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중심 잡아준 기독교, 과거 영광 안주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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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중심 잡아준 기독교, 과거 영광 안주해선 안 돼”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9.09.17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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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1500호 특집 // ‘역사에서 길을 찾다’

2019년 현재 한국 사회가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위치는 어디만큼 일까. 요즘 교회 관련 세간의 언론기사를 보면 부정적 시각 일색이다. 댓글은 더 심각해 교회가 적폐라고까지 한다. ‘개독교’, ‘개독’ 같은 모독성 표현이 난무한다. 사실 교회가 세상의 비판받는 일은 늘 있어왔다. 구한말 선교초기 믿음의 선진들도 그랬다. 신앙의 지조를 지키다 비난받았지만, 기어이 교육과 의료, 구제, 독립운동으로 이 땅과 민족을 사랑했다. 근현대 역사의 흐름에서 교회는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을 보여주었다. 오늘날 교회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지금 교회가 받는 비판과 비난이 신앙 선배들의 그것과 과연 같은 것일까.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지경에서, 한국교회가 길을 헤매고 있는 듯하다. 길을 찾기 위해서는 지나온 발걸음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교회 역사에서 답을 찾고자 본지는 지령 1500호를 맞아 특별좌담을 마련해, 교회사가들에게 길을 물었다. <편집자주>

사회 : 이현주 편집국장
패널 : 백석대학교 기독교학부 교회사 전공
        석좌교수 민경배 박사
        석좌교수 이상규 박사   
        교목부총장 장동민 박사
일시 : 2019년 9월 9일 오후 6시 30분
장소 : 백석대학교 서울캠퍼스 비전센터 연구실

본지 지령 1500호 발행을 기념하여, 백석대학교 교회사 학자들을 초청해 특별좌담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이상규, 민경배, 장동민 교수.
본지 지령 1500호 발행을 기념하여, 백석대학교 교회사 학자들을 초청해 특별좌담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이상규, 민경배, 장동민 교수.

민경배 박사 “나쁜 요소만 부각하지 말고 긍정적 요소 찾자”
이상규 박사 “의도적인 기독교 공격 문제…잘한 점 더 많아”
장동민 박사 “그리스도 몸 사분오열 반성, 거룩함 회복해야”

이현주 국장 : 오늘의 한국 사회를 보면, 마치 해방 이후 이념갈등이 지배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갈등과 반목의 원인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민경배 박사 : 역사는 각 시대 마다의 사명과 역할이 있습니다. 어떤 시대에 사는 사람들이 다른 시대를 두고 자기 시대에 종속되어 있다거나 열등하다고 생각한다면 잘못입니다. 예를 들어서 6.25 때는 그 때 이상 더 위험한 때가 없었다고 합니다. 10년 전이나 지금도 우리 시대가 가장 불합리하고 갈등관계가 많다고 합니다. 역사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긍정적으로 봐야 합니다. 바울과 바나바, 초대교회는 얼마나 싸웠습니까. 지나치게 나쁜 요소를 과대평가하지 말고 긍정적 요소를 찾아야 합니다. 언제나 그 시대의 긍정적인 것을 캐치해서 확대하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이상규 박사 : 지금 우리 사회의 갈등은 견해차에 의한 갈등 정도가 아니라 이념화된 이데올로기적 대립이라는 점에서 심각합니다. 나의 이념에 동의하지 않으면 적이고 궤멸되어야 할 존재라고 여깁니다. 절대화된 이념은 폭력일 수 있습니다. 이런 이념적 갈등은 해방과 냉전 구조,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형성된 태생적 성격이 있지만 지금의 갈등은, 제가 볼 때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정치 지도자는 국민통합이나 화합을 추구해야 하는데, 도리어 좌파의 결속을 위해 이념 갈등을 심화시킨 것입니다. 일부의 종교지도자들 조차도 이런 프레임에 영합하여 교계에도 똑같은 이념적 갈등과 반목이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상호 존중, 경청, 이해와 화해, 연합과 같은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장동민 박사 : 우리 근대사의 큰 그림을 돌이켜 보면, 동아시아의 평화와 각국의 번영을 저해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은 두 가지의 ‘왜곡’이 일어났습니다. 그 하나는 일제의 식민지 지배이고요, 다른 하나는 냉전 이데올로기로 인한 한국전쟁입니다. 역사적 왜곡이 일어나면 뒤이어 이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우리 민족의 경우는 해방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민 지배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채, 분단과 전쟁과 대결의 역사가 이어졌습니다. 
저는 오늘날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과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혼란상은,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아 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진통이라고 봅니다. 

