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들 -에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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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의 인물들 -에서(3)
  • 승인 2004.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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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이익에 눈이 멀다

우리들이 잘 아는대로 에서는 이삭의 쌍둥이 야곱의 형이다. ‘에서’는 ‘털이 많다’라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으로, 어원적으로 히브리어 ‘에사브’(털이 많음)와 ‘크아데렛 세아르’(전신이 갑옷같다)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에서의 별명을 ‘에돔’(edom)으로 부른 것은, 장자권과 맞바꾼 ‘죽’(adom)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고, 다르게는 태어날 때부터 몸의 색깔이 붉어서 에돔(붉다)이라고 불렀다는 견해도 있다. 양측의 생각을 고려해 볼 때 죽의 색깔이 붉은 색을 띤 것으로 생각하면, 에돔이라는 별칭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여하튼 에서는 장자권 같은 명예나 명분 그리고 가치의 존귀함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이익이나 순간적인 욕구에 충실했던 인물임을 보여준다. 그래서 신약성경 히브리서 기자는 12장16절에서 에서를 두고 “망령된 자”로 기록하며 물질과 현실적인 것에만 집착하는 그의 어긋난 성품을 폭로한다.

창세기에 기록된 에서의 전기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존귀한 신분을 가진 자신의 높은 가치를 망각한 삶의 자세이다. 장자권이 갖는 책임은 부친 사후 우선권(창 27:29)을 비롯 가정에서의 제사권(민 3:12) 및 유산권 등이다. 장자권을 야곱에게 주었다는 것은, 이같은 책임과 권리를 한꺼번에 상실했음을 보여준다. 우리 기독인이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책임과 의무는, 하나님이 그의 장자들에게 주시는 엄청난 혜택을 동반하고 있다. 책임과 의무가 귀찮아서 은혜와 혜택을 동시에 저버리는 에서처럼 미련한 삶을 살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에서는 40세가 됐을 때 이방족속 여인 유딧과 바스맛을 얻었으나 부모의 근심에 따라 동족인 마할랏을 취했다고 창세기 28장9절과 36장3절에 기록돼 있다. 거친 사냥군의 삶을 살았지만 마음은 유약했음을 보여준다. 장자권을 빼앗은 야곱을 죽이려고 했지만 20년이 지나 공포에 떨면서 고향에 돌아온 야곱을 예상 외로 맞아 줌으로써 이 단락을 읽은 독자들은 은혜를 체험하게 된다. 야곱은 형 에서를 보고 입을 맞추며 “형님의 얼굴을 보니 마치 하나님의 얼굴을 보는 것 같습니다”라고 복수심을 버린 에서에게 존경을 표시했다. 구약에 나오는 ‘세일 산’이 ‘에서의 산’으로 불린다는 점도 기억해 두자.

윤영호기자(yyh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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