는 것을 기뻐합니다.”

얼마 전 구청장이 운동장에 찾아와 고맙다고, 지역의 자랑거리라고 격려해 주었다. 서울씨티교회는 5월 3일이면 강당 예배로 복귀할 생각이다. 창립 30주년 기념주일이다. 물론 방역지침은 철저히 지킬 예정이다. 

한편, 조희서 목사는 목회 후임자를 모색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독립교회로 사역하다 지난해 예장 백석총회에 가입했다. 조희서 목사는 “백석대 출신 학생들이 무척 좋은 자원이고 열심히 한다고 추천하면서 교단 가입을 제안했다”며 “이제는 인재풀이 많은 교단에서 동행하며 또 새롭게 변화하는 목회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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