이현주 국장 : 더욱 안타까운 것은 청산해야 할 역사적 과제로 ‘기독교’를 집단적 타깃으로 삼는 현상입니다. 과연 기독교는 적폐세력일까요? 아니면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한 대한민국의 밑거름이었을까요?

이상규 박사 : 기독교회가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신뢰를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은 일단 우리의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기독교를 적폐세력이라고 말하는 것은  의도적 공격이라고 봅니다. 과거에 한국 기독교는 이 나라의 독립과 근대화에 기여하였고, 근대교육과 의료, 민주의식, 여권신장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기독교는 한국에서 자유민주주의 수호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봅니다. 기독교는 선교학교를 통해 많은 인재를 양성하였고, 근대 서구 문화적 배경에서 교육 받은 이들이 자유민주주의 건국에 기여하였습니다. 잘한 점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장동민 박사 : 한국교회가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를 객관적인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민족의 중심을 잡아주고 갈 길을 인도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일제 말에 기독교의 일본화에 동조하고, 해방 후 교회 내부에서는 일제로부터의 정화운동에서 실패하였습니다. 지역과 인물과 이익에 따라 그리스도의 몸이 사분오열되었고, 70~80년대 민주화라는 민족의 과업에 동참하지 못하였습니다. 90년대 이후 정치적 보수와 신학적 보수가 손을 잡음으로, 정치적·신학적 진보주의자들의 표적이 된 것입니다. 우리는 과거의 영광에 안주해 있어도 안 되고, 스스로를 낮추어 자학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거룩함과 선행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야 합니다. 

민경배 박사

 

민경배 박사 : 사실 기독교를 타깃으로 공격하던 세력은 역사적으로는 조선총독부와 공산당이었습니다. 현재 기독교를 집단적으로 공격하는 세력은 한국에서는 공산당이나 좌익 이외는 없다고 봅니다. 대한민국 국회가 처음으로 소집돼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헌법을 채택한 1948년 8월 제헌국회의 회의록 첫 문장이 이승만 의장의 하나님께 대한 감사였고 이윤영 의원의 기도였습니다. 오히려 교회 스스로가 자기비하를 하는 현상도 있는 것 같은데, 한국교회는 엄청난 일을 했습니다. 3.1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독교가 없으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현주 국장 : 종교인 과세, 목회지 대물림, 교회 비리 등 첨예화 된 이슈와 맞물리면서 한국교회를 향한 사회적 반감이 최근 극에 달하는 것 같습니다. 사회에 비춰지는 교회의 부정적인 모습의 원인을 역사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민경배 박사 : 한국교회는 1907년 평양대부흥 때 거대한 세계적 교회로 부상하고 있었습니다. 1910년 세계적 교회 지도가 모트(J. R. Mott)는 한국교회에 의해 세계가 기독교화 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2009년 11월 ‘The Economist’는 한국이 기독교 국가로 선포될 날이 눈앞이라고 예언하기도 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한국교회 대부흥기의 갑작스런 대량화(大量化)에 있습니다. 대량화 현상에 한국교회 준비가 미약하였습니다.  

이상규 박사 : 그동안 한국교회가 수적 성장을 제일의적(第一義的) 과제로 수용하여, 성장 아닌 것은 이차적인 혹은 부차적인 가치로 간주하였는데 그런 결과가 기독교적 가치나 기독교 윤리에 대한 의식의 약화를 가져왔다고 봅니다. 수적 성장은 일종의 블랙홀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절대적 가치였고, 그것이 모든 것을 삼켜버렸습니다. 그래서 사랑과 베풂, 섬김과 배려, 자기희생과 봉사 같은 기독교정신을 제시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너무 쉽게 기독교 가치를 포기한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지요.

장동민 박사 : 한국교회가 사회에 실망을 안겨 준 첫 사례는 일제 말 친일 행적을 청산하려는 경남노회의 정화운동 실패라고 봅니다. 이후 사회의 변동과 발전에 따라 교회의 도덕성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교회성장의 그늘에 탐욕이 독버섯처럼 자라고, 민주화 시대에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권위주의와 교권주의가 교회를 어지럽혔습니다. 이제 교회의 성장이 멈추고 미래가 어두워지자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각자도생이 대세가 된 것 같습니다.

