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체험한 비행청소년…기다리면 반드시 돌아옵니다”

학교 밖 청소년 돌보는 ‘한빛청소년대안센터’ 최연수 목사 김수연 기자l승인2018.11.19 15:37:48l수정2018.11.20 00:42l14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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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째 지역사회와 연계한 사역…대안학교·그룹홈 등 다양
약 2천명의 제자들, 반듯한 ‘사회인’으로 성장…청소년 맞춤목회 결실

▲ 한빛청소년대안센터 최연수 목사.

매년 5~6만 명의 청소년들이 학교 밖으로 나온다. 학업 부적응·가정파탄·비행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소위 ‘싹수없는 놈’으로 낙인찍힌 이들을 향한 시선은 대개 부정적으로 모아진다. 훌륭한 사람 되긴 글렀다며 대놓고 혀를 차거나 손가락질을 해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런데 머리를 형형색색으로 물들인 거리의 아이들만 보면 가슴이 뛴다는 학교 밖 교사가 있다. 마을이 곧 교회라는 신념으로 한 지역에서만 무려 26년째 비행청소년들을 보듬어온 ‘한빛청소년대안센터’ 센터장 최연수 목사다. 재기할 방법을 몰라 방황하는 아이들을 품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돌아온다고 말하는 그를 만나 청소년 사역에 대한 사명과 비전을 들어봤다.

학교 밖서 발견한 하나님의 가능성
최 목사가 처음 이 길에 들어선 때는 1993년이었다. 전직 지방교사였던 그는 결혼하면서 서울로 올라와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성적 올리기에 혈안이 된 학부모들의 모습에 회의를 느꼈고 거여·마천동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수학을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들의 얼굴을 다 익혀갈 즈음 한 학생이 몇 일째 보이지 않았다. 걱정이 돼 직접 찾아간 학생 집에서 최 목사는 충격적인 현장을 맞닥뜨렸다.

“중·고등학생 8명이 본드와 가스 등 환각물질에 취해 눈이 풀린 채 바닥에 뒤엉켜 있더군요. 싱크대에는 먹다 남은 라면 냄비와 그릇이 가득 쌓여있었죠. 어머니는 이혼 후 집을 나갔고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아버지는 집을 비울 때가 많아 동네 형들이 그 집을 아지트로 삼았던 겁니다. 더 심각한 건 이런 아지트가 주변에 널렸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래도 명색이 강남인데 허물어지기 일보직전의 방안에 술병이 뒹구는 판자촌 아이들의 모습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이 아이들이 내가 찾아야 할 ‘잃어버린 양’이라고 생각했죠.”

이후 최 목사는 생업이던 학원을 그만두고 학교 밖 청소년 사역에 매진했다. 매주 김밥과 토스트 등 먹을 것을 사들고 아이들이 모이는 집을 방문했다. 그리고 빈곤의 악순환, 가정폭력 등 학교를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던 갖가지 사연에 귀를 기울였다. 자연스레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는 길거리를 배회하며 각종 범죄에 노출되는 악순환을 목격했다. 학교를 그만두면 고통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도리어 더 큰 장벽을 만나 신음하는 아이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최 목사는 마침내 1998년 ‘한빛길거리상담소’를 세웠다.

그러나 최 목사는 이내 절망했다. 상담소에서 만난 학생 30명을 복학시켰으나 24명이 다시 뛰쳐나왔기 때문이다. 그제야 아차 싶었다. 아이들을 무작정 학교로 돌려보내는 게 능사는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왕따를 피해 은둔하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공동체가 돼주고 검정고시를 지원하는 ‘사랑의 학교’는 그렇게 생겨났다.

“학교 밖 청소년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됩니다. 더 좋은 교육을 받고자 자발적으로 유학·홈스쿨링을 선택한 경우, 교칙을 위반해 퇴학처분을 받은 경우, 집단 괴롭힘의 피해자인 경우인데요. 그 중 가장 관심을 가져야할 대상은 세 번째입니다. 이들 내면에 쌓인 우울과 분노가 제대로 치유되지 않으면 극단적인 사회공격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들이 세상에 나와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도록 도와야 합니다.”

공교육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서울시교육청의 위탁을 받아 ‘세움학교’란 대안학교를 운영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오전에는 기본교과를 배정하고 오후에는 요리·바리스타 등 각종 체험활동을 마련해 학생들이 인문계 고교의 졸업장을 받으면서도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존재로 나름의 재능과 꿈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현대사회는 공부 좀 못하면 인생 망한다고 말하죠. 하나님께서 삶을 어떻게 이끌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저 역시 사춘기 시절 문제아였는걸요.”

