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 교회’도 ‘선교적 교회’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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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 교회’도 ‘선교적 교회’가 될 수 있습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10.3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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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적 교회 관점에서 본 카자흐스탄 침례교회

도움의 대상으로 인식되던 선교지 교회…한계 넘어 선교적 교회로

인격적 신뢰 관계 형성이 중요…“선교적 교회 가능하다는 꿈 꾸길”

교회나 선교단체 활동에 열심이었던 크리스천이라면 단기선교 한 번쯤은 다녀온 기억이 있을 것이다. 우리 기억 속에 남아있는 선교지 교회의 모습은 언제나 도움이 필요한 곳이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그곳은 한국교회의 고정 기도제목 중 하나였다. 최근 한국교회에서 주목 받았던 ‘선교적 교회’ 담론도 선교지 교회에겐 말 그대로 다른 나라 얘기로만 느껴졌다.

그런데 이제 새로운 가능성이 발견되고 있다. 도움을 받기만 할 것 같았던 선교지 교회가 이제는 선교적 교회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는 소식이다. 낭보는 의외로 이슬람 국가인 카자흐스탄에서 들려왔다. 카자흐스탄 선교사로 27년간 사역했던 주민호 박사(침례해외선교회)는 지난 12일 한국선교연구원 포럼에서 ‘선교적 교회 관점에서 본 카자흐스탄 침례교회’를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주 선교사는 “선교지 개척 교회도 선교적 교회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시작한 연구였는데 카자흐스탄 침례교회는 이미 선교적 교회로 세워지고 있음이 나타났다”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긍정적이고 은혜로운 결과가 나와서 감격스럽다”고 전했다.

▲ 카자흐스탄 선교사 주민호 박사는 krim포럼에서 선교적 교회의 가능성에 대해 역설했다.

핍박하는 이들을 축복하는 카자흐스탄 교회

이번 연구는 1991년부터 시작된 카자흐스탄 침례교회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당시 사역을 시작할 때만 해도 카자흐스탄엔 단 한 곳의 침례교회도, 단 한 명의 성도도 없었지만 지금은 약 50여 교회에 5천여 명의 성도들로 부흥했다.

카자흐스탄 교회가 선교적 교회인지를 판별하려면 우선 선교적 교회의 기준이 무엇인지부터 정의돼야 한다. 주 박사는 선교적 교회의 기준으로 △세상에서 부름받은 교회 △예수 안에 거하는 교회 △세상으로 보냄받은 교회 △하나님의 임재가 경험되는 교회 △열정적인 중보기도가 있는 교회 △하나됨을 경험하는 교회 △담대한 증거가 나타나는 교회 △희생적인 꿈을 꾸는 교회 △이웃·지역사회와 함께 사는 교회 △사랑하는 교회 △섬기는 교회 △예수의 재림을 기다리는 교회 등 12개를 꼽고 이를 묻는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설문지는 앞서 제안된 12개의 카자흐스탄 선교적 교회 지표를 측정할 수 있는 5점 척도 방식의 문항들로 작성됐으며 카자흐어, 러시아어, 한국어 등 3개 국어로 실시됐다. 데이터 분석과 결론 도출에는 통계 분석 프로그램 SPSS가 활용됐다.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5점 만점인 12개 지표들의 평균은 4.19점으로 카자흐스탄 교회가 선교적 교회로 세워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세상에서 부름받은 교회(4.53점) △하나됨을 경험하는 교회(4.47점) △사랑하는 교회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보였다.

주 박사는 “카자흐스탄 침례교회와 성도들은 ‘우리가 세상 가운데 살다가 예수님의 부르심으로 인해 신분이 변화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또 예배 가운데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면서 하나님을 더욱 알아가기를 갈망하고 있었고 삶 속에서 이웃에 대한 사랑을 나타내고 있었다”면서 “특히 불신자 이웃들에게 핍박을 받으면서도 그들을 섬겨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며 기도하고 있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복음으로 인한 자신의 내적 변화를 확인하고 다른 사람들도 구원받았으면 하는 소망이 강하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선교적 교회임이 확인됐다.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소망은 마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변화된 삶의 태도로 나타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나님의 선교’ 분명하게 인식

설문조사 결과는 고무적이지만 설문만을 가지고 카자흐스탄 교회를 선교적 교회로 단정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설령 삶에서 전도를 전혀 하지 않더라도 설문조사 응답에서 전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설문조사 결과와 이들의 실제 삶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는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주민호 박사는 카자흐스탄 크리스천들을 1:1로 만나며 심층 인터뷰에 나섰다.

인터뷰 결과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지인 목회자 4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심층 인터뷰에서 가장 자주 사용된 표현은 ‘우리’ ‘교회가’ ‘함께’ 등 공동체를 나타내는 표현이었다. 더불어 ‘선교는 하나님이 행하시는 것’임을 인식하는 내용과 표현 역시 분명하게 드러났다.

주 박사는 “양적조사와 질적조사를 마친 결과 몇 가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첫째는 카자흐스탄 교회 사역은 인격적 신뢰 관계가 형성됐기에 가능했다는 것, 둘째는 사역의 중심에 공동체가 위치한다는 것, 셋째는 일회성 전도를 하기보다 관계전도를 일상적으로 행하면서 이웃 사이에 다리를 놓는 삶을 살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정리하면서 “이를 통해 카자흐스탄 침례교회는 선교지 교회이면서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는 선교적 교회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인격적 신뢰 관계를 형성하라

이번 연구는 선교지 교회가 선교적 교회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하는 소기의 목적 외에도 다양한 시사점을 다른 선교지에 던진다. 먼저는 카자흐스탄 교회가 어떻게 선교적 교회가 될 수 있었는가의 문제다. 연구자인 주민호 박사는 그 열쇠가 ‘인격적 신뢰 관계의 형성’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선교적 교회는 인격적 신뢰 관계가 형성됐을 때 비로소 태동된다. 팀 사역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면서 “드러나고 보여지는 사역 자체 보다는 성도들이 직접 선교적 공동체를 경험할 때 선교적 교회가 세워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교적 교회는 숫자보다 영혼구원, 제자화에 교회의 존재 목적을 두고 인내심을 가질 때 세워진다. 교회 안에 성경적인 재정관에 근거한 삶을 직접 보여주며 가르칠 수 있는 사람도 준비돼야 한다”고 선교적 교회가 되기 위한 요건들을 조언했다.

다른 선교지 교회가 자신들이 선교적 교회인지 점검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이번 연구는 의의를 갖는다. 주 박사는 “이번에 사용된 조사 방법론과 분석 체계들은 다른 선교지 교회에서도 충분히 사용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 “타문화권 선교사들도 선교지에서 선교적 교회 개척이 가능함을 인식하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행하심을 믿고 꿈꾸면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다른 선교사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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