이현주 국장 : 한국교회가 분열의 역사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반면 그 안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또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교단의 분열에 대해 우리의 시각은 어떠해야 하겠습니까?

이상규 박사

이상규 박사 : 지금은 달라졌겠지만, 제가 잘 아는 호주 서부에는 3개 교회로 구성된 화란개혁파 계통의 교단이 있었고, 미국에는 5개 교회로 구성된 개혁장로교단이 있었습니다. 듣고 보니 별것 아닌 문제로 나눠졌더라고요. 스코틀랜드장로교회에서는 성찬식 때 집례자가 성찬의 떡을 회중 앞에서 높이 들어 보여야 하는가 아닌가를 두고 논쟁하다가(lift controversy) 분열한 일이 있지 않습니까? 문제는 과도한 분열이겠지요. 한국교회는 특이한 구조가 있는데 그것은 분열하면서 성장하고, 성장하면서 분열했다는 점입니다. 분열과 성장은 상호 원인이자 결과였습니다. 연합과 분열은 늘 긴장관계에 있는데,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연합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장동민 박사 : 분열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역사하셨다고 해야 옳을 것 같습니다. 성경 어디에도 분열을 정당화하는 구절은 없습니다. 때로 불가피한 분열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런 분열을 겪는 사람들은 인간의 한계를 인정해야 하며, 인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일하시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할 것입니다. 대다수 분열의 경우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그 배후에는 집단적 자기 의(義)와 지역주의와 탐욕이 있을 뿐입니다. 

민경배 박사 : 교회분열은 비신학적인데, 요컨대 지역적(地域的), 인간적(人間的), 정치적(政治的) 요소가 있습니다. 교회가 역사 안에 존재하는 이상, 교파교회의 개혁주의 신학을 따르는 이상, 이런 요소의 작용을 전적으로 삼제하기는 힘듭니다. 교황제를 실시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교회 분립 현상은 필연적입니다. 다만 여러 연합운동이 병립하는 것은 수치입니다.

이현주 국장 :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었습니다. 한국교회가 무엇을 남겼는지는 사실 회의적입니다. 3.1운동에서 교회 역사를 생각할 때 회복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요.

장동민 박사 : 3.1운동이 우리 민족의 근대사에 남긴 선물은 저항적 민족주의와 민권사상입니다. 당시 교회는 기독교 정신이 운동에 반영되도록 하면서도 천도교와 화합하였고, 전 국민의 호응을 얻어내었는데, 이는 요즘 많이 회자되는 ‘공공신학’의 전거가 될 만합니다.
가끔 ‘왜 우리 한국교회는 100년 전 과거의 역동성과 영광을 잃어버렸는가?’ 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신음과 통곡을 기억하고 그들과 함께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시대에 3.1정신을 되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민경배 박사 : 3.1운동에서 한국교회는 거대한 흔적을 남겼습니다. 한국교회가 전국의 민족동력을 동원한 체제를 갖추고 있었다든가, 정치에는 반드시 도덕성이 동반하여야 한다든가, 세계사적 비전을 감지하였다든가, 민족의 계시록으로 서 있었다든가 하는 것입니다. 당시 한국교회는 여러 종교들과의 협동했고, 독립운동의 진행, 상황, 피해, 이런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예언자적 성찰에 충실하였습니다. 이런 거대한, 막대한, 역사적 공헌을 이룬 일들을 지금도 하여야 합니다.

이상규 박사 :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우리가 우선해야 할 일은 3.1운동의 ‘실상’(fact)에 대한 정확한 확인입니다. 민족 혹은 민족주의라는 울분이 역사적 사실을 과장하거나 왜곡할 수는 없습니다. 교회의 만세운동 가담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한 가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3.1 운동 당시의 종교 간의 협력과 연합입니다. 기독교 지도자들 가운데 길선주나 신석구 목사 같은 이들은 자기 신앙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민족이 직면한 난제에 타종교인들과 협력할 수 있다는 확신이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우리 민족이 직면한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협력하고 연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현주 국장 : 식민지 역사를 두고 한·일 관계가 크게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한국교회는 어떠한 목소리를 내야 할까요?

