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적 삶을 꿈꾸는 코트 위의 신데렐라

[신앙과 삶] 농구인 이항범 손동준 기자l승인2019.01.07 14:58:27l수정2019.01.08 16:51l1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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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위 예수 이름으로 달리는 JBJ 이항범 대표
최근 제1회 크리스천 농구대회 ‘성황리 마무리’
반전의 주인공…계획하고 예비하는 하나님 고백'

▲ JBJ이항범 대표는 뜨거운 사람이다. 대화 내내 진지하면서도 열성적인 태도로 자신의 삶 가운데 역사하시는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화 도중에 벅차오르는 감정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15년 전 프로농구 드래프트 현장에서 고졸출신에 168센티미터의 단신선수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의 이름은 이항범(39, 온누리교회 출석). 당시 1순위로 지목을 받은 양동근 선수 못지않게 그의 이름이 연일 매스컴을 오르내렸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최단신 프로농구선수로 이름을 알린 그에게는 ‘농구계의 신데렐라’, ‘인간승리’ 등의 수식어가 붙었다.

탤런트 이병철 씨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큰 이슈가 된 그는 당시 최고의 스타 이상민 등이 소속된 전주KCC에 입단했다.

탄탄대로일 것만 같았던 화려한 프로입성이었지만 그의 선수생활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만 그것이 도리어 화가 된 것. 그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뭔가에 홀린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어린나이에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그는 입단 첫해 스스로 선수 생활을 포기했다.

 

드라마같은 극적인 반전

남들은 들어가고 싶어도 못 가는 프로에서 돌연 은퇴를 하자 질타가 쏟아졌다.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내린 결정에 부모님도 큰 충격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에겐 매니저와도 같았던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고 그의 인생에도 비상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1년이 넘도록 방황을 하고 있었는데 그 무렵 어머니께서 쓰러지셨습니다. 당장 병원비가 한 달에 300만원이 넘게 들었는데 당시 아버지께서도 작품 활동을 그만두시고 어머니 간병에 전념하셔야 했기 때문에 그 돈을 마련하는 것조차 버거웠습니다. 그대로 프로에 남았었더라면 넉넉하게 감당할 수 있는 돈이었지만 이미 저는 코트를 떠난 뒤였죠. 막노동부터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그 때 다시 농구 쪽에서 러브콜이 왔다. 이번엔 프로가 아니라 ‘길거리 농구’였다. 프로만큼 명예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망설임도 있었지만 결국엔 그는 천상 농구인이었다. 방송 프로그램을 촬영하며 전국에서 ‘이항범’이라는 선수의 플레이를 선보였다. 170도 안 되는 작은 키로 장신들을 뚫고 골을 성공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냈다.

특히 청소년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졌고, 플레이를 넘어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조언을 할 수 있게 됐다. 그가 가지고 있던 ‘실패’라는 꼬리표는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영양가 있는 조언이 됐다.

그를 눈여겨 봐왔던 서울삼성리틀썬더스 농구 클럽에서 그에게 유소년 코치를 제안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 길로 6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며 지도자로서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됐다. 그야말로 극적인 반전을 이룬 것이다.

 

내 이름 앞에 붙은 ‘지저스’

그런 그가 또 다른 도전에 나선 것은 1년 전이었다. 서울삼성리틀썬더스 농구 클럽 코치직을 내려 놓고 선수시절 별명인 ‘베이비 조던’ 이름으로 농구교실을 차린 것. 그렇게 그는 ‘코치’에서 ‘대표’로 직함을 바꿔 달게 됐다. 정식 명칭은 ‘JBJ’. 베이비 조던의 약자인 ‘BJ’ 앞에 붙은 ‘J’는 예수(Jesus)를 뜻한다.

