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1524년)(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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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1524년)(9)
  • 주도홍 교수
  • 승인 2019.10.2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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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홍 교수의 츠빙글리 팩트 종교개혁사-65

십일조 개혁
십일조 개혁은 예루살렘 성전을 재건하는 일처럼 어려움이 많겠지만, 하나님의 집을 다시 짓기 위해서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노력을 기울여 돌과 나무, 석회와 시멘트를 운송해야 하고, 수많은 반대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츠빙글리는 갖은 핍박 가운데서도 교황제도를 받치고 있는 네 개의 발을 모두 부러뜨릴 때까지 다양한 지혜를 가지고 투쟁할 것을 다짐한다. 우선 츠빙글리는 교회가 걷는 십일조를 가지고 목회자들의 생활비를 적정하게 책정할 것을 요청한다. 목회자들이 부족한 생활비를 위해 구걸하거나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어야 하고, 목회자 생활비 명목으로 따로 거두는 헌금은 폐지되어야 한다. 목회자 생활비를 명목으로 헌금을 거둬들이는 탐욕적인 모습을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평화주의자 츠빙글리
종교개혁자 츠빙글리의 개혁은 분명한 문제의식과 개혁 방향, 그 목표를 확실히 알되, 무리하지 않고 시간을 갖고 기다리며 폭력을 멀리하고 사랑을 갖고 질서를 따라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방법을 택하고 있다. 츠빙글리는 순리적이며 단계적이고 질서정연한 설득력 있는 개혁을 강조하며, 혼란과 무질서를 가져오는 과격함과 서두름은 성공적 개혁을 어렵게 하는 장애임을 알았다. 모든 것을 가능케 하고 실패가 없는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작은 발걸음으로 교황제도를 서서히 무너뜨리기를 츠빙글리는 원했다. 서로 격려하며 인내하되, 목표를 향해서는 용감하고 단호하게 나아가야 했다.

게다가 개혁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들, 곧 주교들, 수도원장들, 고위성직자들이 노골적으로 개혁에 반대하지 않고 회개하는 마음으로 침묵으로나마 동조해주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하며, 그들이 폭압적이지 않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기를 원했다. 그렇지만 개혁을 폭력적으로 막으며 반대하는 성직자들에게는 엄한 응징이 있을 것을 분명히 했다. 츠빙글리에게 “해방자” 예수와 모세는 모델이었는데, 모세에게는 40년이, 예수님에게는 33년이라는 시간이 인내와 기다림으로 주어졌다는 것이다. 츠빙글리는 개혁의 끝에서 형제 사랑과 평화를 덤으로 얻기를 원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냈으나, 가장 중요한 생명을 잃게 되는 식의 비극은 피하고자 했다. 

“이제 몇몇 사람들은 ‘우리가 성직자들이 자연스럽게 죽을 때까지 그렇게 오랫동안 참고 기다려야 하느냐’고 불평합니다. ... (그러나) 무슨 일이든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적절한 시간이 소요되지 않으면, 어떤 일도 평화롭고, 안정되게 이룰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우리는 평화로운 방법으로 수도원장과 고위성직자들의 엄청난 사치를 규제할 수 있으며, 누구도 거기서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마음과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을 때, 우리는 모든 일을 무리하지 않고 순수하게, 목적에 맞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결코 잘못을 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고전13:7~8)”(『츠빙글리 저작 선집 1』, 471~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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