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도 나이도 종교도 다르지만…성탄의 기쁨만은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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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도 나이도 종교도 다르지만…성탄의 기쁨만은 함께 해요”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9.12.26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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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영동교회 청년부·ISF, 외국인 유학생 위한 성탄 파티 개최
“낯선 이국땅 외로움 겪는 학생들… 교회가 손 내밀어 주었으면”

피부색이 모두 제각각이다. 생김새도 저마다 개성만점이다. 어떤 이는 1년 내내 입김이 나는 곳에서, 또 어떤 이는 눈이라곤 생전 구경도 하지 못한 나라에서 머나먼 한국으로 왔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가 돼 왁자지껄 대화를 나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옆에 끼고 교회 지붕 아래 모인 이들의 웃음은 꾸밈없이 해맑다. 지난 21일 서울영동교회에서 열린 외국인 유학생과 함께하는 성탄 파티에서다.

예전만은 못하다지만 그래도 성탄의 밤은 눈이 부시다. 거리마다 반짝이는 조명이 존재감을 뽐내고 흥겨운 캐럴이 두 귀에서 만나 조화롭게 뒤섞인다. 교회에선 촛불과 함께 경건하게 구세주의 오심을 기다리고 바쁜 일상에 소원해졌던 가족, 친구, 연인들도 성탄의 분위기에 몸을 실어 서로의 안부를 확인한다.

하지만 밝은 조명만큼이나 그림자도 짙다. 그리운 가족과 친구를 두고 부푼 꿈 하나로 한국을 찾은 유학생들에게 화려한 성탄절은 유독 쓸쓸하다. 외로운 성탄절을 보내고 있을 이들을 위해 교회가 나섰다. 서울영동교회 청년부가 외국인 유학생 선교단체 ISF 국제학생회와 마음을 모아 유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성탄 파티현장을 함께 했다.

 

언어는 달라도 마음은 하나

지난 21일엔 간만에 반가운 손님이 서울을 찾았다. 순백의 눈은 오랜만의 방문이 쑥스러웠는지 지면을 마주하자마자 수줍게 사그라든다. 덕분에 교회로 나오는 발길은 미끄러질 염려를 덜었다. 파티를 준비하는 청년들의 손길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파티가 시작되는 오후 5시가 다가오자 진짜 손님들이 하나둘 교회 문을 열었다. 낯선 공간이 어색한 듯 쭈뼛쭈뼛 고개를 내미는 이방인들을 청년들이 환한 미소로 반긴다. 높게만 느껴지던 언어의 장벽도 청춘이라는 공통주제 앞에 허물어진다.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알고 있는 모든 영어단어를 동원한다. 간간이 유창한 한국어가 들릴 때면 이보다 더 반가울 데가 없다.

정신없이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찬양팀의 캐럴 소리가 파티의 시작을 알렸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찬양팀은 국적을 뛰어넘어 누구나 알만한 캐럴들로 리스트를 꾸렸다. 익숙한 멜로디가 나오자 유학생들도 하나둘 입을 열었다. 한국어로 시작된 찬양에 자연스레 여러 나라의 언어가 스며들어 하모니를 이룬다.

파티 현장엔 아직 예수님을 잘 알지 못하는 유학생들도 함께 했다. 이슬람국가인 파키스탄에서 온 유학생들은 처음엔 눈을 멀뚱거렸지만 이내 멜로디에 맞춰 고개를 흔든다. 찬양이 끝나고 이어진 메시지 시간, 서울영동교회 청년 2부를 맡고 있는 박정민 목사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해 쉽게, 하지만 분명하게 성탄절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소개했다.

“2천년 전 이스라엘은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었어요. 이스라엘 사람들은 모두 로마의 압제로부터 자신들을 건져줄 강력한 지도자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초라한 말구유에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셨어요. 여러분들의 죄를 대신 지고 구원하시기 위해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더 이상 외롭지 않아요”

메시지 이후엔 본격적인 파티가 시작됐다. 오늘의 메인 이벤트는 사랑하는 이에게 전해줄 쿠키 꾸미기. 알록달록한 쿠키와 초콜릿 펜, 보기만 해도 달짝지근한 별사탕이 테이블마다 준비됐다.

