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타인은 정말로 지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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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타인은 정말로 지옥일까?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10.0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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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지옥이다.’ 최근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방영된 드라마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뜨겁게 회자되고 있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헤매다 간신히 찾은 값싼 고시원에서 주인공은 이웃들의 상식 밖 불편하고도 불쾌한 행동들에 점차 분노를 넘어 살의까지 느낀다. 그야말로 ‘타인을 지옥처럼 느낀다’는 발상에서 붙여진 제목인데 많은 이들에게서 공감을 샀다.

타인을 지옥이라 여기는 양상은 우리 사회 내 반목과 분열이 더욱 심해지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세대갈등부터 남녀·계층·지역·노사·문화적 갈등까지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갈등 공화국’이다. 갈수록 나와 반대의 입장을 지닌 사람이나 집단에 대해 관용은 부족해지고 증오와 혐오를 길러가는 작금의 세태가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안타까운 게 사분오열 갈라진 대한민국의 상황뿐만은 아니다. 사랑과 포용이 넘쳐야 할 교회 안에서도 몇몇 지체들이 서로를 지옥이라고 치부하는 현실은 더 가슴 아프다. 얼마 전부터 교회에 잘 나오던 한 성도가 보이지 않아 주위에 근황을 물었더니 “공동체에 실망해 떠나버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물론 그 책임을 전부 공동체의 탓으로 돌릴 순 없겠지만 성전에서마저 ‘타인은 지옥’이라 느끼고 실족한 영혼들이 얼마나 많을까를 생각하면 씁쓸하다.

이제는 다시 ‘공생’으로 돌아갈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나 역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지옥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할 것이다. 천국을 소망하며 한몸을 이뤄야할 교회가 편을 가르고, 언성을 높이며 손가락질 하는데 나도 일조하진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남의 눈의 티끌이 아닌, 내 눈의 들보를 먼저 보자는 것이다. 타인이 지옥 같지 않고, 더불어 삶이 행복임을 깨닫는 세상을 위해서는 진정 나부터가 타인에게 지옥은 아니었는지 한번쯤 자성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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