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의 말’에는 사람을 위로하고 살리는 능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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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의 말’에는 사람을 위로하고 살리는 능력이 있다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0.04.2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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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잠언이야기 ⑫ - 의인의 혀는 순은과 같거니와(잠 10:20)

잠언은 말을 중요하게 다룹니다. 인간관계를 지탱해주는 소통의 기본이 말이고 말은 곧 인격의 표출이니 우리는 바르고 좋은 말을 구사하는 일에 관심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잠언 10~15장에는 의인과 악인, 현인과 바보, 부지런한 사람과 게으른 사람처럼 다양한 인간형을 짝지어 묘사하는 곳이 많은데, 10장에 수록된 말에 관한 잠언들도 같은 패턴을 따르고 있습니다. 
사람의 말을 보면 그 사람됨을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마음이 지혜로운 자는 계명을 받거니와 입이 미련한 자는 멸망하리라”(10:8). “지혜로운 자는 지식을 간직하거니와 미련한 자의 입은 멸망에 가까우니라(10:14).” “말이 많으면 허물을 면하기 어려우나 그 입술을 제어하는 자는 지혜가 있느니라”(10:19). 말씀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지식을 소중히 여기지만 말은 아끼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말이 많습니다. 
잠언 9장에서 우매 여인을 처음 소개하는 표현이 “떠들며 어리석어서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9:13)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우매 여인이 자기 길을 잘 가는 사람들에게 얼토당토않은 충고를 던졌던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자신의 실력과 위치를 모르는 사람. 자만해 거들먹거리고 생각 없이 말을 던지는 사람은 이웃에게 고통을 줍니다. 

분을 참지 못하고 내뱉은 험한 말, 신중히 판단하지 않고 남에게 옮긴 경솔한 말이 소중한 사람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지 모릅니다. 그러니 지혜롭게 살고자 한다면 자신의 말을 주의하는 것부터 힘써야 할 것입니다. 

말에 관한 가르침 중 상당수는 의인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의인을 이상적 인간형으로 삼는 잠언의 특성, 그리고 의인과 악인의 대조가 집중되어 있는 10~15장의 서사구조를 볼 때 이해가 되는 일이지만 10장에 집중적으로 나오는 이들 잠언을 중첩시켜 보면 의미심장한 사실이 드러납니다. 

- ‌“의인의 입은 생명의 샘이라도 악인의 입은 독을 머금었느니라”(10:11)
- ‌“의인의 혀는 순은과 같거니와 악인의 마음은 가치가 적으니라”(10:20)
- ‌“의인의 입술은 여러 사람을 교훈하나 미련한 자는 지식이 없어 죽느니라”(10:21)
- ‌“의인의 입은 지혜를 내어도 패역한 혀는 베임을 당할 것이로다’(10:31)
- ‌‌“의인의 입술은 기쁘게 할 것을 알거늘 악인의 입은 패역을 말하느니라”(10:32)
의인의 말은 수려함이 아니라 효능으로 주목을 받습니다. 사람을 교훈하고 위로해 주는 말, 사람을 살리는 능력이 있는 말이 의인의 언어입니다. 

“마음을 감추는 자는 거짓된 입술을 가진 자요 중상하는 자는 미련한 자이니라”(10:18)라는 묘사를 뒤집으면, 바람직한 언어는 정직함을 특징으로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속내를 감추는 것이 남을 중상하는 것과 법리적으로 동등한 죄는 아니더라도, 두 가지 행위가 다 진리-진실-사실을 멀리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본질이 동일함을 알아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재담과 풍자를 높이 사는 연예문화에 길들여져 투박하지만 진실한 언어를 잊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진심을 담은 질박한 언어, 겉멋을 부리지 않는 맑은 언어, 사람을 살리는 생명의 언어를 쓰는 이가 현인이고 의인이며, 하나님께서는 그러한 말을 순은처럼 귀하게 인정해 주십니다.  

/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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