교회는 곧 마을이자 인생학교
한편 최 목사는 일련의 사역들을 총괄하는 한빛대안청소년센터를 ‘마을사업’으로 확대시켜 나갔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학교 밖 청소년들과 접촉점을 찾고 지속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그 일환으로 공원을 비롯해 동네에서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캠핑카를 몰고 가 보드게임·영화상영 등을 펼쳤다. 가요제와 댄스경연대회를 통해 마음껏 끼를 발산하는 한빛청소년마을축제는 이제 어엿한 송파구의 대표 청소년축제로 거듭났다.

이 밖에도 집 없는 아이들이 머무를 수 있는 ‘그룹홈’과 아르바이트를 통해 자립의 토대를 구축하는 ‘휴 카페’를 통해 최 목사는 음지에 있던 청소년들을 양지로 끌어냈다. 손님을 맞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점차 자존감과 활력을 되찾았다. “교회는 곧 마을이고 마을은 곧 인생을 배우는 학교입니다. 10년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10년은 콩나물시루에 물주기를 했더니 어느덧 주민들도 인정해주더라고요. 교회는 잘 꾸며놓고 청소년들이 스스로 찾아오길 바라서는 안 됩니다. 눈높이를 맞춰 지역 내 위기 청소년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최 목사의 헌신 덕분에 지금까지 거쳐 간 약 2천명의 아이들은 반듯한 사회인으로 성장했다. 한빛청소년대안센터의 고문변호사가 돼 최 목사를 돕고 싶다던 아이는 법대에 진학했고 동대문에 옷가게를 낸 제자는 철이 바뀔 때마다 옷을 기부한다. 어디 그뿐이랴. 신학생부터 경찰, 대기업사원, 자동차정비공, 뮤지컬배우까지 제각기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최 목사는 힘든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이 좋은 부모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결혼 주례도 선다. 아이들에게는 최 목사가 친구이자 아빠이고 더할 나위 없는 인생의 멘토다.

“방황하는 아이들도 2~3년만 집중적으로 잘 돌봐주면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습니다. 출발선이 다르다고 그 아이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미래를 규정짓는 건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에요. 이제 막 인생의 꽃을 피우는, 앞길이 창창한 젊은 친구들은 언제라도 역전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뿌리를 내리고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 그게 바로 어른들의 몫이죠.”

하나님의 때에 열매 맺는 아이들
물론 이처럼 숱한 결실을 거두기까지는 최 목사의 눈물어린 헌신이 깃들어있다.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야 무던히 털어놓는 간증이지, 한때는 과로와 스트레스로 안면마비를 심하게 앓기도 했다. 재정부터 인력까지 어느 것 하나 충분하지 않았던 탓에 밤잠을 설친 날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최 목사가 매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은 기막힌 타이밍에 십시일반 후원의 손길을 보내 피할 길을 열어주신 하나님의 은혜 덕분이었다.

그러나 한국교회 안 청소년 사역에 대한 부족한 인식은 아직도 최 목사의 가슴팍에 비수처럼 날아와 꽂힌다. “청소년 선교가 뒷전으로 밀려난 현실이 아쉬워요. 이들을 주체로 존중하지 않고 기성세대의 생각을 주입시키려는 풍토도 그릇됐고요. 더군다나 비행청소년들은 교회 물마저 흐린다는 편견에 잘 포용하려 들지 않습니다. 노인·장애인 문제는 공공이슈로 여기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의 문제는 ‘개인 탓’으로 여기고 꼭 도와줄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을 보이죠. 그러다보니 타 교회들과 작은 연합사역을 꾸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음세대 목회 정말 위험해요. 청소년 전문사역자는 물론 다변화된 맞춤형 목회가 절실합니다.”

이 같은 연유로 최 목사는 학교 밖 청소년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한빛청소년 세움교회’도 열었다. 교회를 낯설게만 느끼던 아이들은 매주 함께 예배드리고 교제하면서 하나님과 친밀함을 쌓고 기도제목을 나눈다. 이때 믿음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진정한 복음은 삶으로 전해진다는 목회철학에서다. 그렇게 자라난 아이들은 훗날 반드시 하나님 품으로 돌아오리라 확신한다.

“그들이 진정 무엇에 목말라하는지 살피는 무조건적 사랑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의지할 데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위로해주는 것도 제 나름의 복음이죠. 조금 천천히 갈지라도 신앙을 자연스레 체험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대신 아이들이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가도록 한빛의 모든 교사들은 철저히 영적으로 무장된 크리스천들입니다. 우리는 씨앗을 뿌릴 뿐 기쁨으로 그 단을 거두시는 하나님이시니, 우리가 원하는 때가 아닐지라도 하나님의 때에 아름다운 열매를 맺으리라 믿습니다.”

김수연 기자  ksy@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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