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목회자 ‘퇴직금’, 현실적인 표준규칙 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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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목회자 ‘퇴직금’, 현실적인 표준규칙 정해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9.09.0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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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목회자 퇴직금, 어디까지가 적정선일까

한국교회 침체기가 계속되면서 은퇴하는 목회자들의 생활도 막막해졌고, 교회 역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한국교회는 은퇴 목회자의 예우에 대한 표준 규칙이 없고 노회 차원에서 정한 은퇴 목회자의 예우 규정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명확한 규정이 없는 만큼 은퇴 목회자에 대한 예우로 지급되는 전별금인 ‘퇴직금’을 놓고 크게 갈등하는 교회도 늘어났다.

목회자들이 교인들에게 과도한 예우를 요청해 교회가 재정적 어려움에 빠지거나 필요 이상의 퇴직금으로 사회적인 지탄을 받기도 한다. 반면 교회의 전별금을 받지 않고 퇴직한 목회자들의 이야기는 훈훈한 미담의 사례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교회 7~80%가 미자립교회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은퇴 이후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목회자들의 노후를 위한 ‘적정선’의 퇴직금 선정과 지급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이러한 문제 인식 속에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주최로 2019 목회자 퇴직금 세미나가 ‘성경과 세법이 말하는 목회자의 퇴직금’을 주제로 지난 30일 열매나눔재단 나눔홀에서 개최됐다.

▲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주최로 2019 목회자 퇴직금 세미나가 ‘성경과 세법이 말하는 목회자의 퇴직금’을 주제로 지난 30일 열매나눔재단 나눔홀에서 개최됐다.

‘퇴직금’에 대한 교단의 표준규칙 필요

이날 정준경 목사(생동교회)는 생동교회가 시행했던 원로목사 예우에 대한 실제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교회를 향한 바람을 전했다. 그는 “은퇴 목사의 예우에 대한 문제는 은퇴하는 목회자에게는 상처가 되고 교회의 갈등 요소가 되기 쉽다”며, “교우들이 이 문제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생동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교회 합동 남서울노회 소속으로 은퇴 목회자 예우에 대한 노회의 규정이 있다. 이에 따라 교회는 은퇴 목회자에게는 근속년수에 따른 퇴직금과 별도의 위로금을 비롯해 사택과 매달 생활비, 건강보험료 등까지 책임져야 한다.

정 목사는 “노회의 규정대로 진행한다면 대다수 교인들이 과하다고 반발할 것 같다. 교단마다 총회 차원에서 합리적인 표준 규정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교회가 교육, 선교, 구제 등의 사역을 하기 위해서는 재정이 필요한데, 은퇴 목회자가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가지고 가기 때문에 교회가 제대로 사역을 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은퇴하는 목회자에게 필요한 것은 크게 사택과 생활비 두 가지다.

이 부분에 대해 그는 “사택은 교회의 명의로 전세 혹은 구입을 해서 두 분이 마지막까지 편안히 생활하고 두 분 모두 별세할 경우 교회의 재산을 가져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은퇴하는 목회자는 교회를 위해 희생하는 마음으로 소박하게 받아 나가시려하고 교회는 수고한 목회자에게 정성껏 예우해드리려는 마음으로 진행한다면, 좋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노회나 교단 차원에서 교회의 현실적 상황을 반영한 은퇴 목회자 예우에 관한 표준규칙을 정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나눔’의 공동체정신 담아야

유경동 교수(감신대)는 인권적 차원에서 은퇴 목회자를 위한 교회의 퇴직금 지급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신학적 관점에서 퇴직금의 적정수준에 대해 이야기했다. 유 교수는 “노년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목회자들을 위해 직무를 수행했던 교회나 교단에서의 적절한 지원과 배려, 돌봄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목회자 퇴직금의 성격이 소유나 소비로서 재산의 의미가 아니라, 성직의 영적 지위를 유지해주는 기독교 공동체 정신이 우선돼야 한다”며, “퇴직금이 재산의 축적으로 비쳐져서는 안되며 ‘나눔’이라는 교회전통의 정신과 연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퇴직금의 적정 수준과 규모에 대해 유 교수는 “퇴직금에 대한 책임은 소비의 정신과 연관해 사회적 통념과 적절한 수준의 눈높이에 부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교회나 교단은 연금과 같은 대안을 통해 노년의 성직자 가치가 지속적으로 재생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교단의 공적 책임을 강조했다.

‘종교인 퇴직금’에도 납세의무 있어

그렇다면 사회법상 목회자 퇴직금에 대한 규정을 어떻게 봐야할까. 근로기준법에 따라 지급하는 퇴직급여제도에 따르면 담임 목회자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기에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목회자가 퇴직금을 요구할 권리는 없다. 그러므로 퇴직금 지급 여부는 전적으로 교회의 결정에 달려있으며, 부교역자들은 근로자 해당 여부에 따라 퇴직금 지급 의무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특히 2018년 ‘종교인 과세’가 시행됨에 따라 교회에서 지급하는 퇴직금을 받았다면, 목회자들도 퇴직소득에 대한 세금을 반드시 납부해야 한다. 지난 7월 17일 종교인 대상의 퇴직금 소득세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2018년 이후 근무기간 대상의 퇴직금에 대해서만 과세가 된다. 2018년 이전은 퇴직금 부과기준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종교인 입장에서 완화된 퇴직금 과세 규정이다.

최호윤 회계사(삼화법인)는 “교회가 목회자 노후 차원에서 퇴직금을 지급한다고 볼 때 퇴직소득의 범위는 퇴직금, 위로금, 공로금, 보상금, 전별금 등 명칭과 관계없이 모두 퇴직소득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퇴직소득에 해당하지 않는 금전을 지급하는 경우엔 근로소득(또는 종교인소득)으로 과세하게 된다.

이 경우 은퇴 목회자에게 교회가 정기적 또는 부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금액은 종교인소득(기타소득)에 해당된다. 최 회계사는 “종교가 적정한 범위에서 세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데, 오히려 사회가 종교를 배려하는 입장에서 과세에 대한 입법체계를 만들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교회의 입장정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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