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교회 대형교단, 턱없는 예산 ‘부끄러운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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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교회 대형교단, 턱없는 예산 ‘부끄러운 자화상’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9.02.2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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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회 개혁과제를 진단한다 ① 세례교인 의무금 납부 이대로 좋은가?

오는 3월 3일 총회주일을 시작으로 총회 사업 추진의 기반이 되는 ‘세례교인 의무금’ 납부가 시작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총회장:이주훈 목사)는 지난 13일 제9차 임원회를 열고 3월 첫째 주를 총회주일로 지킬 것을 전국교회에 독려하기로 했다.

총회주일과 총회주일헌금인 ‘세례교인 의무금’은 총회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총회에 소속된 세례교인들이 보내온 헌금으로 총회 제반 교육사업과 농어촌 미자립교회, 국내교회 개척과 전도, 은퇴교역자 지원 및 사회복지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타 교단과 연합하여 한국교회를 세우는 연합운동 분담금과 이단사이비 대책활동 등에도 투자된다.

7천여 교회로 성장한 총회는 장로교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교단 전체에서 세 번째 규모의 대형교단에 속한다. 하지만 총회 재정은 2,000교회 이하의 중소형 교단 수준에 머물고 있어 총회주일에 대한 인식 변화와 세례교인 의무금 참여가 시급한 상황이다.
과거에는 총회 산하 교회들이 총회주일예배를 드리고 그 주에 모아진 헌금을 총회로 보내왔지만, 교회 재정에 어려움을 주지 않기 위해 ‘세례교인 의무금’으로 1만원을 책정하여 교회의 부담을 덜어놓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회주일헌금 납부가 저조한 것은 일선 목회자들이 총회에 대한 소속감이 부족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총회주일 헌금 어디에 쓰이나

세례교인 의무금으로 불리는 총회주일헌금은 총회를 지탱하는 기초 자양분이다. 총회가 활발하게 정책을 추진하고 교단 안팎의 선한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 금액 이상의 재정이 필요하다. 총회는 수익사업을 할 수 없는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소속 교회들의 헌신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총회주일헌금은 1차적으로 총회의 살림에 사용되며, 각 위원회와 상비부서 사업 비용으로 지급한다. 총회가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라고는 총회주일헌금과 각 노회가 보내오는 상회비, 총대비가 전부다.

김종명 사무총장은 “총회와 노회, 교회는 분리할 수 없다. 모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주의 일을 하는 기관이고 국내외 선교와 구제 등 다양한 사역에 마음을 모아야 하는 지체”라고 말했다. 노회의 상회비와 교회의 총회주일헌금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백석대신총회에 속한 것을 성도들에게 자랑스럽게 알리고 세례교인으로서 총회에 소속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총회주일’에 대한 의미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총회주일헌금 규모는?

교회수가 7000여개에 이르는 백석대신총회 총회주일헌금은 평균 5억원에 불과하다. 적게 들어올 때는 3~4억, 많이 들어와도 6억원을 넘긴 적이 없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3,000교회 규모였을 당시에도 3억 이상은 들어왔다는 점이다. 세례교인 1인당 1만원이라고 했을 때, 최소 10만 명이 헌금을 한다면 10억원, 30만 성도가 헌금을 내면 30억원이 모금돼야 한다. 그러나 총회의 세례교인 의무금 예산은 6억원에 불과하다. 과거에도 그 이상을 넘기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총회 관계자는 “대형교회의 참여가 더 저조하다”며 “성도 수 수천명 규모의 교회에서 몇 백만원 수준으로 예의만 표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약 6억원의 세례교인 의무금과 함께 노회가 보내오는 상회비와 총회 때 총대들이 내는 총회비를 포함하면 예산은 총 22억원 수준이다.