민경배 박사 : 그 시대는 각각 하나님 앞에 등거리(等距離)에 있습니다. 우리는 일제 압제 아래에서 그 시대가 할 수 있었던 일들을 하면서 힘써 살았습니다. 순교자도 내고 독립운동도 하고 그런 압제 속에서 할 수 일들을 다 하면서 훌륭하게 살았습니다. 

이제 해방이 된 지 74년이 지났습니다. 일본은 독일만큼 사죄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일본의 국가로서의 한계가 거기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제 어떻게 하겠습니까. 미래 지향적으로 나가야 합니다. 잠언 말씀대로 ‘묵시가 없으면 백성이 방자히 행’하게 됩니다. 앞으로 할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미래를 설계하고, 더 좋은 나라 만들기로 다짐하며 맹진하여야 합니다.  

이상규 박사 : 이럴 때에 한국교회는 근본을 생각해야 합니다. 교회마저도 덩달아 관제 민족주의 선동에 매몰되어 맹목적 반일을 외치고 일본제품 거부운동이 애국인양 행사하는 것은 유치한 대응이라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외교적 수완을 발휘하여 극일의 길과 공존을 모색하는 것이 국제사회 정서에 부합된다고 봅니다. 교회도 반목과 대결이 아니라 화해와 협력을 호소해야한다고 봅니다.

장동민 박사

장동민 박사 : 일본과의 관계악화는 한반도를 둘러싼 근대사의 왜곡을 바로잡는 과정의 하나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우리가 단합하여 일본을 극복하고 경제적·외교적으로 당당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하고, 일본도 이를 인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일본과의 관계, 더 나아가서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열강들과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기독교는 기본적으로 온 인류가 하나님의 자녀인 것을 믿는 코스모폴리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중국도 북한도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파트너이며, 또한 그 나라 국민들 가운데는 구원 받아야 할 하나님의 백성들이 많이 있습니다. 일본산 불매운동에 동참할지라도 마음속으로 일본이나 일본 국민을 미워하는 것은 우리 주님의 가르침에 어긋납니다.

이현주 국장 : 우리 사회와 한국교회 관계를 고려할 때, 성도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역사적 사건을 한 가지 제안해 주신다면? 또한 꼭 청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고견 부탁드립니다. 

이상규 박사 : 1948년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자유민주의 정부를 수립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꼭 알아야 할 중요한 사건이라고 봅니다. 이승만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신봉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그는 공산당이 찬성했던 신탁통치도 반대했고, 미군정이 추진한 좌우합작도 반대했고, 반공포로 석방도 할 수 있었습니다. 1946년 8월 미군정이 조사한 여론 조사에서 77%가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를 선호했지만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건국하게 된 점은 꼭 알았으면 합니다. 

민경배 박사 : 1930년부터 1945년까지 15년을 ‘15년 전쟁기’라고 합니다. 그때 세계는 경제 공황에 빠졌지만 한국은 그야말로 전 민족의 반영구적인 기아상태에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교회는 엄청난 역할을 합니다. 찬송가 ‘아침해가 돋을 때’를 지어 소리 높이 부릅니다. 우리가, 교회가 ‘햇빛’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남궁혁은 한국이 역사의 마지막 시대를 이끈다고 외쳤습니다. 김교신은 한국이 세계대륙을 걸머지고 일어선다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청산하여야 할 문제는 물질주의와 권세욕입니다.

이현주 국장 : 남북관계 진전과 답보가 거듭되면서, 한반도 평화 더 나아가 통일은 요원해지는 것 같습니다. 혜안을 위해 삼을 수 있는 역사가 있을까요?

장동민 박사 : 저는 순교자 손양원 목사님께서 우리 시대에 지향해야 할 바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의 원자탄’으로 알려졌는데, 바로 자기 아들들을 죽인 청년을 양아들로 삼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그 청년이 바로 공산주의자였습니다. 손 목사님은 당시 살벌한 좌우이념의 대결 속에서 기독교는 좌우의 이념을 뛰어넘어야 하며, 뛰어넘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가지고 혐오를 극복하고 서로 사랑하는 길이 기독교가 제시하는 길입니다. 

민경배 박사 : 남북관계는 이제 국내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강대국 한복판이고 특히 세계 양대 기축의 경계선 상에 있습니다. 쉽게 ‘통일’을 말하기가 힘듭니다. 이 남북 양단의 문제는 멀리 1896년까지 이릅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 문제는 세계 질서가 ‘양대’ 갈등이 해소될 때에 비로소 그 실마리가 풀린다고 봅니다. 청일전쟁, 러일전쟁이 다 한반도 때문이었습니다.

