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 살아난 인생…제2막은 온전히 주님께 바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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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다 살아난 인생…제2막은 온전히 주님께 바쳐야죠.”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6.25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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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인사이더-5] 생명 살리는 ‘목회자’ 꿈꾸는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박의건 청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을 고비 넘기고 오랜 가나안성도 생활 청산
백석에서 꿈꾸는 예비목회자의 비전…‘생명 살리는 복음’ 전할 것

오늘날 한국교회가 사회에서 지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도덕적·윤리적으로 어긋난 일부 목회자들이 빚어낸 ‘자질’ 논란 때문이다. 이따금씩 불거지는 그들의 상식 밖 일탈행위와 범죄는 기독교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켰다. 그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봤자 무엇하느냐는 속담처럼 보다 근본적으로는 예비 목회자들을 양성하는 신학교에서부터 철저한 검증을 동반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이 ‘신학은 학문이 아닌 생명을 살리는 복음’이란 개혁주의생명신학을 기치로 내걸고 신학생들의 지식보다 ‘영성’을 키우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지난 3월 입학한 박의건 청년도 개중 한 명. 불의의 사고에서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그는 이제 남은 생을 온전히 주님께 바치기로 결단했다. 백석의 자랑스러운 인재를 발굴해 소개하는 백석인사이더, 이번 편에서는 희망찬 ‘주의 종’을 꿈꾸는 박 씨를 만나본다.

생사의 갈림길서 들린 음성
“제가 과연 인터뷰를 할 만큼 대단한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전 그저 뒤늦게 목회의 길을 걷는 신학생일 뿐인걸요.” 박의건 씨가 기자에게 건넨 첫 인사는 수줍고도 겸손했다. 이에 “당장 무언가 훌륭한 일을 이루진 않았을지라도, 요즘 세상에 진짜 ‘참된 목회’를 고민하고 갈망하는 동역자 및 후배들에게 작은 공감과 위로만이라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러니 부담 갖지 마시라”고 만남의 취지를 설명하자 한결 여유롭고 편안한 대화가 오갔다.

사실 기자가 그를 처음 알게 된 건 올해 2월 취재차 찾은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의 ‘영성수련회’를 통해서다. 당시 참석 소감을 묻는 질문에 털어놓은 뜻밖의 간증이 후속 인터뷰로까지 이어진 것. 먼저 모태 신앙인이었던 박 씨는 청소년 시절 누구보다도 열심히 교회에 나갔지만 20대에 접어들면서 가나안 성도로 변모했다. “어렸을 적 워낙 헌신했으니 이 정도는 봐주실 것”이라고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하나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본인 뜻대로 살았다.

하지만 그가 28살이 되던 해 사고가 터졌다. 새벽 4시 스쿠터를 타고 귀가하다가 도로에서 넘어졌는데 그길로 의식을 잃은 것이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박 씨는 “사랑하는 아들아 널 향한 내 계획이 아직 남아있단다”라는 또렷한 주님의 음성을 듣고 가까스로 깨어났다. “하나님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이렇게 해서라도 제가 돌아오길 바라셨던 것 같아요. 그제야 ‘남은 인생, 하나님을 모르는 이들에게 그 크신 사랑을 전할 것’이란 진심어린 고백이 나왔어요.”

참된 목회자가 되기 위한 여정
그렇다고 박 씨가 곧장 목회자가 되겠다고 다짐한 건 아니었다. 3년 동안 주변의 끈질긴 권유가 있었고 동시에 스스로도 기도로 소명을 점검했다. 어느덧 박 씨의 맘속에는 ‘내가 지닌 은사마저도 다 주님을 위한 것’이란 용기와 자신감이 샘솟았다. 내적·외적 부르심을 모두 확신한 그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주저 않고 총신대학교 평생교육원 신학과정에 발을 내딛었다. 물론 이 또한 하나님의 허락하심 없이는 절대 열릴 수 없는 환경이었다.

박 씨는 학업과 더불어 2014년부터는 새빛맹인재활원 내 새빛시인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하면서 시각장애인 성도들을 섬기기도 했다. 지난달을 끝으로 무려 5년여를 몸담으면서 그는 무엇보다 예비 목회자로서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다잡았다고 말한다. 가령 시각장애인들에겐 은연 중 상처받지 않도록 “성경을 보시면 알 수 있듯이”란 말 대신 “성경이 이야기하듯이”라고 표현하는 등 철저히 성도들의 입장과 눈높이에 맞춰 말씀을 전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보낸 5년간 앞으로의 목회 50년을 본 듯해요. 훗날 제가 정말 목회자가 됐을 때 어떤 시각으로 성도들을 바라봐야 할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계기가 된 거죠. ‘볼 수 없는 것 외에는 이들도 비(非)장애인들과 다를 바 없다’ 혹은 ‘장애인은 동정이 아닌 배려의 대상’이란 사실 등을 깨달으면서 편견 없이 성도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배웠어요. 만약 제가 일반교회에 있었다면 여전히 내 기준과 판단에만 갇혀 더 넓은 시야를 갖지 못 했을 겁니다.”

무릎 꿇는 ‘영성’을 훈련하다
한편 박의건 씨는 올해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에 만학도로 입학하면서 그간 나름대로 그려온 목회비전을 더욱 탄탄하게 정립해가고 있다. 특히 앞서 2월 있었던 ‘신입생영성수련회’는 그에게 큰 울림을 줬다. 해마다 입학 전 이뤄지는 신입생영성수련회는 교수와 학생들이 2주간 합숙하면서 성경통독과 예배를 통해 개혁주의생명신학을 배우고 기도로 무릎 꿇으며 성령님을 간구하는 영성을 훈련하는 자리다.

“그동안 교회를 다니면서 연약한 목회자로 인해 찔리고 아파하는 성도들을 많이 봤어요. 그러면서 회의감도 들고 진정한 목회는 곧 생명의 복음이 흘러가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는데 영성수련회에서 다시금 그 소명을 확인했습니다. 교회가 전혀 교회답지 못한 오늘날 예비목회자들에게 꼭 필요한 훈련이죠. 평생 사역할 힘을 공급받았다고 할 만큼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오죽하면 동기들끼리 이곳이 ‘천국 같다’고 말했는걸요.”

아니나 다를까. 영성수련회에서 만나 기도제목을 나누고 목회의 꿈을 나누던 동기들은 그에게 어느덧 평생을 함께 할 든든한 동역자로서 선물이 됐다. “겸손하면서도 열정으로 충만한 동기들을 보면서 제가 교만했던 것 같아 부끄럽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사용하시겠다는 주님께 순종해 어디든지 부르신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훗날 누가 봐도 하나님을 정말 사랑한 사람, 하나님이 정말 사랑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목회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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