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어린이는 가정을 가질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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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어린이는 가정을 가질 권리가 있다”
  • 승인 2004.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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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아이 1만명시대, 새가정이 필요하다

“요즘 아이들 너무 행복한 거 아닙니까?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갖고 싶은 거 다 갖고 하루하루가 어린이날 같은데 어린이날이 무슨 필요가 있답니까?”

이런 불평은 ‘어린이 날’을 없애자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다.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어린이날이 굳이 무슨 소용이냐는 말이다. 요즘 아이들이 풍요로운 것은 사실이다. 출산율이 저하되면서 한 자녀, 두 자녀만을 두고 있는 가정에서는 아이들 양육이 경제운영의 1순위다. 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가정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행복한 가정에서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있는 반면 사회의 그늘진 곳에 숨어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어린이들도 있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요보호아동 발생통계를 보면 이 같은 사실이 더욱 피부에 와 닿는다. 2001년 자료에 의하면 어른들의 보호가 필요한 아동은 1만2천여명. 기아상태의 아동이 717명, 미혼모 아동이 4,897명, 미아가 98명, 비행가출과 부랑아가 728명, 빈곤과 가정학대를 겪고 있는 아동은 무려 5,646명에 달한다.

10년전인 1990년에는 요보호아동이 5천7백여명이었다.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덜 풍요로웠던 시절, 기아아동이 1,844명으로 지금보다 현저히 많았지만 미혼모 아동은 2천3백여명에 불과했다. 10년새 미혼모 아동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도시화와 산업화로 성산업이 유입되고 성문화가 개방되면서 미혼모의 수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보수적인 사회구조는 음지를 통해 퇴폐적인 문화가 확산되게 만들고 있으며 건전한 성생활이나 피임의 중요성까지 가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발생한 요보호 아동은 시설에 입소되거나 새로운 양부모를 만난다. 양부모에게 입양되는 연령대는 0~36개월. 36개월이 지난 아동은 보호시설로 보내진다. 그러나 아직까지 입양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부족한 탓에 많은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어진다.

지난 2002년 요보호아동 가운데 입양된 아동은 모두 4,059명이다. 이들 가운데 1,694명이 국내로 입양되었고 그보다 많은 2,365명이 해외로 입양됐다. 이는 97년도 국내입양 1,412명, 해외입양 2,057명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아동복지시설 관계자들은 “한국사회의 부정적인 편견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부모를 잃거나 버림받은 아이들 중 60%이상이 부모를 찾지 못한 채 시설보호를 받고 있다.

고아수출국 1위의 오명은 언제쯤 벗겨질 것인가. 버려지는 아이들이 없는 세상, 버려진 아이들이 또다시 해외로 수출되는 아픔이 없는 세상은 꿈에 불과한 것인가.

입양, 부모가 되는 또하나의 방법

입양가정들로 구성된 엠펙(MPAK, Mission to Promote Adoption in Korea)은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입양을 장려하고 입양가정의 복지와 권리향상을 위해 만들어진 자발적 모임이다. 이들이 꿈꾸는 세상은 ‘입양했다’는 사실이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 날이다. 버려졌거나 부모가 없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부모가 되는 일은 하나님이 우리를 자녀 삼으신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해석한다.

엠펙을 이끌고 있는 한연희 회장은 이미 다섯 자녀를 입양해 기르고 있는 살아있는 모델이다. 봉사 다니던 시설에서 일곱 살 된 사내아이를 입양했고 갈등과 대립이라는 애증의 시간을 거치고 나서야 참된 모자관계를 쌓을 수 있었다. 입양전문가들도 12개월이 지난 연장아동의 입양은 몇 배의 사랑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한회장은 4년동안 겪은 시행착오를 만회하기 위해 6개월된 아이를 다시 입양했고 그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7년이라는 시간이 그 아이에게는 얼마나 위태롭고 불안한 시간이었는지를 이해했다고 고백했다.

“첫 번째 입양아동과 함께 산지 10년이 지나고서야 마주앉아 눈물을 흘리며 마음을 보이는 대화를 나눴죠. 이렇게 좋은 날이 올 줄 알았어요. 부모와 자녀의 애착은 누구나 겪는 문제죠. 다만 그 아이와 저는 7년이라는 긴 공백으로 인한 갈등이 있었을 뿐입니다. 둘째 아이를 입양하고서야 그 아이를 미리 만나지 못한 죄책감이 생겼죠. 더 잘해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대하고 나니 관계가 회복되더군요.”

한번의 실패는 다섯 번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한 회장은 지금 예쁜 막내딸 아이를 입양해 키우고 있고 갈등을 겪었던 둘째 아들과 친아들인 첫째 모두 의젓한 대학생이 되어 있다. 한 회장은 국내입양이 힘든 이유에 대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 부족과 사회적 인식의 문제를 꼽았다.

“국내 상황에서 입양은 전적으로 양부모의 책임입니다. 장애아를 입양할 경우 매월 양육비 50만원을 지원받지만 일반아동은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그리고 사후 관리도 되지 않죠. 국가가 주는 혜택이라고는 중·고등학교 수업료 면제혜택뿐입니다. 그나마 입양부모들의 건의로 2005년 1월부터 의료비 전액을 지원받게 됩니다.”

교회의 무관심은 이보다 더하다. 온누리교회가 몇 년 전 ‘러브체인’이라는 교회 내 소그룹 모임을 통해 입양을 권장하고 나누는 모임을 만들었지만 모임을 운영하던 담당 교역자가 교체되면서 관심도 시들해져갔다.

목회자들은 성도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입양을 권하지 않고 있고 또 입양을 선행으로 생각하는 탓에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며 입양을 드러내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입양을 선택한 양부모들은 이 일은 선행이 아니라 부모가 되는 또 하나의 방법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현재 입양부모의 80%는 크리스천이다. 물론 불임가정에서 입양을 선택하는 경우가 다수지만 최근에는 유자녀가정의 입양도 증가하는 추세다. 엠펙은 입양부모들에게 자녀양육에 필요한 실질적 지식을 전달하고 지역별 정기모임을 통해 힘든 부분을 서로 공유하며 대안을 찾아나간다. 부산 호산나교회의 경우 지역모임을 지원하는 든든한 후원자이기도하다.

엠펙 서울 경기지역 정기모임에서 입양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결과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 “나중에 불량 청소년이 된다더라”는 식의 부정적인 말이었다.

그러나 입양을 경험한 사람들은 “소중한 내 자녀를 하나 얻는 일”이었을 뿐이고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우연은 친자식에게도 예외가 아니라며 담담한 반응이다.

그들은 말한다. 부모로부터 한 번, 사회로부터 또 한번 버려지는 아이들이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며 이것이 국내 입양이 활성화 되어야 하는 이유라고 말이다.

한 해 평균 부모를 잃은 아이 1만 여명. 이들은 아무 연고도 없이 세상에 던져진다. 6.25전쟁 고아들을 해외로 입양시켜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준 헨리 홀트는 “모든 어린이는 가정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조건없이 우리를 자녀로 삼은 하나님처럼 우리 또한 이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야 함이 마땅하며 이것이 크리스천이 살아가는 방법인 것이다.

이현주기자(lhj@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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