지난 9월 총회 이후 세례교인 의무금은 2월 11일 기준으로 6천500여만원 납입됐다. 목표 예산의 10%만 들어온 상태다. 물론 아직 총회주일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납입이 저조하다고 할 수 있지만, 6억여원에 불과한 예산만으로도 교회들이 얼마나 총회주일헌금에 인색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나마도 지난해 목회자 연금으로 적립한다는 약속에 따라 역대 가장 높은 납부 실적을 올렸다. 그 액수가 5억 5천만원이다.

타 교단 예산 규모는 어느 정도?

6천500여 교회의 기독교대한감리회는 끊임없는 내부 분쟁에도 불구하고 교단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이는 예산 규모로도 확인할 수 있다. 감리교 본부 1년 예산은 약 100억 가량. 유지재단과 은급 등을 포함하면 감리교 전체 예산은 400억에 달한다.

감리교는 교회 경상비의 1%를 본부 부담금으로 낸다. 이 예산이 약 70억이다. 본부에만 경상비의 1%를 내고, 은급재단에 2%, 지방회 1%, 연회 1%를 납입한다.
교회수 8천400개에 이르는 예장 통합은 총회 1년 예산이 122억원이다. 이 중 노회 상회비가 약 44억원 정도다. 세례교인 의무금은 1인당 1천원으로 꽤 낮게 책정돼 있다. 강제조항이 없는 통합의 평균 세례교인 의무금 납입은 평균 15억원 정도다.

1만 교회의 예장 합동은 연간 총회 예산이 100억원이다. 총회주일헌금은 비교적 잘 지켜진다. 도시 교회 세례교인은 1인당 1만원이며, 농어촌은 약 4~5천원이다. 이 의무헌금이 50억원 가량 들어온다. 예장 통합은 노회 상회비가 예산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예장 합동은 세례교인 헌금이 전체 예산의 절반을 넘는다.

그렇다면 교회수가 다소 작은 교단은 어떨까?

교회수 2천800여개의 기독교대한성결교회는 대형교단 부럽지 않게 탄탄한 예산을 운용한다. 총회주일헌금이나 세례교인 의무금이 따로 없다. 다만, 교회 경상비에서 일정 비율을 총회가 징수한다. 교회 경상비의 2.2%로 마련한 총회 예산이 97억원에 달한다.

1,600여 교회의 한국기독교장로회는 1년 예산이 16~17억원이다. 기장은 세례교인 기준으로 상회비를 분담시키는데 이 금액이 13억원이다.

예장 고신은 2천200여 교회가 속해있다. 1년 예산은 약 37억원. 이 가운데 노회 상회비가 32억, 세례교인 헌금이 7억원 가량이다. 세례교인 헌금은 개척교회운동에 사용된다. 상회비가 충실하게 납부되기 때문에 세례교인 헌금을 총회 운용에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총회 위상에 맞는 내실 시급

겉으로 대형교단을 표방하지만 백석대신총회의 내적 인프라는 중소형교단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단독 건물로 세워진 총회관은 교단의 위상과 미래를 상징하는 ‘하드웨어’다. 총회의 정책과 사업을 시행하는 ‘소프트웨어’는 재정에서 나온다. 총회 예산이 얼마나 되느냐는 그 교단의 대내외적인 역량을 담보한다. 타 교단의 예산에 비추어 볼 때 백석대신총회의 예산 규모는 최소 70억원 이상 책정되어야 하며, 이 가운데 30억원 이상은 세례교인 의무금으로 채워져야 한다.

총회주일헌금은 소속 교회들에게 주어진 의무사항이다. 3월 3일을 기점으로 연간 한 번은 반드시 총회주일을 지켜야 한다. 총회주일헌금이 납입되지 않을 경우 모든 행정지원이 중지되며 총대 파송도 불가능하다. 총대가 되기 위해서는 2년 연속 총회주일헌금 납부 기록이 있어야 한다. 또한 총회 상비부서장이 되기 위해서는 3년 연속 총회주일을 지켜야 한다. 이러한 제재조항에도 불구하고 총회주일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은 총회가 강력한 행정제재를 시행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선 목회자들에게선 “총회를 신뢰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랜 불신을 씻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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