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석사찰’ ‘천서’ ‘고퇴’, 우리만 이해하는 표현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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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석사찰’ ‘천서’ ‘고퇴’, 우리만 이해하는 표현 언제까지??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9.10.0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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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573주년, 잘못된 교회용어 ‘이것’은 바꿔야

100년전 결의로 사용된 교회 회의용어 여전히 사용
외국인 선교사 사용하던 회의표현 이제는 변화해야
일상 속 불교, 무속신앙 반영된 말 주의해 사용해야

주요 교단에서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들 중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 여럿이다. 목회자와 장로와 같이 교단 관련 회의에 자주 참석하는 경우는 자연스럽지만, 일반인들이 들으면 어색하기 그지없는 말들이 아직까지 상당히 남아 있다. 

예장 통합총회는 이번 제104회 정기총회에서 100여년간 사용해오던 위원회 명칭을 개편하기로 했다. 연구검토 끝에 ‘지시위원회’, ‘흠석사찰위원회’, ‘천서위원회’를 ‘안내위원회’, ‘질서관리위원회’, ‘총대자격심사위원회’로 개칭하기로 한 것이다. 비로소 위원회 역할이 잘 드러나게 된 것이다. 

세 가지 위원회 명칭을 평범한 젊은 신앙인들에게 물어봤다. 비슷하게라도 설명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지시위원회가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한국교회 회의문화 안에서 사용되고 있는 용어 중 이미 우리 사회에서 사어가 되거나 사용되지 않고 있다면 순화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한국교회 교단과 노회 회의에서 일반 언어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을 순화하는 노력은 꾸준히 진행해오기도 했다. 실제 사용하는 말을 이용해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고, 세대 간 연결도 잘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글날 573주년을 기념해 한국교회 안에서 실제 순화해야 할 표현들은 무엇이고 대체할 수 있는 단어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봤다. 

예장 통합총회는 올해 정기총회에서 ‘흠석사찰’, ‘천서’ 등 고어를 시대에 맞는 용어로 바꾸기로 결의했다.
예장 통합총회는 올해 정기총회에서 ‘흠석사찰’, ‘천서’ 등 고어를 시대에 맞는 용어로 바꾸기로 결의했다.

우리에겐 ‘익숙한’, 누군가에겐 ‘어색한’
가장 대표적인 표현이 ‘증경’(曾經)이다. 당나라 시인 노조린의 시에 처음 등장한 증경은 ‘일찍이 지낸’이라는 의미이다. 한국교회는 제10회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에서 사용하기로 결의한 전통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증경’이라는 단어는 전혀 검색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교단이나 노회 등 교회 회의석상에서. 자료에서 교회 내 최고위를 지낸 어른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예장 합동과 통합 총회는 ‘증경총회장’을 대신해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전 총회장’을 사용하자는 연구를 하기도, 결의를 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바뀌지 않고 계속 사용하고 있다. 교단을 대표하는 총회장을 역임하는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노회뿐 아니라 여타 단체에서도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일반 사회에서는 의사봉으로 이해되지만 교회에서는 ‘고퇴’가 더 익숙하다. 이취임식 취재를 하다보면 성경책과 함께 ‘고퇴’를 이양한다는 표현을 흔히 듣는다. 역시 100여년 전 장로교 회의에서 ‘마치’(지금의 망치)라는 표현이 사용됐지만 속되다는 지적이 나왔다. 1907년 조선예수교장로회 독노회에서는 ‘두드릴’ 고(叩)와 ‘나무마치’ 퇴(槌)를 합한 단어 ‘고퇴’를 사용하기로 공식 결의까지 한 바 있다. 

‘헌법 개정안은 노회 수의를 거쳐 확정한다’고 할 때 ‘수의’ 역시 유래가 어디인지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 국어사전에서 확실한 어원을 확인하기도 어렵다. 이해하기는 각 노회에서 검토한 후 결의를 거쳐 총회에 보고하는 것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수의’는 익숙한 대로 ‘결의’로 대체될 수 있어 보인다. 각 노회별 결의를 거쳐 결과를 총회가 취합하면 헌법 개정 등을 확정할 수 있다는 취지이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한국교회 회의용어 비교표]
[한국교회 회의용어 비교표]

 

