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폐 그리스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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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민폐 그리스도인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1.14 2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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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각 방송사의 연예대상 시상식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눈길이 갔던 부분은 주저 않고 자신의 신앙을 드러낸 크리스천 연예인들의 수상 소감이었다. 여성 최초로 2관왕을 수상한 방송인 이영자는 “하나님께 너무 감사하다”며 “늘 우리 연예인들을 위해서 기도해주시는 이성미 언니에게도 고맙다”고 했다. 이 밖에도 첫 마디로 “하나님께 영광”이라고 고백한 인사들이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굳이 크리스천임을 먼저 밝히지 않는 청년들이 많다. SNS에서 누가 어떤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는지까지, 모르고 싶어도 다 알게 되는 시대. 온라인상에서 좋은 기독콘텐츠를 봐도 댓글 달기가 부담스러워 혼자 조용히 보고 넘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세상에서 교회가 제 역할을 못 하고 '개독교'라고 지탄받으면서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숨기는 것이다.

기자도 가끔 ‘크리스천’이라고 말하기 조심스러울 때가 있다. 내가 혹시 ‘민폐 그리스도인’은 아닌지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과 다를 것 없이 이익을 좇고, 당장에 먹고 마실 것을 염려하고, 모든 사람을 주께 하듯 대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보며 주위에 ‘본’이 되지 못한다는 부끄러움 탓이다. 누군가에게 “난 크리스천이야!”라고 말했을 때 ‘화들짝’ 놀라지나 않으면 다행이란 생각도 해본다.

진리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오늘날에는 ‘삶’ 자체가 전도다. 교회 가자고 붙잡고 무조건 믿으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말씀을 살아내면 된다. 진부한 것 같아도, 예수 믿는 사람은 뭔가 다르다고 느낄 때 영혼구원의 역사가 일어날 터다.

어느 목사님이 그랬다. 우리가 주님 앞에 온전히 선다는 것은 ‘완벽’이 아닌, 그분을 닮아가려 ‘애쓰는 것’이라고. 당장 거룩한 자로 거듭날 수는 없어도, 적어도 주위에 ‘민폐’는 끼치지 않는 최소한의 상식이 통하는 모범 크리스천으로 세상에 하나님을 자신 있게 드러내는 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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