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 넘어 ‘말씀’을 따르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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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넘어 ‘말씀’을 따르는 삶
  • 전혜선 목사
  • 승인 2019.05.0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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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선 목사/한국기독교가정생활협회 총무

또 예수께서 다른 사람에게 “나를 따라오너라”하고 말씀하였다. 그러나 그 사람이 말하였다. “주님 내가 먼저 가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도록 허락하여주십시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에게 말씀하셨다. “죽은 사람들을 장사하는 일은 죽은 사람들에게 맡겨두고 너는 가서 하나님나라를 전파하여라.”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나 아내나 자식이나 형제나 자매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도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누가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말씀이다. 첫 번째 말씀은 9장에(눅9:59~62), 두 번째 말씀은 14장에 기록되어 있다(눅14:26). 이 말씀을 읽으면 왠지 근원을 특정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생겨난다. 예수님은 이른바 인간적 도리(道理, duty)를 도외시 하시는가 궁금증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럼 다음 말씀은 어떠한가.

“너희는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려고 온 줄로 생각하지 말아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려고 왔다. 나는 사람이 자기 아버지와 맞서게 하고, 딸이 자기 어머니와 맞서게 하고, 며느리가 자기 시어머니와 맞서게 하려고 왔다. 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식구일 것이다. 나보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내게 적합하지 않고, 나보다 아들이나 딸을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내게 적합하지 않다(마10:34~37).”

예수님은 분명 가정생활이 중요하지 않다고 선포하시는 게 아닐 것이다. 우리의 가정생활이 인간적 도리를 도외시해도 괜찮다는 허락도 아닐 것이다. 패륜(悖倫) 조장 역시 아니다. 장례에 참석하는 것보다, 가족들에게 작별인사하는 것보다, 가정 안에 평화가 임하도록 노력하는 것보다, 우선 하여야 할 것으로 예수님은 하나님나라를 전파하는 삶,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삶이라는 더 높은 가치를 제시하셨다. 예수님은 그리스도인의 삶이 더 높은 가치로 인하여 작동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더 높은 가치를 우리 삶 전체, 그 전체의 삶에서 토대를 이루는 가정생활에 구현하는 일이 인간적 도리 때문에 방해받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다.

우리 현실 속 그리스도인들의 삶은 어떠한가? 과연 더 높은 가치에 의하여 작동되고 있는가? 흔히 우리는 가정생활을 도리로 영위하는 듯 보인다. 5월 5일이면 도리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지만, 정작 어린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는 피곤해하거나 귀찮아한다. 5월 8일이면 도리로 어버이에게 선물을 드리고, 다정한 대화를 건네기보다 경제력과 체면을 고려하여 선물금액을 책정하는 데에 마음을 쓴다. 5월 15일이면 도리로 스승을 찾아가 눈치껏 예의를 갖춰 인사를 한다. 5월 21일 부부의 날에는 남들 부부가 어떻게 하나 살펴보다가 정작 자신의 배우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지 못하여 새로운 부부싸움을 시작하기도 한다. 기독교신앙이 말씀중심의 삶을 강조하듯, 가정생활 신앙운동의 본령은 인간적 ‘도리 너머 말씀’을 따르는 삶이다. 가정생활 신앙운동은 그리스도를 중심에 두는 가정생활을 추구한다. 5월 가정의 달 뿐 아니라 매 월 매순간 우리의 가정이 말씀으로 충만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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