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부인으로 십자가 따른 ‘아리마대 요셉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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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부인으로 십자가 따른 ‘아리마대 요셉의 고백’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4.22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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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예대 공연예술학부 선교극단 ‘BGM’ 창단공연
불신자 단원 ‘신앙’ 갖고 믿음의 길…비전은 ‘복음’

유대인 최고의 의결기관이었던 산헤드린에서 존경받는 공회원이었던 아리마대 요셉은 ‘그리스도의 숨은 제자’라는 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워하며 늘 어둠 속에서 예수를 만났다. 대제사장들이 빌라도를 찾아가 예수의 처형을 촉구한 것을 알고는 막으려고 했지만 자신의 신분이 밝혀지면 모든 걸 잃게 될까 겁이나 용기내지 못한다. 예수의 죽음 이후 비로소 죄를 회개한 요셉은 앞으로 닥칠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고 빌라도에게 간청해 예수의 시신을 수습했다.

지난 16일 백석예술대학교(총장:윤미란) 교육동 10층 아트홀에서 이 같은 내용의 40분짜리 뮤지컬 ‘아리마대 요셉의 고백’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자 눈시울을 붉힌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창단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백석예대 공연예술학부 선교극단 ‘BGM’의 단원들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은 채 눈물의 감사 기도를 드렸다. 5개월가량 숨 가쁘게 달려온 배우들과 스텝, 그리고 교수진의 노력이 은혜로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하나님과 함께, 이웃과 함께
“백석예대 최초의 선교극단인 BGM은 ‘하나님과 함께, 이웃과 함께, 너와 내가 함께’라는 건학이념을 바탕으로 더 많은 영혼들이 주께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결성됐습니다.” 백석예대 공연예술학부장이자 BGM의 단장 정동진 교수는 선교극단의 비전을 이렇게 소개했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복음’인 셈이다. 특히 BGM을 통해 앞으로는 백석의 인재들이 기존에 활약해온 CCM뿐 아니라 연기나 뮤지컬 분야에서도 맘껏 꿈을 펼치게 돼 의미를 더한다.

지난해 12월 오디션과 면접을 통해 선발된 9명의 배우(배은택·양진혁·권정은·정지은·박소예·오경미·오민서·김혜린·김서희)들은 전부 공연예술학부 뮤지컬 전공 학생들이다. 이후 음악을 연주해줄 밴드 등 자발적으로 선교극단을 섬기겠다는 학생들이 모여 최종 30여명의 스텝이 꾸려졌다. 여기에 최무열·임정빈·길용우 교수 등이 각각 예술감독·연출·지도교수를 맡으면서 탄탄한 라인업을 완성했다.

무엇보다 백석예대 윤미란 총장은 선교극단의 이름을 Baekseok God’s Masterpiece의 약자인 BGM으로 직접 지어줄 만큼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보냈다. 덕분에 4월 3일 교내서 처음으로 창단공연을 올린 BGM은 14일 백석대학교회와 16일 두 번의 교내공연 이외에도, 외부교회들은 물론 교직원예배까지 초청돼 무려 800여명을 웃도는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물했다.

그렇다면 BGM의 첫 작품으로 ‘아리마대 요셉의 고백’이 선정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 질문에 정 교수는 “자기의 것을 내려놓고 주님께 시선을 돌린 요셉의 모습을 통해서 고난주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뜻을 되새기기 위함”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성경을 주제로, 특히 부활절을 맞아 관람할 수 있는 기독뮤지컬은 거의 전무하다”며 “제자들이 흥행이나 상업성을 쫓지 않고 사명감으로 도전하게끔 돕는 게 기독예술대학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 뮤지컬 '아리마대 요셉의 고백' 스틸컷.

가랑비에 옷 젖듯 스며든 믿음
이번 공연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신앙이 없는 비기독교인들도 참여했다는 데 있다. 예수가 죽는 순간을 지켜보고 가장 먼저 부활을 목격한 인물로 알려진 막달라 마리아 역의 정지은 학생은 매 연습 때마다 드린 예배로 인해 하나님을 믿게 됐다. “방학 중 평일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 배우와 스텝들이 모여 손잡고 찬양과 기도로 준비했어요. 토요일도 예외는 아니었죠.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집에서도 주님을 찾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자연스레 하나님을 만난 정지은 학생. 가끔 어떻게 기도해야할지 몰라 답답할 때면 동료들이 끌어줬다. “초반에는 남들의 기도를 듣고 그저 ‘아멘’이라고 외치기 바빴죠. 그러다 주위의 조언으로 조금씩 기도를 바꿨어요. ‘주님 공연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의 메시지만 전달되게 해주세요. 사람들에게 잘 보여 전도하려는 목적 이전에 먼저 이 공연이 제가 주님께 드리는 하나의 예배가 되게 해주세요!’라고 말이죠.”

하지만 연습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단원들은 수없는 난관에 부딪혔다. 이럴 땐 지도교수진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다. 연습 초반 2주간은 교수님들과 함께 아리마대 요셉의 이야기를 공부하며 각자의 캐릭터를 분석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또 교수진들로부터 자율성과 창작성을 존중받은 단원들은 시놉시스를 직접 작성하고 ‘흰 천’이란 오브제를 탄생시켰다. 그렇게 한 고비씩 넘긴 이들은 ‘성장’과 ‘성숙’이란 값진 열매를 얻었다.  


부활절 되새기는 ‘십자가 신앙’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 아리마대 요셉의 고백에 관객들은 진정성을 느끼고 화답했다. 임은순(64세·죽전하늘소망교회) 씨는 “요셉이 자기가 판 새 무덤에 예수님을 모신 것은 여러모로 위험한 일이었다. 더욱이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지켰던 만큼 그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자기부인으로 예수님을 따른 그의 믿음에 눈물이 났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예수님을 숨어서 따른 요셉이 내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부끄러웠다. 고난주간 스스로의 믿음을 돌아보는 이런 기독공연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선교극단 BGM은 오는 5월 신입 단원들을 한 번 더 모집해 올해 하반기 새로운 성극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동진 교수는 “뮤지컬을 비롯해 공연기획·극작·연기 등 다양한 전공의 공연예술학부 학생들은 물론이고 타 학부 학생들까지도 각기 다른 재능을 살려 동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며 “기독학교의 정체성을 갖고 학생들이 대내외적으로 선교에 힘쓸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뮤지컬 '아리마대 요셉의 고백'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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