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미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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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미쳤구나!
  • 노경실 작가
  • 승인 2019.11.1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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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작가의 영성 노트 “하나님, 오늘은 이겼습니다!”-91

사도행전26:23~24>곧 그리스도가 고난을 받으실 것과 죽은 자 가운데서 먼저 다시 살아나사 이스라엘과 이방인들에게 빛을 전하시리라 함이니이다 하니라 바울이 이같이 변명하매 베스도가 크게 소리 내어 이르되 바울아 네가 미쳤도다 네 많은 학문이 너를 미치게 한다 하니.

며칠 전 편집자들과 식사자리를 하게 되었다. 나를 제외한 3명의 여자 편집자들은 모두 불신자들, 더 자세히 말하면 진화론자이며, 포스트모더니스트라고나 할까. 이들은 현 정세에 대해서도 극렬할 정도로 자기와 다른 진영(?)의 사람들에 대해 말을 쏟아냈다. 그들의 목소리는 스스로에 대한 우월감을 넘어서서 거의 신적인 심판자의 그런 준엄함마저 서려 있었다. 그러면서도 슬몃슬몃 나의 눈치를 보기도 했다.

그런데 가소로운 것은 한 편집자가 친정 엄마와의 오래된 불화를 얘기하자, ‘전생에 무슨 관계였을까?’하며 서로들 진지하게 말하는 게 아닌가! 순간, 나도 모르게 ‘전생은 없어!’ 라고 하자 또 한 편집자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있어요!’하는 게 아닌가! 나는 남자처럼 폭소를 터뜨렸다. 조금 전까지 다른 진영의 사람들이 우매하고, 역사의식이 없다며 독기어린 목소리를 내던 이들이 전생이 있다고 주장하다니! 그러면서도 내게 “선생님, 하나님께 완전히 빠지신(미치신) 것 같아요. 그러다가 목사님 되시는 거 아니에요”라며 농담처럼 말했다. 도대체 누가 미친 것인가! 

내 바로 아래 여동생은 오직 건강과 친구들과 선행을 하는 것과 외동딸의 출산에 모든 시간과 돈과 마음을 쏟고 있다. 교회는 다니지만 극히 형식적이다. 내가 몇 년 째 하루에 2번씩 말씀을 보내지만 단 한번도! 무어라 반응한 적이 없다. 역시 몇 년 째 큐티 책을 건네지만 단 한 번도 그 책을 줄그으며 읽은 적이 없다. 내가 신앙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하려고 하면 딴 곳을 쳐다본다. 그러나 건강이나 산행, 그리고 출산과 관계된 말이 나오면 거의 연설을 하듯 줄줄 온갖 정보와 주위 사람들의 경험담을 홍수처럼 줄줄 쏟아낸다.   

그러던 차에 어느 목사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외국에 사는 딸에게 사모님이 날마다 말씀을 보내는데 하루는 그 딸에게 물었다고 한다. “요즘 말씀은 열심히 읽고 묵상하고 있니?” 그랬더니 그 딸이 답장하길. “엄마, 시간이 없어서 엄마가 보내주는 말씀만 겨우 읽고 있어요!” 딸의 이 말에 사모님은 너무 감사하여 눈물을 지었다고.

그러나 내 여동생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OO에게(동생의 임신한 딸) 나쁜 말씀은 보내지 말아 줘. 태교에 지장 있으면 어떡해.” 여기서 나쁜 말씀이란 하나님의 경고와  책망이 있는 말씀을 가리킨다. 그 목사님의 사모님이 감사로 눈물을 지었다면, 나는 여동생의 말에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이 혼자 울었다. 그러나 동생은 거의 내가 미친 것처럼 생각하는 듯 했다. 도대체 누가 미친 것인가!

내가 다니는 교회에 두 여 집사(50대 중반과 40대 중반)가 있는데, 자매처럼 지낸다. 그런데 어찌나 열심인지 교회의 모든 활동 프로그램이나 훈련과정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얼마나 하는 일이 많은 지 스스로도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이다. 하지만 교회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일꾼이요, 용사요, 진정한 청지기이며, 아름다운 헌신자로 인정해준다. 그리고 각 프로그램의 회장이나 반장으로 세워서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그럴수록 그들의 열심은 교회 십자가 탑만큼이나 치솟는 듯하다. 하지만 그들은 점점 지쳐가는 모습이 확연하다. 보다 못한 몇 몇 사람이 조심스레 몇 가지 정도는 정리할 것을 아주, 아주 에둘러서 권면하지만 말 그대로 씨도 먹히지 않는다. 오히려 부목사들에게 ‘방해꾼이 있다.’ 는 투로 하소연하여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게 한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미쳤다고 수근거린다. 도대체 무가 미친 것인가?

나는 사도 바울이 들은 말 중 ‘바울아, 네가 미쳤구나!’라는 말은 가장 보배로운 최고의 칭송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말을 나는 핸드폰, 노트, 수첩 등에 써놓고 자주 열어본다. 하지만 이상하다. 진짜 미친 게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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