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부장적인 가톨릭 문화와 성 추문을 비판한 빌바노대학교 일리아 델리오 교수는 지난해 9월, “인간과 로봇 중에 양자택일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겠지만, 어쩌면 로봇이 분열을 딛고 진정한 자유를 전도하는 더 나은 성직자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개신교에서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았던 2017년, 독일에서 ‘블레스유-2(BlessU-2)’를 선보였다. 장착된 터치스크린을 눌러 나라별 언어와 메시지의 종류 등을 선택하면 블레스유-2가 축복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단계. 일본에서 2018년에 개발한 산토(SanTo)는 사람들이 말을 걸면 성경 구절을 읽어준다. 2017년 8월에는 검은색 승복을 입은 로봇이 장례의식을 집전했다. 그보다 빠른 2016년 중국 베이징의 용천사에서는 동자승 로봇 ‘센얼’이 불자들을 만났다. 그리고 소셜미디어인 위챗 계정도 운영한다. 센얼은 불경을 외우고 삶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묻는 사람들에게 대답하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중 하나인 인공지능(AI), 종교의 영역이라고 안전할까? 기계적이고 정형화된 부분에 대한 대체이지만, 종교적 영역 또한 이미 4년여 전부터 들어와 있는 현재진행형이다. 사찰에서 설법을 하고 장례를 집례하기도 한다. 오히려 ‘더 나은 성직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점차 발전하고 있지만, 딱 이 정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계속 연구해 온 김동일 목사(생명찬교회)는 “종교의 경우 영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이기에 기계적으로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며 기술적인 발달과 관계없이 아직 요원하다고 보았다. 예배와 기독교 상담에 있어서 예배자의 영적 상태와 열정, 상담자의 감정과 표정 등 개개인의 상태와 독특성이 다르고 상황과 환경에 따라서도 달라지기 때문. “AI가 이런 부분까지 가능할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단순하게 빅데이터라는 것만으로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는 이유를 들었다.설교에 있어서도 “설교자가 원고를 준비하더라도, 현장에서의 성령의 이끄심, 교인들의 반응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고, 이에 따라 설교자의 목소리의 높낮이가 달라지거나 강조점, 원고가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다”면서, “이런 것들이 가능하려면 기계가 인간 감정의 복잡함과 상황과 환경의 변화를 충분히 읽어내야 하는 것은 물론, 변화되고 발전해야 할 중간 단계들이 너무 많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빅데이터를 근간으로 하는 방대하게 축적된 지식은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AI 성직자들이 대화와 상담을 통해 쌓은 데이터를 분석해 더 높은 수준의 답변과 지식을 제공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 SNS 소통의 진화
대부분 주일 설교 내용을 유튜브로 내보내는 수준이지만, 별도의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런 경우 성경 강해와 말씀 묵상의 범위를 넘어 신앙 상담과 생활 정보 제공, 개인의 일상 공개로까지 확대된다. 김동호 목사는 은퇴 후 유튜브 새벽 묵상을 시작했다. ‘날마다 기막힌 새벽’이라는 이름의 묵상 유튜브 구독자는 현재 9만 명에 육박하고 조회 수는 평균 4만 회를 쉽게 넘는다. 암 환자들의 고통과 두려움을 위로하고 함께하기 위한 기능도 함께 수행한다.
8만 5천여 명의 팔로워를 둔 유기성 목사(선한목자교회)는 ‘예수님과 24시간 행복한 동행’이라는 페이스북을 운영한다. 매일 아침 일상의 소식과 함께 메시지를 공유하는데, 설교에서부터 책 소개, 위로, 비전 제시는 물론 다양한 정보들을 매개체로 수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면서 소통한다.
임성빈 총장(장신대)은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방식의 소통 방식과 도구를 요구한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교회가 갱신을 추구할 때에는 젊은 세대의 소통 방식이 갖는 갱신의 방향과 접촉점을 이루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교회는 항상 복음을 보수하되, 그 복음의 해석과 적용은 오늘의 맥락 속에서 지속적으로 모색돼야 한다. 또한 그 복음은 새로운 소통의 도구와 방식으로 땅 끝까지 선포되고 나누어져야 한다”는 문제 또한 강조한다.
김동일 목사 또한 “목회자들이 유튜브를 통해 설교하는 것과 교인들이 이 설교를 듣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유튜브 예배와 설교로 신앙생활을 대체하는 것은 올바른 것이 아니다”는 점도 분명히했다.
‘로봇 저널리즘’을 은급한 이뉴스코리아 조민수 씨는 이미 기자의 역할 일부를 로봇이 해내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인간의 노동력이 적게 소요될 뿐 아니라, 정확도가 높은 양질의 기사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고찬수 PD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디어 혁신과 MCN’이라는 글에서 “소셜 플랫폼으로 불리는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등장으로 과거에는 거대 조직의 부품에 불과했던 개인이 이제는 독립적으로 플랫폼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고 진단하고, 이런 플랫폼들이 로봇 저널리즘과 함께 독자적으로 기사를 생산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나마 기댈 수 있는 부분이 창의성. 하지만 고 PD는, “창의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 인공지능으로부터 우리의 일자리를 지켜주지는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창의성을 넘어 미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인공지능과도 협업을 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한 세상이 됐다”고 생각의 전환과 적극적인 대비를 주문했다.
‘종교의 영역은 영적인 부분’이라고는 하지만,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신기술에 쏟아지는 이 시대에 교회가 이 말만 붙들고 있을 수는 없다. 능동적인 대비와 영성 강화를 위한 움직임 또한 필요하다. 그리고 “교회는 무엇보다 인생의 목적과 추구해야 할 가치와 삶의 윤리에 대해 명쾌한 답을 제시하는 성경말씀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그리스도인들이 실천해야 할 구체적인 사랑의 표현은 다음세대를 섬기며 시대적 코드로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며, 단순히 입이나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방향을 잡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 원로)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