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잠 좀 자고 빈둥거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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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잠 좀 자고 빈둥거리겠다”
  • 정석준 목사
  • 승인 2019.01.0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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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 69

“여기서 제일 가까운 교회가 어디냐?” 늦게 발견된 대장암 수술을 위해 병원에서 대기하던 중에 아버지가 물으셨다. 마침 바로 앞에 있는 ‘영락교회’를 찾아 손을 잡고 이층 기도실에 오른 것은 막 낙엽이 지기 시작한 초가을이었다. “인생은 순식간에 지나가는 거야, 예수 믿고 기도할 수 있다는 것처럼 다행한 일은 없어.” 오형제중 한 아들을 선뜻 신학교에 보내고, 어쩌면 그 아들 땜에 시작된 신앙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평생을 목회해 오면서 두고두고 곱씹어 되새기게 하는 마지막 말씀이었다. 

살벌한 ’게슈타포(Gestapo)‘에게 끌려온 한 유대인이 심문을 받는다. “네 이름이 뭐냐?” 머뭇거리던 그는 이름대신 가방 속에서 수십억자리 은행 장부, 국가로부터 받은 표창장, 유명한 대학에서 받은 박사학위 증명서 등을 차례차례 꺼낸다. 그러나 나치는 그 모두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는다. 

그리고 “이제 너는 아무것도 없다.(Now you have nothing.)”는 말을 던진다. 미국의 양심을 대표하는 유명한 희곡작가 ‘아서 밀러(Arthur miller)’의 “비시에서 일어난 일(Accident at vichy. 1964)”이란 작품 속의 이야기이다.

그 가혹한 ‘홀로코스트, Holocaust’에서도 생존율이 5퍼센트 정도는 됐다. 반드시 살아남아서 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은 살았다는 말이다. 이런 유형의 삶을 “Viktor Emil Frankl”이 ‘미닝풀 라이프(meaningful life)라고 했다. “퇴임 후에 무엇을 하고 싶으냐?” 백악관을 나서는 ‘오바마’에게 기자들이 물었다. “일단 잠 좀 자고 빈둥거리겠다. 그리고 돈 보다 더 높은 가치를 위해 내 시간을 투자하겠다.”고 그는 대답했다.

사람이 힘쓰고 노력해서 무엇을 해보겠다는 ‘이원론’에 빠지면서 인생은 회복할 수 없는 격랑의 파고에 휩싸이게 된다. 새해에 들어서면서 수많은 덕담과 결심과 화려한 꿈들이 다양하게 표출된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다만 우리는 하나님 손에 붙들려 쓰임 받는 도구임을 믿게 될 때에야 비로소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만들어진다. ‘희망’이란 그렇게 감당해야할 일이 분명한 명분으로 가득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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