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자들이 없어요” 코로나 바이러스로 노숙인 사역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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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자들이 없어요” 코로나 바이러스로 노숙인 사역 ‘빨간불’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2.0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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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 우려로 봉사자들 참석 취소 잇따라…식사 간소화·도시락 대체 검토
노숙인 배식 사역 단체들은 코로나 사태로 봉사자들이 급감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청량리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배식을 기다리는 노숙인들.
노숙인 배식 사역 단체들은 코로나 사태로 봉사자들이 급감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청량리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배식을 기다리는 노숙인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노숙인 식사 지원 사역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수백 명의 인원에게 배식하는데 필수적인 봉사자들이 잇따라 봉사참여를 취소하고 있기 때문.

32년째 청량리에서 노숙인 밥퍼 사역을 이어오고 있는 다일복지재단은 코로나 사태 이후 눈에 띄게 줄어든 봉사자들로 배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밥퍼 최홍 부본부장은 봉사 오시기로 했던 단체들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오지 못하겠다는 연락이 줄을 잇고 있다. 이번 주엔 50명 규모 봉사자들이 모두 참석을 취소해서 직원들이 전부 투입돼 간신히 식사를 나눠드린 일도 있었다. 매일 700여 명의 노숙인들에게 원활하게 배식하려면 30~40명의 봉사자가 확보돼야 하는데, 최근 3일 동안(25~7) 오신 봉사자분들이 각각 5, 3, 1명밖에 되지 않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인력 부족으로 사역이 어려워지면서 매일 밥과 국에 3가지 반찬을 제공한다는 원칙도 깨졌다. 지난 5~7일 식사는 배식이 수월한 국밥으로 대체됐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식당을 폐쇄하고 도시락을 만들어 배급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서울역에서 노숙인들에게 배식 사역을 펼치고 있는 사단법인 나누미 역시 상황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6일엔 봉사자들이 참여를 취소하면서 도시락으로 식사를 대체해야 했다.

나누미 박종환 목사는 식사를 나눠줄 봉사자들이 없으면 단체의 인력만으론 주방에서 밥을 해 나눠드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도시락을 계속 드릴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재정적 한계가 있다면서 “7일엔 외국인 봉사자들이 오기로 하셔서 식사를 진행하지만 앞으로의 사역이 걱정이 많이 된다고 우려했다.

최홍 밥퍼 부본부장은 일반인들이야 한 끼 정도 밥을 안 먹어도 대체할 거리가 많지만 노숙인들에게 밥퍼의 한 끼는 유일한 식사다. 밥퍼의 사역이 멈춘다면 수백 명의 사람들이 대책 없이 굶고 만다면서 봉사자분들의 걱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백 명의 생명을 살린다는 마음으로 봉사에 참여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적지 않은 수의 인원이 모이는 노숙인 배식 사역인 만큼 전염병 확산 방지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다일복지재단의 경우 식당에 손 세정제를 비치하고 마스크 없이 오는 노숙인들이 있다면 마스크를 제공한다. 하지만 매일 수백 명의 인원이 오는 탓에 후원받은 마스크의 수량도 언제 바닥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최홍 부본부장은 사재기 우려로 인해 마스크의 대량구입이 힘들어지면서 노숙인들에게 제공할 마스크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혹시 마스크 후원이 가능한 개인이나 단체가 있다면 사역에 힘을 보태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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