이상규 박사 : 저는 통일문제와 관련하여 두 가지를 지적해 두고자 합니다. 첫째는 통일지상주의인데, 분단이 많은 문제의 근원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통일만 되면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는 것처럼 여기는 통일 만능주의는 조심해야 한다고 봅니다. 통일이 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어떤 체제로 통일하느냐고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국토의 통일보다 더 우선하는 것은 북한주민의 인권이라고 봅니다. 북한의 반인권적 독제체제를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드린다면 북한 주민의 인권은 개선될 수 없습니다. 공간적 통일논의보다 우선하는 것은 북한주민이 최소한의 자유 민주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이현주 국장 : 학생들의 역사의식이 시기적으로 변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역사에 대한 무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민경배 박사 : 좌익계 역사교육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6.25가 한국의 북침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일 뿐 아니라 커다란 범죄의 문제입니다. 최근에는 자사고 문제로 역시 좌익계의 역사주입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역사교육에 대한 일대전환이 긴급합니다. 이런 일은 정당한 객관적 생각이나 기독교적 양식을 가진 정치의 확보 아니고서는 힘들다고 봅니다. 성서 자체가 역사입니다. 그렇다면 역사에 대한 교육이 신앙만큼 중요하다는 의식의 확대가 절실합니다.

이상규 박사 : 연산군이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역사뿐이다”(人君所畏者, 史而已)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비록 폭군으로 평가받지만 그에게는 역사의식이 있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면 역사의식도, 역사에 대한 관심도 없게 됩니다. 
저는 늘 ‘역사는 사례를 가지고 가르치는 설교’라고 말해왔는데, 구약에 기록된 이스라엘의 역사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삶을 위한 설교였습니다. 성경은 인간은 전적으로 타락했다고 가르치는데, 역사를 보면 인간은 전적으로 타락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성경의 가르침이 역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고, 역사를 바로 가르쳐야 합니다.

장동민 박사 : 아무래도 요즈음 신학생의 경우, 역사에 대한 관심은 덜 해졌다고 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요. 우리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깊이 고민하는 것보다는 현실에 적응해서 살아남으려 하는 태도가 강한 것 같습니다. 역사니 민족이니 이념이니 하는 거대담론을 좋아하지 않는 포스트모던적 태도가 몸에 배인 것 같기도 하고요. 역사를 가르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경우 자기가 속한 교단의 역사를 정당화하고 교리를 수호하려는 좁은 목적을 가지고 가르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역사를 통하여 우리 자신과 교회를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를 통하여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교회사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현주 국장 : 한국교회가 부흥했지만, 최근에는 우리 성도들이 자존감이 하락하는 것 같습니다. 역사에서 있어서 성도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장동민 박사 : 저는 두 가지의 태도를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는 성령께서 우리 선조들을 통하여 한국교회에 하신 일들을 살핀다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가 우리 민족사에 남긴 선한 영향력은 다 헤아릴 수 없습니다. 둘째, 성령의 인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연약함과 우리가 지은 죄악의 실체를 똑바로 보고, 겸손히 통회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간구를 들으시고 새로운 소망의 미래를 보여주실 것입니다. 하나님이 택한 백성들을 버리지 않으신다는 그의 신실하신 성품과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제시해 주시는 미래의 비전이 우리 소망과 자부심의 근원이 될 것입니다. 

이현주 국장 : 지령 1500호를 맞은 본지를 위해 당부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민경배 박사 : 우리 신문을 보면 비판 일색입니다. 앞으로 기독교연합신문은 우리나라가 이루어낸 업적, 교회가 잘하는 역할들을 잘 소개해주기 바랍니다. 긍정적인 것을 더 찾아내 보도해야 할 것입니다.  

이상규 박사 : 기독교연합신문은 교단지이면서 한국교회 전체를 아우르는 신문이라 좋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후대에 도움이 될 기록들이 신문에 축적되길 바랍니다. 또 외국교회와 세계교회 동향 부분은 더 보충해주길 바라며 앞으로 한국교회가 나아갈 바를 제시해주는 매체가 되어주길 부탁합니다. 정리=이인창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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