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는 도덕성이 필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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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는 도덕성이 필요 없는가?
  • 승인 2004.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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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달 동안 대통령 탄핵심판 문제와 국회의원총선거로 온 나라가 술렁거렸다. 우리교회에서 설교했던 모 목사는 “노무현 돌대가리!”라며 “그 돌대가리가 사법고시는 어떻게 합격했는지 모르겠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렇듯 우리 국민들은 신분여하를 막론하고 이성을 잃었고 거친 행동과 말로 분노를 터뜨렸다. 그러나 우리는 정치인들이 입으로 토해내는 감언이설(甘言利說)을 주시해야한다.

먼저 한강변에 천막을 치고 탄핵반대를 주장했던 모 정당의 수도권 공천자들의 행동을 보자. 그들 가운데는 현역의원으로 탄핵찬성표를 던진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국회의원이 아니라 투표는 안 했지만 탄핵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당론을 따른 사람들도 있었다. 그랬던 사람들이 탄핵 여론이 악화되니까 탄핵반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탄핵이 잘못된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면 뒤늦게 탄핵반대를 외칠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것이 옳았을 것이다. 아니 그 똑똑한 사람들이 처음부터 왜 탄핵을 반대하지 않았을까? 그들은 개혁성향을 지닌 참신한 자들로 분류된 이들이었는데 국민을 기만하고 속이는 버릇은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반면 탄핵정국의 피해자라고 했던 사람들은 어땠는가? 그들은 탄핵 당하던 날 국회의원 명패를 집어던지며 억울함과 슬픔을 주체하지 못했다. 민주주의를 수호하지 못한 것을 죄스럽다며 자신들의 한계에 대하여 자책했다. 그 장면을 지켜보는 국민들로 하여금 안타깝게 했고 동정을 사기에 충분했다. 결국 그들의 저항행동이란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는 길 뿐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비장하고 단호한 마음으로”(?) 국민들 앞에 의원직을 사퇴하기로 선포했다. 그랬던 그들이 막상 선거가 시작되자 한 달도 안 남은 임기에 연연하며 국민들 앞에 사죄한다는 말로 사퇴를 취소해버렸다.

어떤 신문에서 이런 유머를 보았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을 “보통사람”이라고 한다.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을 “기업인”이라고 한다. 인간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는 사람을 “정치인”이라고 했다. 이것이 정치인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다.

나는 이번 선거기간동안 어느 정당의 주장도 믿거나 인정할 수 없었다. 자신의 정당이, 후보자 아무개가 나라를 살리고 지역을 살리겠다며 호언장담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또 속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이제 국민의 심판과 선택은 끝났다. 따라서 불신과 비방, 미움과 증오는 사라져야 한다. 이념의 대결이나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세력이나 지역감정에 의존한 정치세력들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국론을 분열시키는 사람들은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한다. 우리는 국론을 하나로 만들어 분단민족의 고통을 치유하고, 지역간의 갈등을 없애는 평화로운 사회를 건설해야할 큰 과제가 있다.

이제는 다른 선택이 없다. 화해와 용납의 길로 가야하고, 서로 다름에 대해서 비판과 비방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존중하고 인정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런데 불행한 것은 우리사회는 남북분단의 산물로 생긴 흑백논리라는 국민정서가 나와 같지 않은 사람,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해서 용납하지 않는다.

이는 성숙하고 평화로운 사회가 될 수 없는 원인이다. 한 가지 유념할 것은 지금 우리 국민들의 도덕불감증과 낮은 준법정신으로는 정치인들의 불법과 타락, 부정과 부패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한 국가의 희망은 정치인들만이 이룩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영설목사/문래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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