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그루터기 남아 있는 북한, ‘교회사’를 정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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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그루터기 남아 있는 북한, ‘교회사’를 정리하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0.02.11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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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북방선교부 총무 강석진 목사 4년만의 신간
‘근현대사로 읽는 북한교회사’ 통해 자료 총망라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이 통일시대 이끌 것” 확신
묻혀 있던 북한 교회사를 찾아낸 강석진 목사. 북한 성도들의 편지를 보여주고 있다.
묻혀 있던 북한 교회사를 찾아낸 강석진 목사. 북한 성도들의 편지를 보여주고 있다.

총회 북방선교부(부장:황해영 목사) 총무를 맡고 있는 강석진 목사(양의문교회)가 4년만의 신간 ‘근현대사로 읽는 북한교회사’(쿰란)를 발간했다. 

이 책은 ‘해방 이후 북한 지하교회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강 목사는 “1945년 분단과 더불어 북한 공산정권이 수립된 후 그곳의 교회는 잊혀져버린 교회사가 됐지만, 중국 단동을 중심으로 20여년 북한선교를 하면서 그 땅에 그루터기 신앙인들과 그 조직이 있음을 확인하게 됐다”며 “철의 장막에 둘러싸인 동토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남겨 놓으신 그 땅에 ‘남은 자들’의 지하교회가 있음을 1993년에 최초로 확인하고 그후 북한 곳곳의 그들과 교류하고 있다. 그들에게도 교회사가 있음을 앓고 ‘잃어버린 북한교회사’를 소생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20여년 동안 자료를 수집, 정리하여 북한 교회사를 집필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동안 해방과 공산화 전후까지의 북한 교회사 관련 자료들은 더러 있어 왔다. 그러나 1953년 이후의 북한 지하교회 역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때문에 강 목사는 1953년 이후의 교회사를 정리하여 이북의 교회사는 소멸이나 정지된 것이 아니라, 지속되는 현재진행형의 교회사라는 점에 방점을 두고 책을 썼다. 

그는 “북한 교회의 역사는 공산화 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지하교회로 변형됐지만 실상은 그 이전부터 이북의 교회사는 박해와 위기 속에서도 신앙과 교회 역사가 면면히 그 맥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계속된 북한교회의 암흑기
‘근현대사로 읽는 북한교회사’는 시대별로 목차를 구성하고 있다. 먼저 제1기의 ‘이북 지역의 암흑기’. 교회 역사가 조선의 쇄국기인 1866년 토마스 선교사의 평양 대동강의 순교로부터 발원됐음을 서술한다. 

이후는 ‘제2의 암흑기’로 명명했다. 저자는 1907년 ‘평양 대부흥’으로 부흥기를 맞이하지만 민족사적으로는 1910년 일제의 강점시대 시작과 1920년대부터 교회에도 사회주의 사조로 인한 위기가 시작됐고, 1930년대에는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와 평양 교회들의 주도로 수치스러운 배교의 교회사를 기록하게 됐다고 서술했다. 당시 스스로 폐교한 교회만 해도 200여개 교회에 달했다는 것이 강 목사의 설명이다. 

‘제3의 암흑기’는 해방이 됐지만 바로 38선 이북 지역에 공산화가 진행되면서 공산화에 굴종한 교회와 이에 저항한 교회로 분열되면서 공산 치하의 핍박의 교회사로 이어진다. 이때부터 지하교회 시대로 접어든다. 

‘제4의 암흑기’는 1957년부터 10여년 동안 북한 전역에 남아있는 기독교인들을 발본색원하기 위한 대대적인 숙청과 분리, 추방의 역사다. 이로 인해 그 땅에 암암리에 활동하며 잔재해 온 1세대의 지하 기독교인들은 거의 소멸되는 최악의 상태로 접어들게 된다. 이 상태가 30여년간 지속된다. 

마지막 ‘제5의 암흑기’는 1994년 김일성의 급거 후 전국적인 대 기근 사건이 발생해 전 주민의 약 10%에 해당하는 2백만 명 이상이 굶어죽게 되는 크나큰 참상과 연결된다. 이로 인해 수많은 주민들이 10여년을 거치며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어 양식을 얻기 위해 중국 국경지대로 향한다. 그 지역의 조선족 교회들을 통해 양식 지원과 복음을 전해들은 일부 북한 주민들은 기독교인이 되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복음을 전한다. 이로써 지하교회를 구축하게 되는 현상이 북한 전역에 확산되고 새로운 전후 2세대들에 의한 지하교회가 구축됐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통일의 비전을 품자
강 목사는 “10여년에 걸친 전국적인 기아 사태가 교회사적으로는 오히려 지하교회의 소생과 부흥시대로 접어들게 되어 북한 전역에 약 20만 명 이상의 지하 성도들이 형성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바로 이들과 20여년 이상 교류와 지원을 하면서 이들의 실체를 확인했고, 이들의 신앙 활동이 지금 무형의 북한 지하교회의 모습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 책은 지하교회와 개개인들의 12가지 신앙 사례를 담고 있으며, 이들의 순교적인 신앙 활동을 조명함으로써 남한의 교회와는 다른 양태이지만 엄혹한 현실 속에서도 신앙을 이어가는 모습을 세계 교회사적 관점으로 풀어낸다. 

강 목사는 “최종적으로 불원 간의 통일시대에 지하 성도들이 북한 교회의 재건과 부흥의 시대를 이끌어갈 주체가 될 것”이라며 “남한 교회와는 협력 관계를 형성하며 세계선교의 비전도 성취할 것”이라고 희망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끝으로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주어진다”며 “우리 백석교단과 신학교도 통일 시대를 바라보면서 통일 세대를 키우며 복음 통일의 비전을 품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강 목사는 서울 태생으로 백석대 신학원을 마쳤으며 1992년 단동을 방문한 일을 계기로 북한선교를 시작했다. 그는 1994년 김일성 사망 후 압록강과 두만강 국경 지역을 순회하며 탈북자들을 양육했고, 1998년부터는 극동방송과 함께 북한의 지하교회에 라디오를 보급했다. 신변의 위협으로 2012년 귀국한 후에는 극동방송과 자유북한방송을 통해 대북 설교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지하교회 성도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 ‘오래된 소원’(홍성사)과 북한 지하 성도들의 간증집 ‘북녁의 남은 자들의 외침’(예영), 공저 ‘통일을 앞당겨주소서’(예영), 사역 회고문 ‘인생’(노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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