회의를 진행하는 의장이 가부(可否)를 물을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표현 “가(可) 하면 ‘예’ 하시고 아니면 ‘아니라’ 하십시요”이다. 가는 한자어이고 ‘아니오’는 부(否)를 풀어쓴 우리말이다. 균형이 맞지 않다. 한자어를 굳이 사용한다면 “가(可)하면 예 하시고 부(否)하면 아니라 하십시요”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더 자연스럽게는 “찬성하시면 예 하시고, 반대하시면 아니라고 하십시요”라고 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이러한 회의 표현은 선교 초기 회의를 진행하던 외국인 선교사들이 실수를 줄이기 위해 처음 사용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정기총회 전후 또는 회의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 중 하나는 ‘헌의’이다. ‘헌의’(獻議)는 국어사전에서 검색 되는 표현으로 원래 뜻은 “윗 사람에게 의견을 아룀”으로 해석되고 있다. 통상 교회에서 사용되는 의미하고는 사뭇 차이가 있다. 주로 ‘헌의’는 상위 회의에서 다뤄야 할 안건을 올리는 의미이다. ‘안건 상정’이라고 한다면 가장 자연스러울 수 있다. 

일반인이 ‘자벽’(自辟)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흔히 담장과 같은 벽을 떠올릴 것이다. 국어사전에는 ‘회의에서 회장이 자기 마음대로 임원을 임명함’이라는 뜻이 있는 단어이다. 회의 분위기가 좋을 경우 “총회장 또는 의장, 노회장 등이 위원을 자벽하기로 동의합니다”는 표현을 종종 듣게 된다. 더 쉽게 쓴다면 “총회장이 위원을 지명하도록 동의합니다”가 바람직해 보인다. 

지금은 교회들이 만들던 ‘촬요’를 보기 힘들어졌지만, 교단 중에는 정기총회 결의를 정리한 ‘촬요’를 내놓기도 한다. 고신총회는 2015년 ‘촬요’를 ‘요약’으로 바꿔 사용하기로 결의했다. 어를 순화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순화된 표현을 지속적으로 사용해 언어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하나님이 복을 빌어주신다고?
우리는 신앙생활 중에서 잘못된 표현들을 사용하고 있다. 이 역시 개선하기 위한 시도들이 지속되어 왔다. 예장 통합 제86회 총회에서 ‘기독교용어연구위원회’ 연구보고서를 채택했다. 지금은 개선된 표현들도 있지만 아직까지 오용되는 표현들도 눈에 보인다. 

우리말 성경에서 사용되지 않는 ‘천당’은 이제 잘 사용하지 않는다. ‘하나님 나라’, ‘천국’이 더 익숙하게 됐다. 특히 회의에서 하는 기도 중에도 실수를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도 살아계신 하나님’과 같이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 표현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영원히 존재하시는 하나님에게 적절하지 않는 표현이다. ‘하나님의 몸된 교회’는 성립 자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로 사용해야 하고, 기도하면서 ‘예배의 시종을 의탁하옵고’에서 ‘의탁’은 무엇인가에 의지하여 맡긴다는 의미이므로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로는 적절치 않다. 

‘하나님께서 축복하여 주시옵소서’는 특히 성경적이지 않다. ‘축복(祝福)’에서 축은 빈다는 의미의 한자어이다. 하나님은 복을 주시는 분으로 복을 달라고 비는 존재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성립하지 않는 표현이다. 

한국교회 목회자뿐 아니라 교인들이 빈번하게 사용하는 대표적 단어가 ‘소천’(召天)이다. 역시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는 ‘소천’은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는 정도로 이해된다. 천국의 소망을 둔 우리 신앙인들에게 쉽게 이해되는 표현이다. 별세를 사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도 자연스럽다. 

누군가 돌아가시면 위로의 말을 건네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하지만 ‘명복’을 신앙인들이 사용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불교에서 죽은 사람이 간다는 ‘명부’(冥府)의 복을 빌어준다는 표현으로 신앙적 입장에서는 금지되어야 할 말이다. 

이밖에도 우리가 무심결에 사용하는 일상 표현 중에서도 다른 종교의 사상이나 교리가 묻어있는 표현들이 많다. 가능한 이러한 표현들은 피하고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단어들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 ‘도로 아미타불’, ‘공염불’, ‘이판사판’, ‘아사리판’ 등 불교용어이다. ‘사주팔자’, ‘터줏대감’, ‘손 없는 날’, ‘일진’, ‘신주 모시듯’, ‘명당자리’ 등은 풍수사상, 무속신앙 등에 유래한 표현들이기 때문에 가급적 사용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백석대 이상규 석좌교수는 “한글이 오늘날 국문으로 자리잡게 된 데는 초기 교회의 영향이 적지 않다. 교회는 처음부터 순한글로 성경을 번역했고, 성경은 한글 보급에 엄청난 역할을 했다”고 조명했다. 

한글 발전에 결정적 기여를 했던 교회를 생각한다면, 지금 이 시대 우리말 순화를 위한 연구를 사명으로 여기고 중단없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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