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만두 좋아하세요?”
상태바
“아직도 만두 좋아하세요?”
  • 이찬용 목사
  • 승인 2019.01.30 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우기수 목사님이라고 강원도 영월에서 목회하시다 폐암으로 돌아가신 목사님이 계셨습니다. 몸에 10가지 병도 더 가지고 계셨는데, 어느 순간 하나님이 한꺼번에 싹 고쳐주셨고, 치료 받은 후 신학을 하고, 고향에서 목회를 시작하신 분이셨습니다.

우기수 목사님 내외는 우리 후배 목회자들을 끔찍이도 아껴주셔서 영월까지 몇 번이고 놀러가기도 했고, 올챙이 국수라는 걸 처음으로 먹어보기도, 옥수수는 찌는 것만 아니고 알갱이를 까서 삶으면 또 다른 맛이 난다라는 걸 배우기도 했습니다. 신유의 은사가 있으셨던 우 목사님 교회에는 늘 아픈 환자와 보호자들 대여섯명이 함께 하곤 했는데요, 하루는 우리 후배 목회자들에게 “목사님들 절대 농담으로라도 주님의 일을 가볍게 보지 마세요~” 하시는 겁니다.

언젠가 귀신들려 병원에서도 포기한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가 부모님과 함께 여러 병원을 다니다, 소문을 듣고 우기수 목사님이 시무하시는 교회에서 몇 달을 지냈답니다. 하루는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그 4학년짜리 꼬마가 우 목사님을 향해~~ “우 목사~~ 네가 목사야~~” 하더라나요. 하도 같잖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아니다, 이년아~ 어쩔래?”라고 하셨구요.

그런데 그 말을 주님이 기뻐하시지 않으셨다면서, 그 말 이후 기도가 막혀서 얼마동안 굉장히 답답하고 안타까웠다며, 농담으로라도 주님의 일을 가볍게 생각하면, 우리가 섬기는 주님이 기뻐하지 않으시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좋으신 목사님이 어느 날 폐암에 걸렸다는 소식이 들렸구요. 임종을 얼마 앞두고 찾아뵈었을 땐, 늘 경쾌하고 밝은 목사님의 모습은 사라지고, 힘들어 하시는 목사님만 계셨습니다. 임종 후, 우 목사님이 계시지 않은 영월은 더 이상 찾기도 어려워졌구요. 그런데 지난주 뜬금없이 그 영월에 계신 우 목사님 사모님이 전화를 주신 겁니다. 제 전화번호도 잊어버리고, 몰랐는데 예전 우리교회 전화번호가 있었고, 그곳으로 전화해서 사무실에 전화를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남기셨구요.

제가 오랫동안 연락을 못 드려서 죄송하다며 전화를 드렸습니다. 사모님은 “아니에요~ 목사님  바쁘신 줄 아는데요,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나서 전화번호를 찾다보니까 있더라구요, 해서 전화드렸어요~~ 그런데 아직도 만두 좋아하세요?”하고 물으셨습니다.

우 목사님이 살아계실 때 그곳을 찾으면 사모님이 만둣국을 끓여 주신 적이 있는데, 제가 무척이나 맛있게 먹었다며 물어 오신 겁니다. 그리고 지금 만두를 빚고 있는데, 보내드리고 싶다는 말씀도 덧붙이셨구요.

오늘 그 사모님이 보내주신 만두를 봤습니다. 감자떡도 있고, 직접 만드신 만두도 정성스럽게 포장되어 있었습니다. 사람 사는 게 별 거 있나 싶기도 하구요,  정(精)이라는 게 이런 거지 싶기도 하네요~.

그냥 바쁘다는 핑계로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강원도 영월, 우기수 목사님 생각이 납니다. 늘 친근한 할머님의 모습을 갖고 계신 그 사모님도 생각나는 날이구요.
“아직도 만두 좋아하세요?”라는 그 말이 왜 이리 정감 있게 다가오는지요. 올해는 꼭 한번 영월에 가서 그 사모님 손이라도 한번 잡아드려야 할 것 같네요.

부천 성만교회 담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