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해몽을 인터넷에 검색하는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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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해몽을 인터넷에 검색하는 집사?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12.03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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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봅시다-일상 속에 스며든 무속신앙

신앙 성숙 위해선 단호하게 끊을 것 권장

태몽은 어지간한 한국 사람이면 다 가지고 있다. 설령 그가 기독교인이라 해도 말이다. 내 경우는 우물에서 떠 올린 달덩어리였다고 한다. 어머니는 요즘도 이따금씩 그 이야기를 한다. 첫째 아이를 가졌을 때 내가 태몽을 꿨다. 커다란 나비가 나오는 꿈이었는데 아이가 태어나기 전 아내와 이 이야기를 하며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최근 둘째를 임신한 아내는 이번엔 태몽이 없다며 이상해 했다. 그러던 중에 장모님이 꿈에 알밤을 주워 오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건가 싶어 ‘알밤 꿈’이 딸인지 아들인지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하다 아차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게 과연 성경적으로 문제가 없는 행동일까’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친 것이다. 명색이 기독교계에서 활동하는 기자가 태몽 해석이나 검색하고 있다니…

생각해보면 우리 믿는 사람들도 종종 이런 무속적인 생각에 쉽게 노출되곤 한다. 신앙생활을 한 지 수십 년이 넘은 우리 부모님들도 여기서 자유롭지만은 않은 걸 보면 잘 알 수 있다. 태몽 뿐인가. 빨간 색으로 이름 쓰는 것을 주저하고, 숫자 ‘4’를 불길하게 여긴다. 유독 사고가 많이 나는 사람에게 ‘삼재’가 아니냐고 묻는 경우도 종종 목격한다. 잡지나 신문에 나오는 ‘오늘의 운세’ 코너를 은근히 즐겨 보는 신도들도 적지 않다.

일반적인 정서 탓만 하기엔 신앙인으로서 성숙하지 못한 모습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재미삼아’ 별자리나 오늘의 운세, 타로점 따위를 보는 수준이라도 그 안에 하나님 외에 다른 존재를 의지하려는 마음이 없는지 스스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상상을 초월하는 갑질과 기행으로 매스컴을 뜨겁게 달군 한 벤처기업의 회장이 있다. 정기적으로 교회에 나갔던 것으로 알려진 그는 한 스님을 깊이 의지해 관상에 따라 회사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고 한다. 주변의 많은 크리스천들은 그를 같은 신앙인으로 보기를 주저했다. 내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예수를 믿는다면서 태몽 해석을 찾는 나와 그 사이에 조금은 유사한 점이 있지 않았나 절로 반성하게 된다.

웨스트민스트신학대학원대학교의 김선일 교수(전도학)는 “크리스천들 사이에서도 동양적인 정서 속에 흐르는 미신적인 요소가 농담이나 대화 소재로 쓰일 때가 종종 있다. 문화적인 측면이나 전도대상자와 대화 소재 차원에서 생각하면 무작정 정죄할 일만은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보다 성숙한 신앙을 위해서는 이런 일들이 지나치게 반복되지 않도록 단호하게 끊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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