“이름을 놓고 6개월간 기도를 했습니다. 대표인 내 이름(별명)이 있지만 이 또한 결국 하나님의 일이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막연하게 선교적인 삶을 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JBJ는 작지만 그 길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1년 남짓 지났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많은 사람들이 JBJ를 찾고 있다. 평일부터 주말까지 빽빽한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면 몸이 힘들고 주일 오전에는 예배에 참석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주로 주일 오후예배를 참석해야 할 정도다. 그럼에도 주말에 교회에서 농구경기 심판으로 봉사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열일 제쳐두고 나간다.

“돈 받는 일도 아닌데 교회 봉사를 하면 그렇게 즐겁고 에너지가 넘칩니다. 그 거 안 하고 잠을 더 잘 수도 있지만 주님이 제게 주신 임무니까 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최근에는 전국에 분포돼 있는 교회 농구팀들을 모아 1회 크리스천 농구대회를 열었다. 예수님의 생일인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찾다가 우연히 시작하게 됐다. 

“올 해 계획했던 대회들을 잘 마치고 나서 쉬고 있는데 머리에 망치를 맞은 것 같이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어요. ‘항범아 내가 너를 통해서 할 수 있는 대회가 뭐가 있겠니.’ 그 자리에서 인터넷에 크리스천 농구대회를 검색해봤는데 하나도 없더라고요. 가수들이 CCM공연을 하는 것처럼 농구도 기독교인들을 위해서 대회를 열어야겠다고 결심이 들었죠.”

크리스천 농구대회를 열기로 마음을 먹은 뒤 그가 직접 뛰지 않았는데도 일이 술술 풀렸다. 주변의 크리스천 연예인들이 자발적으로 홍보영상을 만들어서 보내줬고, 장소섭외부터 팀 모집까지 하나님이 직접 일하시는 것이 느껴질 만큼 순리대로 이뤄졌다. 그렇게 12월 22일 그의 모교회인 경향교회 체육관에서 성황리에 대회가 진행됐다.

이 대표는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해마다 크리스천 농구대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더 나아가 선교지에 직접 방문하여 현지의 교회를 중심으로 대회를 열 구체적인 계획도 짜고 있다.

 

▲ 최근 열린 제1회 JBJ 크리스천 농구대회 참석자들과 이항범 대표.

감당할 힘을 주시는 하나님

‘선교’에 대해 묻자 그는 “과분한 단어”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지금 단계에서는 농구를 통해 기독교인 뿐 아니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이 원하시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나처럼 작은 선수가 농구를 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떤 사람은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장신인 김주성 선배가 ‘설마 나를 상대로 뜰 거라고 생각 못했다’며 놀라곤 했지요. 지금도 저는 매일 열심히 연습합니다. 제 플레이 자체가 전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차근차근 앞으로 나가다 보면 언젠가 하나님께서 ‘선교’라는 이름에 걸 맞는 삶을 허락하실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경기당 평균 23득점을 하던 고교시절에도 그는 키 빼고는 모든 것을 다 갖춘 선수가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기 전 늘 기도를 잊지 않았다.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빌립보서 4장의 말씀을 항상 암송하면서 장신 선수들 사이를 누볐다.

“그때는 이 이 말씀을 외우면서 주님께서 하시면 덩크도 할 수 있고 상대편 선수를 모두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실제로 러닝점프로 링을 잡기도 했고요. 그런데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 말씀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와요. 이제는 이 말씀이 ‘내게 어떤 시련이 다가와도 능히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는 걸 삶으로 배웠습니다. 이제는 JBJ를 통해 다른 꿈을 꿉니다. 감히 제 입으로 말하기에 너무나도 부족하지만 ‘선교’적인 삶을 살고 싶습니다. 농구선수 대부분이 선수생활을 그만두면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에 허무하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저는 달라요. 일찍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하나님께서 계속해서 새로운 꿈과 도전을 주시기 때문이죠. 앞으로 얼마나 많은 계획하심이 있을지 상상하면 정말 행복하고 가슴이 설렙니다. 앞으로도 시련이 있겠지만 두렵지 않아요.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음을 믿기 때문이죠.” 

손동준 기자  djson@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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