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손에는 가위 한손에는 파마약 들고…10년간 이어진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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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손에는 가위 한손에는 파마약 들고…10년간 이어진 발걸음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9.06.11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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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미용봉사’로 섬기는 동천교회 도미봉사팀

인천 강화군 삼산면 서검리 서검도(西檢島). 서울 신길동에 위치한 동천교회(담임:송경한 목사)에서 서검도로 향하는 하리선착장까지는 80km 가량 떨어져 있다. 차로는 두 시간이 걸리는 여정이다. 강화도 하리선착장에 도착해 오전 8시 25분 출항하는 첫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면 오후 5시께가 돼서야 육지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을 수 있다. 하루 2번만 운행하는 배 시간 때문이다.

하리 선착장을 출발한 배는 미법도를 경유해 40분 동안 바닷길을 달린 후에야 서검도에 도착한다. 섬에 도착할 즈음이면 뱃멀미가 밀려오는 힘든 여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천교회 도미봉사팀은 한번 섬에 들어가면 육지로 나오기 힘든 섬마을 사람들을 위해 10년 동안 꾸준히 섬을 방문해 미용봉사로 섬기고 있다.

도미봉사팀이 들어오는 날이면 서검도는 잔치가 열린 듯 분주하다. 노인 인구가 대부분인 섬에서 머리 손질을 위해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 하지만 머리를 손질하고, 용모를 단정하게 꾸미고 싶은 마음이야 섬사람이라고 해서 다르겠는가.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봉사

동천교회(담임:송경한 목사) 도미봉사팀은 지난 2005년부터 15년째 섬과 농촌교회 주민들을 대상으로 미용봉사에 나서고 있다. 5명이 한 팀을 이루고 있는 도미봉사팀은 서검도에 위치한 서검도교회(담임:정용 목사)에 3개월에 한 번씩 방문해 파마와 커트 등의 미용봉사활동을 하며 복음을 전한다. 지난 5일 동천교회에서 만난 도미봉사팀 회장 강덕임 권사(67)는 “서검도에 오랜 기간 방문하다보니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섬기고 있다.

▲ 동천교회 도미봉사팀은 한번 섬에 들어가면 육지로 나오기 힘든 섬마을 사람들을 위해 10년 동안 꾸준히 섬을 방문해 미용봉사를 하고 있다.

봉사팀이 방문하는 날은 섬사람들 모두 머리를 하는 날로 여기고 마을 잔치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커트를 하고 식사를 함께 한다”고 말했다. 서검도는 전체 거주민 수가 100명이 채 안 되며, 인구 대부분은 노인들로 구성돼 있다. 섬 밖에 나가기가 쉽지 않은 노인들을 위해 도미봉사팀은 매번 방문할 때마다 20명이 넘는 노인들의 머리를 직접 다듬어주고 있다.

몸이 아파 직접 교회에 방문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봉사팀이 직접 집을 찾아가 머리를 손질해주기도 한다. 또 가정을 심방해 기도하면서 외로운 이웃을 위로하고 복음을 전하는 시간도 갖는다. 미용봉사 후에는 직접 반찬과 떡, 과일 등을 준비해 마을 어르신을 대접한다.

그렇다보니 도미봉사팀이 서검교회에 방문하는 날은 마을 잔칫날과 같은 경사스러운 분위기를 띈다. 함께 봉사팀으로 섬기고 있는 이혜순 권사(64)는 “한 교회에 10년간 꾸준히 방문해 봉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깊은 연대가 형성된다”며 “미용봉사 후에 식사를 대접하면 할머니들은 밭에서 난 여러 농작물을 가지고 와서 성의를 표한다. 그 사랑의 마음에 감동할 때가 많이 있다”고 전했다.

도미봉사팀의 이름은 섬도(島)에 아름다울미(美)를 쓴다. 섬에 찾아가 아름답게 꾸며드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용봉사팀 전체 인원은 10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전문 미용기술을 가진 이들이 커트와 파마팀으로 나누어 각각 봉사활동을 진행한다. 이 권사는 “주로 농촌과 섬에서 미용봉사를 하고 있으며, 농촌교회는 한 달에 한 번, 섬 교회는 석 달에 한 번씩 방문해 섬기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 자체에서 무료로 미용봉사를 실시하는 교회는 많지 않다. 그나마 있는 봉사도 커트봉사로만 한정돼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동천교회 도미봉사팀은 모든 비용 없이 무료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회성 사역으로 끝나지 않도록 한번 방문한 곳은 장기사역지로 삼고 꾸준히 섬기고 있다.

