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상 이단과 거래해야 하는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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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상 이단과 거래해야 하는 집사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12.10 2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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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봅시다-기독 자영업자들의 딜레마

도덕에 어긋나지 않다면 바울처럼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사업을 시작한 동생이 있다. 인테리어 관련 업종인데 벌이도 좋고 땀 흘려 일하는 보람도 크다고 했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기도를 많이 했던 친구다. 잘 된다는 이야기에 나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그가 한 가지 고민이 있다며 털어 놓았다. 얼마 전 주문이 들어와서 가보니 유명한 이단 단체였다는 것이다. 작업을 마쳤는데, 워낙 잘해서 그런지 그쪽 단체에서 계속 일을 맡긴다는 얘기였다. 그는 돈을 버는 것은 좋지만 계속해서 이단 단체와 엮이는 것이 조금 불편하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듣자니 어렸을 적 기억이 떠올랐다. 학창시절 우리 집은 경기도에서 작은 떡집을 했었는데 주 고객 가운데 하나가 동네의 유명 사찰이었다. 또 ‘고사떡’이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어린 마음에 ‘예수 잘 믿는 우리 부모님이 왜 고사떡을 만들어 파실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직접적인 우상숭배는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의 우상숭배에 일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그때 묻지 못했던 것을 최근에서야 여쭤봤다. 아버지는 의외로 담담했다. 신앙과는 별개의 일이었다는 것. 당시는 IMF였고, 먹고 사는 문제가 떡 매출에 달려있었다. 실제로 그 떡이 우리 가족의 밥이 됐고 우산이 됐고, 나의 학비가 됐다. 나를 키운 건 4할이 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뿐인가. 교회에는 십일조가 됐고, 선교지에 교회가 됐다. 

이 말을 동생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복음적인 근거를 제시해주고 싶어 성경을 열었다. 실마리는 바울에게 있었다. 바울은 고린도교회 성도들에게 우상 제물을 먹는 문제를 언급하면서 지식이 있는 자는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으나 그로 인하여 믿음이 약한 자들이 실족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사랑을 따라 행하여 덕을 세워야 한다고 가르쳤다. 도덕과 신앙양심에 거리낄 일이 아니라면 사랑이 먼저, 사람이 먼저라는 이야기다. 

이 문제는 비단 동생의 경우나 우리 부모님의 경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업종 특성상 술을 팔아야 한다거나 도심에서 숙박업을 하는 경우 우상숭배와는 관계없지만 비슷한 딜레마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이 또한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거리낌이 없다면 불안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좀 엉뚱한 생각이지만 교계 일각에서 꾸준하게 제기되는 이단 관련 기업제품 불매운동도 같은 선상에 있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 알고 사용하든 모르고 사용하든 그것이 신앙 양심에 거리끼지 않는다면 구태여 정죄하거나 스스로 자책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구약의 이스라엘 사회가 아니라 디아스포라의 시대를 살고 있다. ‘누군가 지적한다면 고기를 먹지 않겠다’던 바울의 말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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