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 서원에 관하여
30조는 “너무나 어리석게 약속하는” 순결 서원에 대해 말한다. 성적 순결은 인간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게 달린 것이다. 하나님이 그렇게 만들지 않은 사람이 순결 서원을 하는 것은 어리석고 바보 같은 짓이다. 순결 서원은 맹세할 수 없는 것을 맹세하는 무모한 짓이다. 순결 서약을 받는 수도원장은 나쁜 죄를 짓는데, 최소한 자신들의 경험을 통해서 그러한 서약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한 자들이야말로 뻔히 알면서도 경고보다는 “마치 양심이 죽은 마부들”처럼 잘못된 길로 이끄는 자들이다. 그들이 “자신은 과거에 고통스런 갈등이나 유혹이 전혀 없었던 것처럼, 거짓말이나 위선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렇다고 츠빙글리는 성적 욕망으로부터 자유롭게 된 사람들이 결코 없지 않다고 말하는데, 그것 역시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한다.
“가장 위선적인 사람들만이 결혼의 귀중함과 그것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 반대하여 개처럼 크게 짖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잘 배운 사람은 모든 위선적인 행동을 내려놓게 됩니다.”(츠빙글리, 『저작 선집 2』, 331)
특히 츠빙글리는 하나님께 하는 약속인 서원은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과 영원히 화해할 수 있는 유일한 희생 제물로 바쳐진 이후 “완전히 폐기”되었다고 본다. 서원은 “오직 희생 제물과 관계 된 것”으로, 수도원 서원은 성경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츠빙글리는 수도원의 세 가지 서원인 순명, 순결, 가난을 “위선과 우상숭배”로, 수도복과 그들이 지니는 여러 형상들을 “오물”이라 정죄한다. 순명은 “오직 하나님에게 순종하라”는 말로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수도원에서 강요하는 순명은 인간적인 순종으로 “하나의 위선이고 새빨간 거짓이고 동시에 하나님의 계명을 어긴 것”이다.
츠빙글리는 가난으로 하나님을 칭송하는 가난 서원을 우상숭배로 정죄한다. 알고 보면 재물이 그들에게 하나님이기 때문이다. 인간으로부터 나온 업적이나 행위를 선한 것이라 말할 수 없다. 단지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은 선하다. 순결 서원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을 인간의 의지로 지키지 않은 행위로 역시 우상숭배이다. 츠빙글리에게 서원은 하나님의 은혜를 망각한 채 제시되는 공로사상으로 구원에 대하여 알지 못하는 무지로부터 나온다. 한 마디로 불신앙에서 서원이 나오고, 서원을 통해 구원에 이르러하기에 결국 서원은 그리스도를 대적하는 죄다. 믿음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하나, 서원은 인간의 능력에 기대기에, 츠빙글리는 서원을 우상숭배라 부른다.
“우리는 하나님이 명령한 것을 해야 합니다. 그것은 그분이 그렇게 말씀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맹세하거나 약속할 때, 보다 좋은 것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면, 하나님 계명보다 우리 자신을 더 믿는 것이고, 하나님 말씀보다 우리 자신의 말을 더 믿는 것이고, 전능한 하나님의 능력보다 우리 자신의 능력을 더 믿는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다름 아닌 우상 숭배입니다.… 우리는 십자가를 지고 오직 예수만을 좇는 것입니다. 따라서 서원하는 행위는 하나님 앞에서 뻔뻔하게 교만 떠는 행동이고, 하나님을 조롱하고 무시하는 행동입니다.”(츠빙글리, 『저작 선집 2』, 334-335)
츠빙글리 팩트 종교개혁사 ⑲
저작권자 © 아이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