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안수 시대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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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안수 시대를 열자
  • 승인 2004.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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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역자로 부름받는 일에는 남녀가 없다”

4.15총선서 39명 여성의원 국회진출 ‘새시대 예고’ 기성·합동 ·합동정통 등 ‘시대적 흐름’ 분위기

이번 4.15총선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39명의 여성이 국회에 진출했다는 점이다. 선거전부터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더니 마침내 국회의원 의석 중 15%를 여성이 차지한 것은 한국 역사에 새로운 시발점으로 기록될 만하다. 이는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증거로 여성들의 능력과 리더십이 재평가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러한 때에 한국교회에서 역시 여성들의 리더십확보를 위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보수교단이 1백년이 넘도록 잠궈둔 빗장을 열어야 될 시점에 다다랐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고 신학교들 역시 여학생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더이상 여성안수가 늦어지면 학교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여성안수가 신학적으로 무리가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보수신학이 내세우는 성경적 주장이 지나치게 왜곡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공회대 최영실교수는 여성안수의 성서적 당위성에 대해 “여성에 대한 성경적 차별은 바울의 이름으로 행해졌다”며 “고린도서에 기록된 내용을 축자적 해석이 아닌 사건 전반을 보는 눈으로 해석할 때 성경이 평등한 관점에서 기록됐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장신대 김호경교수도 “지금까지 성경을 해석해온 것도 남자요, 한쪽면만 가지고 해석하려는 것 자체가 남성중심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신학적 주장을 넘어 여성안수가 시대적 흐름이기에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기성 여성안수추진위원회는 여성안수관련 세미나를 열고 교단이 이번 총회에서 여성목사안수를 통과시켜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기성 여교역자들은 “남자들과 똑같이 신학을 공부하고도 목사안수를 받지 못해 개척한 교회에서도 당회를 구성하지 못하는가 하면 성찬식 등을 인도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와 더불어 “이제 한국교회도 여성들이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어야 하며 여성안수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해결과제”라고 주장했다.

기성의 경우 여성안수가 총회에 안건으로 상정된 것은 98년도부터. 지난 2002년 총회에서는 마지막 헌법개정안에 문구수정이 거의 확실시 되었으나 장로들의 기득권 주장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기성 여성안수추진위원회는 올해 여성목사 안수만이라도 먼저 통과시켜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여성안수를 요청하는 모습은 기성말고 예장 합동정통과 합동에서도 나타난다. 대표적 보수교단이라할 수 있는 합동은 지난해 임태득목사의 여성비하 발언이 문제가 된 이후 총신 여동문회를 중심으로 여성안수를 허용하라는 압력이 거세게 일고 있다. 또 합동정통 역시 지난해 총회에서 부결된 여성안수건이 이번 총회에도 상정, 통과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처럼 여성안수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여성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 목회에 성공정착한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끈다.

강남 대치동 한가운데서 휘문고등학교 시설을 빌려 2년째 예배를 드리고 있는 우리들교회는 여성목사인 김양재목사를 통해 불과 1년여만에 13가정에서 5백여 성도로 부흥정착한 교회다. 김양재목사는 여느 패미니스트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본인 자체도 평신도로 시부모를 섬기고 자녀를 엄하게 양육하며 살아왔고 평신도로 큐티모임을 인도하던 중 학문적 갈망으로 신학을 공부한 케이스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은 하나님의 계획으로 목회를 시작한 김목사는 특별히 여자라고 해서 목회에 차등이 있지는 않다고 단언한다.

“남자 성도들도 많이 있고 그들이 상담하는 부분도 모두 삶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며 “목회의 성공은 남자냐 여자냐가 아니라 자신의 재능과 하나님의 뜻이 얼마나 부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목사는 여성에게 안수를 허락하거나 여성목회에 관대한 사람들을 무조건 자유주의로 몰고가는 것은 부당하다며 드보라가 40년간 사사노릇을 잘해냈듯이 능력있는 여성들은 하나님이 크게 쓰실 것이라며 한국교회가 능력있는 여성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함을 강조했다. 물론 김목사는 “감성적으로 목회에 뛰어들고 하나님의 부르심없이 자원함만 가지고 나서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며 여성목회자들에 대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성도를 이끌고 교회를 운영할 리더십이 있느냐의 문제는 개인적인 능력의 차이다. 보수교단의 한 여교역자는 “지난 백년간 한국교회의 부흥을 앞서서 주도한 여성들에게 이제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며 “평가는 그 뒤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간곡한 허락을 요청했다.

이현주기자(lhj@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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