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도 권사가 필요할까?…여성 권한 강화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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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권사가 필요할까?…여성 권한 강화가 핵심”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1.1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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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직분론 - (3) 권사와 여성 직분

한국교회의 빛나는 성장과 부흥의 뒷면에는 권사님들의 눈물의 기도가 있었다. 장로, 집사들이 가끔씩 피곤함을 못 이겨 잠자리에 있을 때에도 우리 권사님들은 변함없이 새벽을 깨웠다. 그뿐일까. 봉사와 헌신이 필요한 자리라면 그 어디든 권사들이 앞장서 교회를 섬겼다.

이렇듯 한국교회의 부흥을 신실하게 뒷받침해온 권사 직분을 다시 봐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집사의 다음단계로 여겨지는 권사 직분이지만 실질적 권한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식당봉사와 같은 허드렛일만 주어진다는 평가 때문이다.

성경에 등장하지 않는 권사라는 직분은 언제, 어떻게 생겨나게 된 걸까. 그리고 이 시대 한국교회에서 권사 직분은 이대로 유지돼도 괜찮은 것일까. 이번 주는 장로교단 내에서 권사 직분이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살펴봤다.

 

남자 권사도 있다?

권사라고 하면 나이가 지긋한 여성 신도를 떠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는 장로교에 국한될 뿐 권사라는 직분이 탄생한 감리교에서는 그렇지 않다. 장로교의 권사 이미지가 워낙 굳어진 터라 감리교에는 남자 권사도 있다고 하면 깜짝 놀라는 교인들도 적지 않다.

권사는 감리교의 창시자인 요한 웨슬리가 평신도 지도자를 세우고 지도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집사를 5년 이상 역임한 성도 가운데 권사를 택하고 세우도록 규정했으며 남·녀의 구별은 없다. 이는 한국의 기독교대한감리회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 장로교의 경우 지금과 같은 의미의 권사가 제도로 도입된 것은 1955년부터다. 하지만 장로교에서 권사라는 직분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시대가 흐르며 점점 여성 안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여성 안수만은 허용할 수 없었던 당시 장로교단이 궁여지책으로 만들어낸 제도였다는 것.

이성희 목사(연동교회 원로)는 “여성에게 안수를 줄 수는 없고 그렇다고 교회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여성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어 등장한 것이 바로 권사다. 남자 집사가 안수집사를 거쳐 장로가 되듯 여성 집사에게 권사 직분을 만들어주자는 차원에서 도입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도 성공회나 구세군, 감리교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장로교단에서 권사는 여성들로만 구성돼 있다. 대부분 임명직이지만 몇몇 교단은 안수를 주어 직분의 권위를 높이는 추세다.

 

권사 직분 필요할까?

이렇듯 한국교회의 중추적 역할을 감당해온 권사 직분이지만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먼저는 성경에 존재하지 않는데 편의상 만들어진 직분이다 보니 혼란을 야기한다는 보수적 시선에서다. 실제 장로교의 권사 직분은 시작부터 궁여지책으로 만들어졌고, 지금도 어느 교단은 안수를 주고 어느 교단은 주지 않는 등 일관된 원칙이 없다는 것. 이제는 장로교의 정치 원리에 따라 직제를 바로잡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어왔던 권사 직분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장로교에서 여성들에게 권사 직분을 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여자 성도들이 교회활동에 좀 더 깊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준 것”이라면서 “권사 직분을 없애고 제도를 획일화해 여성들에게 주는 직분이 줄어드는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 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 “성경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권사 직분을 없애야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본다. 사실 집사와 장로도 성경에 같은 이름이 나와 있을 뿐 지금의 집사·장로와는 달랐다. 성경에 나오는 집사와 장로는 현대교회로 치면 목사와 같은 역할”이라면서 “권사님들 덕분에 한국교회가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굳이 한국교회만의 아름다운 전통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시대가 달라진 만큼 여권신장의 측면에서 권사직분이 사라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배덕만 교수(기독연구원 느헤미야)는 “장로교의 경우 여성이 장로가 될 수 없었기에 권사 제도가 도입됐다. 그런데 그것이 마치 계급인 것처럼 인식돼 장로가 우위에 있고 권사는 아래인 것처럼 여겨졌던 것이 현실이다. 실제 역할 역시 장로는 교회 운영에 직접 참여하지만 권사에게는 부수적인 교회운영이나 허드렛일, 남성을 보조하는 일이 주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엔 몇몇 교단이 장로 직분을 여성에게도 허용했다. 이렇게 되면 권사라는 제도는 유명무실해진 것”이라면서 “여성이 장로가 돼 교회 운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면 대체제였던 권사 직분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권사 직분이 계속 남아있다면 여성을 권사에만 머무르게 하고 장로에는 잘 선출하지 않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사 직분의 존폐 여부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지만 교회에서 여성의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조성돈 교수는 “사회나 가정에서는 여성의 결정권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한국교회만 유독 시대의 변화와 상관없이 나이든 남자들에게 결정권이 집중돼 있다. 이 구조를 빨리 바꾸지 않으면 교회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조직으로 전락할 수 있다”면서 “권사의 결정권을 강화하고 실질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권사에서 장로로 발탁하는 비율도 높여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배덕만 교수 역시 “현실적으로 여성 장로를 인정하지 않는 교단의 경우 권사의 기능과 역할을 변화시키고 강화하는 것이 1차적인 개선책”이라면서 “지금처럼 식당에 머물러 있고 전도지를 나눠주는 역할 정도의 권사로 남아있어서는 안 된다. 이전과 여성의 지위와 역할이 바뀐 것을 반영해 교회 운영과 교육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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