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없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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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이 없어서요~~
  • 이찬용 목사
  • 승인 2020.02.1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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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96

우한 코로나 폐렴으로 전 세계가 난리입니다. 교회도 긴장하고 있구요, 서울에 있는 교회는 확진 환자가 다녀갔다 해서 주일예배를 드리지 못한 교회도 있습니다.

최장문 장로님이 사우나에 가셨는데, 옆에서 중국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어~~ 이거 목욕을 해야 돼? 말아야 돼?’ 하는 생각이 드셨다나요.

‘다음에 하지 뭐~’ 하고 옷을 주섬주섬 입고 있는데, 사우나 직원이 “선생님~ 그냥 목욕하셔도 됩니다. 대만 사람들이예요” 하셨구요.

그 말을 듣고 탕에 들어가기는 하셨지만 찜찜한 마음에 샤워만 하고 금방 나오셨다고 하면서 “옆에 중국말이 들려오니까, 기분이 썩 좋진 않더라니까요~” 하셨습니다.

이 와중에 막내가 올해 7살이 되는 가족들, 강유 지유 은유 3명의 꼬마가 마스크를 하고 권용경 집사와 새벽예배에 참석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예배 인도 후 조용히 꼬마들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새벽기도 나왔니?”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인 큰 녀석 강유와 여동생이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할 일이 없어서요~~” 라고 하더군요.

“왜?”

“방학이고, 교회에서 하는 독서마라톤도 안하고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야 하니까요~”

“엄마가 새벽기도 갔다가 하루 종일 자라고 하셨어여~”

다음날 또 나왔습니다.

제가 예배 인도 후 녀석들에게 또 다가갔습니다. “할 일이 없어서 나왔구나~”

큰 녀석 강유는~ “아니예요. 목사님~! 방학이고 시간이 많으니까, 의미 있는 일 해보려고 나온 거예요~” 하더군요.

“강유야~~ 엄마가 가르쳐 준 것 말고 네가 생각하는 것 말해 봐~~”

“네~~ 할 일이 없어서 나왔어요~~” 

가만히 마스크 하고 앉아 있는 녀석들을 보듬어 주었습니다.

주님께서 이 아이들에게  복을 주시길, 주님께서 이 아이들에게 뱀의 지혜와 비둘기의 순결함을 주시길, 주님께서 이 아이들의 일생 함께 동행 해 주시길, 주님께서 이 아이들 일생에 새벽기도 나온 이 자리가 기억날 수 있게 해 주시길~

TV만 켜면 우한 코로나 폐렴 이야기입니다. “확진자가 몇 명 나왔다. 시민들은 불안한데 질병관리본부는 확진자들 동선 공개도 엇박자다.” 교회도, 회사도, 학교도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은 될 수 있으면 지금은 꺼려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와중에 방학은 조금 더 길어지는 것 같구요. 집 밖으로 나가는 게 아무래도 꺼려지는 건 누구나가 갖는 감정일 겁니다. 

새벽 그 자리에 꼬마들 셋을 데리고, 마스크를 하고 올해 가장 춥다고 하는 날씨에 할 일이 없어 새벽기도 나온 그 가정을 무진장 축복하고 싶은 아침입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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