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을 벌기 위해 잃는 건강
상태바
천원을 벌기 위해 잃는 건강
  • 승인 2004.04.0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요즘엔 열 받아 못살겠다”고 불평하는 말을 들었다. “집에 들어가도 스트레스, 직장에 가도 스트레스. 그렇다고 사회에 나오면 어떤가. 스트레스 투성이다. 차라리 집에서는 10% 스트레스인데 직장에서는 30%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데 신문, TV를 볼라치면 국회가 소란피우는 통에 90% 스트레스 받고, 대통령 탄핵 소식에 100% 스트레스를 받게 되다니. 이 세상이 온통 스트레스 지옥이다. 도대체 국민건강이 무슨 꼴이람!”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트레스로 해치는 국민건강이 불화의 씨가 되고 있음을 생각했다.

요즘엔 집에 있으면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가 빗발친다. 나이부터 시작해서 좋아하는 당까지 묻는다. 벌써 네 차례나 조사당했다. 아예 대답은 ‘레파토리’가 됐다. 그것마저도 또 다른 스트레스를 급상승시키고 있다.

사업을 하시는 한 분이 요즈음 심경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절친한 친구를 만나 동업을 시작했다. 신앙심도 있는 것 같아서 가게 일을 맡겨놓고 새벽 장을 보아다가 물건을 배달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친구가 돈 보따리를 챙겨 온다간다 말도 없이 사라졌다. 사업은 부도가 났고 결국 사기를 당해서 길에 나서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속이 상하다고 죽을 수도 없고, 친구를 죽일 수도 없고 해서 화를 달래기 위해 피우지 못하는 담배를 펴오고 마시지 못하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점점 몸은 병들어 갔고, 일거리를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려 봤지만 사십이 넘으니 갈 곳이 없었다. 그러니 “일자리 하나 구해주십시오” 하는 것이었다.

그분의 딱한 말을 들으면서 돈버는 것에 모든 것을 귀착시키고 정신 건강에는 신경 쓰지 못하는 고달픈 삶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 보았다.

돈을 벌어야 산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목적의식과 비전을 갖고 돈을 벌려고 하는 것과 무턱대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은 정신상태에 차이가 있다. 뚜렷한 목적과 꿈을 갖고 돈을 벌려는 사람은 고통과 실패하는 역경이 있어도 다시 일어서서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돈만을 벌려고 한다면 실패와 고통의 쓴맛이 갑자기 몰아치게 되면 대응할 수 있는 힘을 잃어버리게 되어 결국은 절망에 빠지고 말 것이다.

한번은 어느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사관님, 저는 장사를 하면서 천원을 벌기 위해서 십만원의 건강을 잃고 있어요. 그렇다고 요즘 세상에 십만원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천원을 버는 것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한번 망가진 건강을 어디서 되찾을 수가 있겠어요. 아픈 것은 내 몸, 아무리 화를 내고 짜증을 내도 결국 아픈 것은 나뿐이라고 생각하면 밤잠이 오질 않아요.”

돈을 벌기 위해서 희생하는 그 분의 삶 속에서 과연 그 돈이 생명연장의 수단인가를 생각했다. 누가 우리의 생명을 돈과 바꿀 수 있다는 말인가? 생명을 팔아서 돈을 벌려는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원을 벌기 위해 생명 단축을 불사하고 일에 얽매여 있다면 그 사람은 생명보다 돈이 더 위대한 힘이 아니겠는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생명은 한번 내 속에서 떠나면 다시는 돌아 올 수 없는, 귀환도 재생도 불가능한 최대의 재산이라는 것이다. 생명보다 귀하고 아름다운 보화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기에 성서는 생명을 가리켜 ‘온 천하보다 귀한 목숨’(마 16:26)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영혼의 쉼만이 내 생명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일주에 한번 ‘주일’을 맞는 영혼이 얼마나 값진 생명을 얻게 되는 기회인지 모른다. 영혼의 쉼을 만끽할 때 생명은 건강을 되찾게 되리라.

김준철사관/구세군사관학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