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기관 ‘통합’ 실패는 권력다툼·신뢰결여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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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기관 ‘통합’ 실패는 권력다툼·신뢰결여 때문”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11.1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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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협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 무엇이 문제인가' 주제로 월례회

최근 교계 보수연합기관들의 통합 추진이 무산된 가운데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이정익 목사)는 16일 서울 성락성결교회에서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월례회를 갖고 이들 기관의 ‘하나 됨’ 가능성 및 방안을 모색했다.

한복협 교회갱신위원장 지형은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 대표회장 이동석 목사,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공동회장 전계헌·전명구 목사가 참석해 해당기관의 입장을 밝혔다. 패널로는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이성구 목사, CBS 변상욱 대기자,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대표가 나섰다. 

우선 엄기호 목사는 “한기총은 그동안 동성애·차별금지법 등 성경을 따라 대정부·대사회에 기준과 방향을 제시해왔다”며 “또한 통일을 대비해 이념적·정치적으로 갈라져 대립하는 간극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메워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연합단체들과의 통합에 대해 한기총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으나 한기연은 한기총에서 떨어져 나간 후 이단 문제만 해결되면 돌아온다고 하고는 여러 차례 사인만 해 왔을 뿐, 오히려 한교총과 연합하려 했다”고 토로했다.

이동석 목사는 “올해만 통합 합의서에 세 번을 사인했지만 여전히 하나 됨을 보여주지 못하고 ‘양치기 소년’이란 비난까지 받게 된 데 대해 죄송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지난해 한기총과 네 가지 통합원칙에 합의했지만, 한기총 대표회장이 법원에서 직무정지 처분을 받아 통합 작업을 진행하지 못했다”면서 “한교총과 먼저 통합을 추진하려 했으나 이 역시 정관의 문제로 결렬됐다. 그러나 통합정신만큼은 이어받아 명칭을 ‘한기연’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합이 힘든 이유는 신뢰의 결여다. 교회는 힘 있다고 잘 되는 게 아니다. 큰 교단일수록 작은 교회들을 위해 더불어 사역하는 것이 주님이 기뻐하시는 진정한 통합”이라며 “연합기관의 통합 문제는 12월 새롭게 구성될 임원진 손에 넘어가게 됐지만 희망의 끈을 잡는다”고 전했다.

전계헌 목사는 한기총의 권력다툼, 금권선거, 이단문제 등을 제기하며 “오늘날 한국교회의 연합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는 다 알고 있다”며 “부패와 타락으로 교회 본연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교총과 한기연은 10월 28일 통합 합의를 했지만 다음날 한기연이 새롭게 20가지를 제안해 난항을 겪었다”며 “교회가 연합하는 것은 하나님의 요청이고 성경에 나온 명령인데 우리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하나님에 대한 순종과 성육신적 희생이 없으면 연합은 어렵다”며 “개인의 명예나 욕망은 십자가에 못 박고 입으로만 외치는 구호가 아니라 머리와 가슴을 맞대고 기도하는 자리를 만들어서라도 연합을 속히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전명구 목사는 연합기관이 통합을 못하는 이유는 신학적인 문제보다는 ‘누가 대표회장이 되느냐’라는 조직운영 차원의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표회장을 윤번제로 하고 있는 한교총 사례를 언급하며 “교회가 하나 되지 못한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사람을 위한 단체가 아닌, 성도를 위한 그리고 한국교회를 위한 단체가 돼 비기독교인들도 박수 치는 연합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정답은 ‘복음’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는 앞선 의견들에 대해 날선 반론과 방안이 제기됐다. 연합은 △공교회 △지역 △사회 △세대별 중심이어야 한다고 주장한 이성구 목사는 대표회장직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화를 부른다며 △한국교회에 원로목사회를 만들고 △대표회장을 총회의장 정도로 바꾸고 △대형 교단들의 힘을 뺄 것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변상욱 대기자는 연합기관들의 통합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연합도 잘 안 되는 마당에 일치를 말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무엇보다 교단마다 성향이 다 다른데 일치된 지휘권이 나올 수 있겠느냐”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비정치적인 거버넌스(governance)가 필요하다. 태안 기름유출사태 당시 자원봉사를 갔던 것처럼 비정치적 이슈에 한해서만이라도 한국교회가 연합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교단마다 많은 분과위원회가 있지만 실제 결과물로 나오는 것은 많지 않다”며 통합 논의 이전에 한국교회 싱크탱크를 만들어 위기상황에서의 한국교회 대처법 등을 객관적으로 연구하고 발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희송 대표는 “연합기관이 정말 한국교계를 대표할 수 있는가는 생각해볼 문제”라며 “성도들 입장에서는 연합기구나 있으나 없으나 신앙생활에 별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이 같은 괴리에 대한 평가와 반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늘날 가나안 성도가 100~200만에 이르는데 연합기관은 신뢰와 책임을 잃고 작은 이익을 추구하려 한다”며 “연합기관의 대표성은 성도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따라서 그 존재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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