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의 지혜, ‘완전한 지혜’이신 메시아를 알려주는 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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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의 지혜, ‘완전한 지혜’이신 메시아를 알려주는 표지였다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0.03.17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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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잠언이야기 ⑥ - 지혜에 귀를 닫는 것은 하나님을 무시하는 일이다(잠 1:20~33)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교훈에 이어 지혜가 직접 사람들에게 외칩니다(잠 1:20~33). 율법은 명령하고 지혜는 설득한다는 교과서적 설명과는 딴판으로 여기서 지혜는 단호하고 강한 책망(23, 25, 30절)으로 일관합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 본문에서 지혜가 여선지자의 자격으로 사람들을 꾸짖는다고 설명하기도 하지만, 사실 지혜는 선지자와 비교할 수 없는, 하나님과 거의 동등한 존재로 다가옵니다. 

23절을 보십시오. “나의 책망을 듣고 돌이키라 보라 내가 나의 영을 너희에게 부어주며 내 말을 너희에게 보이리라.” 예언자가 여기 지혜처럼 자신의 영을 부어주겠다고 말한다면 신성모독이 될 것입니다. 어리석음을 고집하는 백성들의 모습에 대한 지혜의 묘사도 의미심장합니다. 지혜는 자신이 그들을 불렀지만 백성들이 싫어했고 손을 내밀었지만 그들이 거절했다고 말합니다. 이 묘사는 예언자의 메시지를 거부한 이스라엘에 대해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놀랍도록 닮아있습니다(사 50:2; 65:2). 

지혜의 이런 신성은 여호와 유일신 신앙이라는 구약신학의 틀 안에서 설명하기 어렵지만, 하나님이 인간이 되시고 그분의 영이 우리 가운데 내재 동행하시는 삼위일체 신앙 안에서는 그 진의를 드러냅니다. 만물보다 먼저 계시고 만물보다 뛰어나신 지혜가 우리 곁에 와 우리를 호출하고 우리 곁에서 같이 사시겠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임마누엘(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의 약속은 대제국 앗수르 침공으로 국가적 위기에 처했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어졌습니다(사 7:14). 이스라엘에게 임마누엘의 약속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과 함께 하시고, 그들의 역사 속에 내재하시고, 그들의 보호자와 인도자가 되시는 것으로 족합니다. 그러나 임마누엘의 참뜻은 그 정도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다윗의 후손으로 마리아의 몸을 통해 인간 아기로 출생하신 나사렛 예수가 실은 하나님이 약속하신 임마누엘이라는 데 기독교의 비밀이 있습니다(마 1:23).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 계시고, 우리는 주님 안에 있기에(요 15:5) 주님께서는 당신의 의로움과 거룩함을 우리에게 덧입혀 주실 뿐 아니라 우리를 위해 지혜도 되어 주십니다: “예수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와서 우리에게 지혜와 의로움과 거룩함과 구원함이 되셨으니(고전 1:30)” 이것이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와 십자가를 통해 세상의 미련한 것을 택해 세상의 지혜로운 자들을 부끄럽게 하셨다는 말씀의 자연스러운 귀결입니다(고전 1:27). 

잠언의 지혜는 그리스도를 멀리서 바라보아야 했던 구약성도에게  완전한 지혜이신 메시아를 알려주는 표지였고, 이제 그리스도를 모신 성도들에게는 현실의 삶에서 가져야 할 바르고 슬기로운 삶의 태도를 훈련할 귀한 지침서입니다. 이 지혜를 거부하는 것은 어리석음을 넘어 죄가 됩니다. 그리스도를 거절하는 것이 심판을 부인하는 행동이며 그를 믿지 않는 사람은 그 불신앙으로 인해 이미 심판을 받은 셈이듯(요 3:16~18), 지혜의 가르침을 거부하는 사람은 이미 어리석음이 가져다 줄 불행과 몰락에 발을 딛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잠언은 처세술이나 자기계발을 원하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성경 말씀은 거듭난 신자만이 아니라 모든 이를 향해 열려 있는 은혜의 통로이니까요. 그러나 겸손한 마음으로 은을 찾고 보물을 찾듯 이 말씀을 대하는 겸손한 “하나님을 아는 지혜로운 삶”이라는 참된 보화를 얻을 것입니다(잠 2:3~5).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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