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장로가 하는 일? 사실 저도 잘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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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장로가 하는 일? 사실 저도 잘 몰라요…”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1.0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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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보는 직분론 - (1) 왜곡된 직분 문화

안팎으로 시끄러운 한국교회다. 급격한 성장으로 부쩍 산만해진 덩치 이면에는 여기저기 곪은 상처가 깊다. 시름시름 앓는 한국교회 위기의 원인으로 이미 많은 이유들이 지목됐다. 하지만 의외로 문제의 핵심은 가까운 곳에 있을지 모른다. ‘직분을 알면 교회가 보인다’의 저자 이성호 교수(고신대)는 교회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다름 아닌 직분자로 인해 일어난다고 진단한다.

한쪽에선 목사를 ‘주의 종’이라 칭송하며 맹목적인 지지와 충성을 보내는 교인이 있는가하면 장로라는 직함을 구실로 목사와 교회를 공격하며 갈등을 조장하는 교인도 있다. 때론 장로와 집사 선거를 놓고 날카로운 신경전과 암투가 벌어지고 그로 인해 상처를 받아 떠나는 교인들이 나오기도 한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한국교회 대부분의 문제가 직분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진단이 결코 과장된 말은 아닌 듯싶다. 한국교회를 이끌어갈 축인 동시에 한편으론 문제의 중심에 있기도 한 직분. 본지는 한 해를 시작하며 한국교회의 직분제도를 진단하고 바람직한 직분제도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주에는 가장 먼저 왜곡된 한국교회 직분제도의 현실에 대해 짚어봤다.

 

장로 되려면 헌금 수백만 원?
 : 직무보다 직위에 집착

“장로 한 자리 300만 원~~ 권사 100만원~~” 어느 시장바닥에서나 들을 법한, 구수한 반찬가게 냄새가 나는 멘트가 교회에서 들린다. 물론 정말 시장마냥 경박하게 임직을 외치는 교회는 없다. 하지만 임직 헌금으로 수백만 원을 종용하는 점잖은 요구의 이면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교인들은 그 자리를 얻고자 적지 않은 헌금도 아랑곳 않는다.

이런 기현상이 발생하는 이유가 뭘까. 이성호 교수는 직분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직분이란 직무와 직위, 두 가지 의미를 모두 포함하는 단어다. 하지만 많은 교인들이 직분자가 되려 할 때 직위에만 관심이 있고 정작 그 직위가 주어진 이유인 직무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물론 자신에게 맡겨진 직분에 감사해 마음과 정성으로 헌금을 드리는 임직자들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낮추고 교회와 성도를 높이는 헌신된 직분자의 자세를 갖추고 있는지는 헌금과 별개의 문제다. 그렇다보니 직분을 받아도 자신이 교회에서 무슨 일을 맡아 감당해야 하는지 모르는 교인들이 태반이다. 목사, 장로, 안수집사, 서리집사, 권찰…, 호칭으로서의 직분은 익숙하지만 역할의 차이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교인들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성호 교수는 “어떤 교인 중에는 목사보다 성경을 가르치는데 탁월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축도 역시 간단한 기도문만 외우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성경은 직분자의 종류와 자격, 그리고 그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해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도 집사이신가요?”
 : 위계서열화된 직분

“아직도 집사이신가요?” 교회를 신실하게 다니는, 연륜이 어느 정도 있는 중년 집사라면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질문이다. 이 질문을 풀이하면 ‘나이가 적지 않으신데 아직도 장로가 아니시냐’는 말이 된다. 질문을 들은 중년 집사들은 괜히 멋쩍게 얼굴을 붉힌다. 그 이유는 장로가 집사보다 더 우월한 직위라는, 직분에 대한 왜곡된 이해가 전제되어 있어서다.

실로암교회 이광호 목사는 “주로 교회의 재정문제를 다루는 집사와 치리를 맡는 장로는 서로 하는 일이 다른 것이다. 그런데 교회에 의해 선출된 장립집사들조차도 스스로를 목사와 장로보다 낮은 직분인 것처럼 여긴다”면서 “특정 직분이 다른 직분보다 우위에 있거나 더 큰 권세를 가지는 것처럼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오랜 기간 형성된 잘못된 전통”이라고 말했다.
적지 않은 헌금을 내면서까지 직분에 집착하는 이유 역시 상당수 여기서 비롯된다. 집사에서 장로가 되는 것을 마치 회사에서 직급이 승진하는 것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장로 선출 선거에서 떨어지면 승진에 실패한 것처럼 낙심하고 상처받는 이들이 적지 않다.

 

너도 집사? 나도 집사!
 : 직분 남발하는 교회

얼마 전 이사 문제로 교회를 옮긴 A씨는 교회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집사 교육을 받아야 하니 평일 저녁 교회로 나오라는 것. 그전까지 한 번도 집사라는 호칭으로 불려본 적이 없었던 A씨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직분을 받고 싶은 생각이 없었음에도, 교회는 결혼한 교인이라면 집사 직분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듯 했다.

직분을 받는 본인도 사명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직분을 주는 교회도 사람에 대한 철저한 검증 없이 집사라는 직분이 덜컥 주어진다. A씨의 지적대로 지금의 교회에서는 결혼한 교인 중 집사라는 직분을 안 달고 있는 이를 찾는 것이 더 힘들다.

이성호 교수는 “직분의 남발은 직분이 왜곡될 때 가장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목사를 제외하면 장로나 집사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있다해도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교회법에 따르면 ‘집사’라 불리는 이들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서리집사는 1년간 안수집사의 직무를 대신 수행하는 임시직이다. ‘서리’라는 말부터 사전적으로 ‘직무를 대신하는 사람’을 뜻한다. 엄밀히 말하면 교회에 안수집사가 없을 때 임시로 직무를 대신하라고 세우는 것이 바로 서리집사인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교회엔 안수집사와 동시에 그보다 훨씬 많은 서리집사들이 기묘하게 공존한다. 별다른 심의 절차 없이 1년마다 반복되는 서리집사 임명은 사실상 연례행사에 가깝다.

 

“한국교회엔 남자 어른밖에”
 : 여성에게 소외된 직분

“한국교회 당회에는 남자 어른밖에 없더라.”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필리핀 목회자가 한국교회를 둘러보고 남긴 말이다.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한국교회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남자어른’ 일색이다. 합동과 고신을 비롯한 적지 않은 교단들이 여전히 여성에게 목사와 장로, 안수집사 직분을 주지 않고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경남지역의 한 장로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여성 집사 B씨는 “여성에게 장로 대신 주어지는 권사라는 직책은 교회에 오래 다닌 이들에게 보상처럼 쥐어주는 선물이나 다름없다. 실질적 권한이나 발언권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대부분 식당봉사나 선물 전달과 같은 특정 업무가 당연시 된다”면서 “여성과 다음세대 등 보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교회였으면 한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청년사역연구소 이상갑 목사는 “여성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에 비해 교회는 너무 더딘 것이 사실”이라면서 “남성 중심으로 성경을 읽었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여성 목사, 여성 장로의 비율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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