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회첨탑’ 실태조사…5년 단위 점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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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회첨탑’ 실태조사…5년 단위 점검 필수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9.10.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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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무너지는 교회첨탑, 서울 25개 자치구 실태조사
한국교회 부흥기 맞물려 등장한 첨탑, 설치이후 방치돼
“자동차 부품교체 해야 안전하듯 첨탑도 정기점검 필요”

해마다 20여개가 넘는 태풍이 우리나라를 지나갈 때마다 노후화 된 교회 첨탑에 대해 안전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25개 자치구별로 실태조사를 진행하도록 협조공문을 전달하며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교회 차원에서 대응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지난 9월초 제17호 태풍 링링으로 서울 도봉구 한 교회의 10미터 크기의 첨탑 전체가 추락한 사실이 신문과 방송마다 보도됐다. 다행히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고층에서 첨탑이 떨어지면서 주차된 차량이 크게 훼손돼 모두를 아찔하게 만들었다. 

교단 사회복지부가 태풍 링링의 피해를 입은 교단 산하 교회들의 피해상황을 집계한 자료에서도 첨탑이 기울어지거나 일부 철판이 유실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작은 나사 하나라도 초속 30~40m 강풍에 날아가면 큰 인명사고를 일으킬 수 있어 안전점검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첨탑이 한국교회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한국교회 최대 부흥기라고 할 수 있는 1970년대 중후반으로 거의 50년에 달한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그 사이 세워진 수십년 된 첨탑들이 방치되면서 안전에 허점이 발생한 것이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경우 사회적 비난 또는 교회 내 혼란까지 일어날 수 있어 염려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첨탑에 대한 안전관리 필요성이 제대로 인식되어 있지 않고, 제도 자체도 미비하다는 점이다. 현행 법령에서조차 ‘첨탑’이라는 용어를 찾아볼 수 없다. 2012년 당시 국토교통부는 태풍 볼라벤 등으로 광고판과 교회 첨탑 등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내풍설계 의무기준을 마련한다고 했지만, 실제 안전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느끼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교회도 안전관리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기준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지 않고 있다. 건축법 제83조와 건축법 시행령 제118조 ‘옹벽 등의 공작물에의 준용’에 따르면 ‘높이 6미터가 넘는 장식탑, 기념탑 등은’ 각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첨탑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2017년 기준 신고 6미터 이상 장식탑은 1천여 개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서울시가 파악한 개수는 20여개에 불과했다. 도봉구 관내 2미터 이상 첨탑은 271개 교회 가운데 131곳이지만, 6미터 이상은 76곳이다. 신고대상이 아닌 교회가 더 많다. 

제대로 된 현황 파악조차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에 서울시와 각 자치구가 조사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서울시는 이번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높이 2미터 이상 첨탑 실태조사를 한 후 관리대장 작성에 들어갔다. 강남구의 경우 관내 151개소 종교시설을 대상으로 10월 한달간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오는 12월 6일까지는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외부전문가와 건축안전센터가 함께하는 3개반을 편성해 합동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공작물 유지관리 점검평가표를 기준으로 합계점수 9점 이하는 ‘양호’, 10~19점은 ‘주의’, 20점 이상은 붕괴될 가능성이 있는 ‘위험’으로 분류한다. 위험으로 분류될 경우 정밀안전진단을 받고 보수 또는 철거 등의 시정명령이 내려진다.  

지역 교회들은 ‘공작물의 유지·관리 점검표’를 이용해 자체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사고발생 전 선행적으로 안전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30년이 이상 교회 시설을 전문 시공해온 안종필 집사(중앙예술공사)는 첨탑 안전문제에 대한 해답을 의외로 간단하게 제시했다. 

안 집사는 “자동차도 어느 정도 타면 부품을 교체하고 각종 오일을 교환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교회 첨탑은 한번 설치하고 나면 전혀 관리를 하지 않는다. 5~6년마다 점검하고 보수하는 것만으로 90% 이상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집사는 “지금은 아연도금이 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녹이 슬지 않지만, 과거 부품은 시간이 지나면 간극이 생기고 녹이 슬면서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며 “교회들이 먼저 관심을 갖고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사고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6월 건축법 시행령에 ‘첨탑’을 신고대상으로 명시하고, 구조안전확인서 제출을 의무화 해달라는 내용의 법령 개정 건의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해둔 상황으로, 국토부 역시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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