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꼬인 족보

손동준 기자l승인2019.01.07 20:39:39l수정2019.01.07 22:08l1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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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1월에 태어난 A와 1985년 4월에 태어난 B는 가까운 친구 사이다. B와 가까운 친구로 지내고 싶었던 A는 자신의 나이에 ‘빠른년생’을 적용하지 않고 ‘연 나이’를 적용했다. 문제는 B가 형님으로 모시는 1984년 12월생 C가 등장하면서부터다. 평소 C가 탐탁지 않았던 A 입장에서는 C를 ‘형님’으로 모실 생각이 없기 때문에 빠른년생을 적용해 자신은 손아랫사람이 아님을 표명했다. 이 세 사람 사이에는 이제 묘한 긴장감이 흐르게 됐다. 한국사회에서 종종 발견되는 이런 장면을 가리켜 우리는 ‘족보가 꼬였다’고 말한다.

나이에 대한 이야기로 새해 벽두부터 뜨겁다. 지난 1일 방송인 김소영 씨가 자신의 SNS에 한국식 나이 시스템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는데 많은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나이와 상관없이 이름이나 직책으로 부를 수 있고 나아가선 친구나 동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대목이 많은 공감을 받았다.

그런가하면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이 ‘연령 계산 및 표시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 발의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연 나이’, ‘만 나이’, ‘빠른 생일’ 등이 혼용되는 복잡한 한국식 나이 시스템이 개선 될 거라는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그런데 발의된 법안을 두고 모두가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셈법이 단순해지기는 하겠지만 나이에 따라 서열 정리하기 좋아하는 한국식 문화가 존재하는 한 근본적인 문제는 해소되지는 않을 거라는 거다.

나이에서 비롯되는 긴장감은 교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목사님들 사이에서도 “부모님이 출생신고를 늦게 했네”, “나는 빠른년생이네”하면서 기어이 손아랫사람이 되지 않으려는 귀여운 시도들이 종종 발견된다. 개그우먼 이영자 씨의 말처럼 “나이는 아무 노력도 없이 먹는 것”인데 마치 계급장처럼 여기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하다. 더욱이 교회는 그리스도와는 수직적인 관계를 이웃과는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공동체가 아닌가. 새해에는 예수 안에서 서로 자신을 낮추는 화목한 문화가 꽃 피우기를 기도해본다. 

손동준 기자  djson@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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