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코로나와 미디어 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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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코로나와 미디어 금식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0.04.14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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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 앉아 스스로를 사회와 격리해야 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SNS와 모바일게임, 유튜브 등은 외로움을 달랠 효과적이고도 친숙한 대안이었다.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했던 WHO마저 “게임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자”며 캠페인을 벌일 정도이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코로나19로 집안에 머무르면서 가구 배치도 바꿔보고 인테리어도 해보고, 그 유명한 ‘달고나커피’도 만들어봤지만 ‘심심함’이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 내가 얼마나 나약한지 실감했을 뿐이다. 가족끼리 대화도 하루 이틀이지 결국엔 각자 스마트폰으로 미디어를 소비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사실 올해 사순절을 앞두고 ‘미디어 금식’을 계획했었다. 기사 아이템으로도 준비했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몰아쳤고 ‘미디어 금식’을 독려하기엔 뭔가 가혹하다는 생각에 접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 해마다 미디어 금식을 주도해오던 단체들도 올해는 그다지 눈에 띄는 활동을 보이지 않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스스로 얼마나 미디어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실감했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미디어가 가진 ‘순기능’을 체감할 수 있었다. 모이는 예배가 중단된 가운데 예배와 큐티, 기도회, 찬양집회 등을 작은 스마트폰 하나면 찍어서 보낼 수 있었다. 교인들도 스마트폰 하나면 신앙의 자리로 나갈 수 있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를 예측하는 많은 말들이 나온다. 혹자는 교회의 온라인 사역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앞으로 한국교회는 단순히 미디어를 중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최근 많은 이들을 경악하게 했던 ‘N번방 사건’ 역시 ‘미디어’라는 광장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났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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