처음엔 우물쭈물 바라보던 유학생과 청년들은 이내 동심을 되찾고 눈을 빛낸다. 초콜릿 펜을 쥐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작품세계에 열중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어느 테이블에선 동그란 얼굴에 스마일이, 어떤 테이블에선 크리스마스트리와 눈사람이 그려진다. 말없이 꾸미기에 집중하던 멕시코 출신 마리아가 쿠키 명인 못지않은 작품을 선보이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올해 2월 한국에 왔다는 브라질 유학생 실바는 형형색색으로 장식된 성탄트리를 그렸다. 한국에 온지 1년도 되지 않은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의 한국어는 유창하다. 어떻게 그렇게 잘하는지 묻자 한국에 들어오기 전부터 꽤나 공부를 많이 했다고 넌지시 알려준다. 오늘 만든 쿠키를 누구에게 주고 싶으냐는 물음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늘 파티에 참가한 유학생 중 브라질 출신은 실바 한 명 뿐. 실바는 오늘 만든 쿠키는 자신이 다 먹을 거라며 멋쩍게 웃었다. 고향이 그리운 그에게 이날 성탄 파티는 큰 선물이다.

“학업도 바쁘고 브라질에서 온 친구들도 많지 않아요. 신나는 시간을 마련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게다가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날이잖아요? 좋은 친구들과 크리스마스를 함께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아요.”

외국인 유학생들과 함께하는 성탄 파티는 서울영동교회 청년들에게도 색다른 경험이다. 대부분 직장생활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청년 2부 성도들이지만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고 성탄을 함께하는 기회가 마련된다는 소식에 모두들 기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청년부에서 섬기고 있는 김종찬 청년은 “내가 있는 곳에서 열방을 향해 예수님의 구원의 소식을 전할 수 있어 감사했다. 짧은 시간 교제한 친구들이지만 훗날 하나님의 섭리 안에 복음을 인정하게 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나그네 위해 손 내미는 교회되길

이날 행사는 아무런 조건 없이 외국인 유학생을 섬기고 있는 선교단체 ISF(International Student Fellowship)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ISF는 낯선 이국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돕고 자연스레 관계를 이어가며 복음을 전한다. ISF 본부장 지문선 목사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족도 없고 친구도 많지 않은 이국땅에서 화려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때 유독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 같아요. 특히 ISF에 온 학생들의 3분의 2 정도는 이공계 석박사 과정이라 실험실에서 거의 나오지 않거든요.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도, 문화를 체험해볼 기회도 적죠. 이런 이들에게 교회가 손을 내밀어주고 격려해준다면 정말 큰 힘이 될 겁니다.”

유학생들의 출신국가는 그야말로 천차만별.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만으로도 큰 죄가 되는 국가에서 온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 학생들에겐 성탄 파티와 같은 행사로 초대해 자연스레 예수님을 소개한다. 그 와중에 복음을 들으며 눈빛이 달리지는 유학생들을 지문선 목사는 놓치지 않는다.

“말씀에 반응하는 친구들에겐 차근차근 성경공부를 시작하고 좋은 멘토와 교회들을 연결시켜줍니다. 그렇게 한 영혼이 예수님께로 돌아왔을 때, 본국에 돌아가서도 예수의 제자로 살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볼 때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없어요.”

파티를 함께한 서울영동교회 역시 오늘을 계기로 외국인 유학생들을 섬기기 위한 사역들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박정민 목사는 예수님의 마음을 닮아 교회도 낮은 자리에서 섬기고 위로가 필요한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오늘 행사 이후 이슬람국가에서 온 유학생 한 명이 기독교와 예수님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고 했다더군요. 무엇보다 예수님을 전혀 몰랐던 유학생들에게 아기 예수의 탄생을 소개하고 성탄 문화를 소개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부디 외롭고 쓸쓸한 유학생들의 마음에 성탄의 기쁨이 전해졌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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