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를 마실 줄 아나요?

차성진 목사 / 임마누엘 덕정교회, 신학생 글쓰기 강사 차성진 목사l승인2018.10.09 00:00:28l수정2018.10.10 10:44l14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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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성진 목사.

저는 커피를 마시지 못합니다. 커피를 마시면 이상하게 카페인에 대한 역반응이 일어나서 무기력증에 빠집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다리에 힘조차 줄 수 없을 정도로요. 이런 신체적 반응 때문도 있지만, 사실 저에게 커피는 ‘쓴 물’일 뿐입니다. 아무리 먹으려해도 그 쓴맛이 도통 입에 붙지 않더군요. 그런 저에게 ‘에스프레소’의 경험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작은 크기의 잔에도 놀랐지만, 혀를 말려 버리는 듯한 그 쓴맛은 가히 충격이었습니다.

‘아니, 커피 마시는 사람들은 이게 맛있다고 느낀단 말야?!’

그런데, 알고 봤더니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중에서도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더군요. 원액이 너무 쓰다 보니 보통은 물을 섞기도, 시럽, 휘핑크림, 우유를 섞기도 한답니다. 그 결과물들이 제가 흔히 들어본 대중적인 커피 메뉴들이란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한글날을 맞이해 목회자에게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꽤나 멀어 보이는 이야기로 글을 시작했네요. 사실 저 이야기 속에 목회자가 글쓰기를 연습해야 하는 이유를 나름 담아 보았습니다.

몇몇 설교자들이 성경 본문에서 원액 같은 메시지를 채취한 다음에, 이따금씩 그 원액을 설교 시간에 그대로 공급하시는 경우를 가끔 볼 때가 있습니다. 당연히 성도들은 그 쓴 맛에 버거워 합니다. 어떤 경우는 장황하거나, 여러 이야기가 혼재되어 있거나, 지나치게 학술적일 때도 있으니까요. 이런 쓴맛에 성도들이 혀를 내두르고 투정하면 목사님들은 굉장히 마음이 서운합니다. 애써 힘들게 추출한 귀한 원액을 가져다 줬는데 그걸 몰라주니까요. 그런데 사실 아무리 좋은 신학적 결과물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달할 때 정제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그 내용을 쉽게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전달’에 대한 고민이 바로 ‘글쓰기’ 입니다.

본문을 석의한 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한 문장의 메시지를 도출하고, 그 한 문장을 더 명료하고 섬세하게 가다듬은 뒤 타당한 성경적 근거를 찾고, 그 메시지 앞에는 당위성을 부여하고, 뒤에서는 결론과 적용점을 부여하고, 중간 중간 그 메시지를 잘 담아낸 내러티브를 넣고, 마지막으로 메시지와 무관하게 흘러간 부분은 없었나 가지치기를 하는 이 모든 과정이 글쓰기입니다. 당연히 이 과정에 시간을 쏟은 설교문과 그렇지 않은 설교문은 사람들의 목 넘김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제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 주기적으로 신학생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특강을 열곤 합니다. 수강하러 오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이미 설교자이다보니 각자 자신의 설교에 대해 성도들이 주는 부정적 피드백들을 토로합니다.

“들을 땐 좋은 데 듣고나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대요.”

대부분 글쓰기 과정의 소홀로 빚어진 문제들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바라기는 신학교에서, 신학 수업뿐만 아니라 글쓰기 또한 필수 과목으로 개설되면 좋겠습니다. 목회자의 역할이 단순히 복음에 감화되는 것뿐만 아니라 본인의 감화된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사람임을 기억한다면,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의 당위성에도 공감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봅니다.

차성진 목사  igoodnews@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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