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딩크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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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딩크족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12.10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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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 녀석이 열흘 후면 결혼을 한다. 요즘 젊은이들답게 결혼 전 청첩장 모임을 가졌는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결혼 이후에 곧바로 ‘정관수술’을 한다는 것. 예비신부와 결혼을 약속하면서 합의한 첫 번째 내용이 ‘아이는 갖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0점대의 출산율이 부쩍 실감이 났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다. 자영업을 하는 친구는 요즘 들어 매출이 시원찮은데다 주변에 아이 키우는 사람들이 하도 힘들다는 말을 해서 이럴 바엔 차라리 처음부터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합의를 하는 것이 두 사람의 결혼생활에 더 좋을 거라고 판단했단다. 거기에 맞벌이를 할 경우 아등바등 하지 않아도 두 사람 입에 풀칠하는 데 문제가 없고 종종 여행도 다니며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장밋빛 전망을 꺼내놓는다.

이런 추세가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유독 교회 공동체에 다자녀 가정이 많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지상명령이 한 몫 했을 거란 판단이다.

그러나 정작 대부분의 교회들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한참 교회를 찾아다닐 당시 자모실의 상태를 첫 번째로 살펴본 기억이 있다. 여러 교회를 가봤지만 대부분이 좁거나 지하에 있거나, 음향 상태가 들리지 않는 수준이거나, 수유실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최근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영안교회(담임:양병희 목사)가 ‘디딤돌 목장’ 모임을 시작했다. 12살 이하 자녀를 둔 부부들을 위한 모임이다. 놀라운 점은 교회가 모임시간 갓난아이부터 12살까지의 아이들을 돌봐준다는 것이다. 부부들은 모처럼 자녀 걱정 없이 자신들의 신앙을 점검하고 은혜로운 교제를 나눴다. 교회가 아이 키우는 부부들을 위한 이런 사역적 접근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갈수록 줄어드는 출산율에도 나름의 대안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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