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레기’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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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레기’가 싫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9.09.18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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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기자라서 ‘기레기’라는 말이 더 싫은지도 모른다.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두고 나오는 기사의 댓글마다, SNS에서 기사를 공유하며 다는 덧글마다 관용어구처럼 나의 소중한 직업을 비하하는 표현이 등장한다. 찬반 여부를 떠나 무척이나 듣기 거북하다. 어릴 적 ‘군바리’라는 말을 썼다가 군인 출신 아버지에게 혼났다는 후배기자 말이 떠오른다.  

뉴스를 소비하는 독자 혹은 시청자들이 오죽하면 기자에게 ‘기자’와 ‘쓰레기’를 합성해서 쓸까 공감도 된다. 의도적인 오보와 왜곡보도를 지켜보면서 실망한 사람들의 정서가 ‘기레기’라는 단어에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뉴스’를 일방적으로 들을 수밖에 없었던 시대에서 언론매체는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이제 뉴스 소비자 누구나가 뉴스 생산자가 되는 시대이다. 왜곡보도는 금방 들통난다. ‘팩트체크’를 피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기사를 쓰는 직업의 무게감은 더해진다. ‘기레기’가 되지 않으려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기레기’라는 단어가 싫은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기레기’를 ‘기레기’라고 부른다는데 어찌할 것인가. 단지 내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뜻대로 출고된 기사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기레기’라고 매도하는 경우도 다수이다.

근래 교단 정기총회를 전후로 교계기자들도 ‘기레기’ 루머에 시달리곤 한다. 정치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아냥거리고, 기사를 평가절하 한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자신들의 주장을 옹호하기 위해 등장하는 ‘기레기’ 표현이 미울 뿐이다. 합리적이고 교양있는 사람들조차 ‘기레기’, ‘000충’과 같은 폄훼 표현을 스스럼없이 사용한다. 교회 안에서도 타협보다 적대가 크다는 사실을 단어 ‘기레기’에서 확인하게 된다. 거짓된 주장의 반대급부로 이용된다면 기꺼이 ‘기레기’가 되어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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