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1524년)(4)
상태바
혼란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1524년)(4)
  • 주도홍 교수
  • 승인 2019.09.19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츠빙글리 팩트 종교개혁사-60

사유재산과 청지기

츠빙글리에게 당시 십일조 제도는 어떻게 사람들이 성령의 자유를 육체의 자유로 왜곡시키며, 어떻게 헛된 재화 때문에 사회 혼란을 불러일으키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러한 일에 동참하는 사람은 바른 크리스천일 수 없으며, 그들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이 질식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십일조가 교황의 전권을 통해 오용되어, 결국 매매되어 십일조 징수권이 정치권력자들의 손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츠빙글리는 잘못된 십일조세 규례의 해결책을 세상 법과 판결에 관한 권한과 기준에서 찾는다. 그리스도는 세상 재물의 재판관이 아니기(눅12:14) 때문이다. 세상의 주인이신 주님이시지만 역시 잘못된 성전세를 내셨는데, 자신의 행동이 세상 사람들의 걸림돌이 되지 않고, 분노의 동기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서였다.(마17:24~27) 복음을 욕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 국가가 그것을 요구하는 한 십일조 세를 내야 하는데, 하나님은 재화에 대해 판결권을 국가에 위임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편에서 볼 때 사유재산(Eigentum)은 존재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존재하는데, 이는 우리가 그 소유의 선한 청지기로 부름을 받았기 때문이다. 

츠빙글리는 도둑질하지 말라는 계명을 실질적으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였다. 일반 법정이 사유재산이 아니라고 한 것을 사유재산으로 고집해서는 안 되는데, 일반법이 채무자로 판결할 경우, 마땅히 십일조를 내야 한다. 츠빙글리에게 십일조는 하루아침에 개혁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오랫동안” 오용되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지만, 십일조는 “매우 적법하게 우리에게 전해 내려온 제도”이기에, 어쩔 수 없이 국가와 교회는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법을 위반하지 않고서는 그 누구에게서도 십일조 징수권을 빼앗을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재세례파의 문제

혼란을 부추기는 네 번째 부류는 자기들은 언제나 옳은 삶을 산다고 착각하는 크리스천들이다. 국가 권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은 국가 권력을 소유하기를 원하며,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진정한 크리스천이 아니라고 하며, 유아세례를 가장 죄악으로 정죄하며, 자기들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을 때 욕설과 증오를 멈추지 않고, 인사도 하지 않으며, 적대자들을 비난하기를 기꺼이 하는 자들이다. 

그렇지만 츠빙글리는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나님 말씀의 능력을 경험하며 온유한 마음으로 평화롭게 함께 사는 양심적 그리스도인들의 정숙한 생활을 강조한다. 그리스도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가는 것이 먼저 요구된다. 여기서 츠빙글리가 일컫는 네 번째 사람들은 명확히 거론하지 않지만 재세례파 사람들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츠빙글리의 태도에 재세례파 사람들은 츠빙글리가 자신들을 반대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츠빙글리는 그들과 다른 생각을 제시했을 뿐,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