10년째 깊어가는 ‘정’으로 섬 찾아

미용봉사를 하다보면 머리를 손질하며 자연스럽게 노인들과 대화를 이어나가게 된다. 이들 중에는 신앙이 있는 이들도 있지만, 신앙을 가지고 있지 않는 노인들도 많다. 그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섬 생활의 애환을 듣게 되고 봉사원들도 자신들의 속내를 털어놓으면서 자연스레 마음의 장벽을 허문다. 더욱이 1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이어진 지속적인 봉사활동은 서검도 마을 사람들의 마음 문을 열게 했고, 끈끈한 유대감을 갖게 했다.

강덕임 권사는 “섬에서 봉사하다보면 여러 에피소드를 많이 겪게 된다. 한번은 바람이 불어서 배가 뜨지 못해 섬에 갇혀 하루를 묵고 온 일도 있다. 준비된 상황이 아니라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마을 분들이 가족처럼 편안히 쉬고 가도록 도와주었다. 봉사 이후에 더 큰 은혜와 기쁨이 있다”고 말했다. 이혜숙 권사는 “이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섬사람이라 그런지 마음이 너무 순전하다는 생각을 한다. 작은 것에 기뻐하고 감사하는 이들을 보며 제 모습을 다시 보게 된다”며 봉사를 하면서 느꼈던 마음을 전했다.

봉사팀과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온 서검교회는 지난 2017년 동천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순장)측으로 교단을 옮기게 됐다. 섬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교회의 교역자가 자주 바뀌게 되면서 섬 사역이 연속성을 갖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동천교회의 끈질긴 수고와 섬김에 대한 감사로 교인들이 지교회를 요청한 것이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도미봉사팀은 미용봉사 이외에도 섬마을을 가가호호 방문하며 복음도 함께 전하고 있다. 이순심 권사(71)는 “1년 전 미용봉사를 하며 친해진 3명을 태신자로 삼고 꾸준히 전도했다. 당시 전도를 위해 매주 한 번씩 섬에 방문해 섬겼다. 지금은 그 중 한명이 교회로 연결돼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섬김을 통한 전도의 열매”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 동천교회 도미봉사팀은 미용봉사 후 마을 어르신께 점심 식사를 대접하며 기쁨으로 섬긴다.

“가위질 할 수 있을 때까지 섬길 것”

사실 모두 70대를 바라보고 있는 봉사팀이 연로한 몸으로 섬을 직접 방문해 오랜 기간 미용으로 봉사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각자가 가진 치유의 간증은 새 힘을 주었고, 자신이 가진 은사를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이순신 권사는 “2002년도에 유방암으로 수술을 했다. 그 이후 내 인생에 나를 위해 사는 것보다는 남을 위해 섬기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고 미용과 호스피스 훈련을 받았다. 하나님이 건강을 주시는 한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혜순 권사 역시 “15년 전 냉방병에 걸려 은은한 에어컨 바람도 감당하기 힘들었고, 여름에도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당시 캄보디아 선교에 가서 아픈 사람들을 끌어안고 기도하면서 제 아픈 곳을 고쳐달라고 하나님께 간구했다. 열흘 후 집에 다녀왔는데 냉방병이 기적처럼 고쳐졌다. 이를 계기로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섬겨야겠다는 하게 됐다”고 말했다.

동천교회 도미봉사팀은 서검도 외에도 진도의 성남도, 보령시 육도 등의 섬마을을 찾아 봉사했으며, 강원도 영월과 경기도 양주 등 다양한 농촌교회를 섬겨왔다. 이밖에 봉사팀은 매주 수요일 동천교회에서 진행하는 경로교실에 참여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미용봉사도 진행하고 있다. 강덕임 권사는 “젊은 시절 미용을 배우면서, 하나님께 제가 가진 미용기술을 통해 봉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는데 지금은 그 기도가 이뤄진 것 같다”며, “이제는 미용봉사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젊은이들을 키우고 싶다”고 전했다.

봉사팀의 이러한 기도 덕분일까. 최근 도미봉사팀에는 젊은 멤버 3명이 추가로 미용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섬과 농촌 교회를 지속적으로 방문해야 하므로 강한 체력을 필요로 하는 봉사팀에게는 감사한 일이다. 현재 동천교회 도미봉사팀에는 강덕임 권사를 회장으로 이순심 권사, 이혜순 권사, 이은의 집사, 박승남 집사, 김순자 권사, 이경숙 집사, 김명옥 집사, 조은미 집사, 양애린 집사 등 총 10명이 봉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혜순 권사는 “하나님께서 세대교체하기 좋게, 좋은 분들을 봉사팀에게 보내주시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없는 농촌교회와 섬에도 지속적인 복음의 발걸음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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