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에, 참회록(懺悔錄)을!

강석찬 목사/예따람공동체 강석찬 목사l승인2018.10.02 15:57:40l14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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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1월 29일, 만 24살 1개월의 젊은이가 일본 유학을 떠나기 전, 불가피한 창씨개명을 신고하게 되었다. 이름을 개명해야하는 뼈아픈 욕됨을 슬픈 마음으로 아파하면서, 나라를 잃은 백성으로서의 부끄러움과 반성, 그리고 나라를 빼앗기게 된 잘못을 혼자 뒤집어쓰려는 마음이 된 듯, 닷새 전인 1월 24일에 “참회록(懺悔錄)”이란 시를 썼다.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 ” 젊은이는 시인 윤동주(1917~1945)이다.

“하늘 향해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 되자고 했던 시인, 또 시대를 초월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참 신앙인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준 그는, 일본을 향한 걸음이 고국으로 돌아올 수 없는 자신의 마지막 길이었음을 알았을까? 평자들은 시인의 ‘참회록’을 오직 부끄러움과 참회만 존재한 ‘역사적 자의식’의 시라고 평한다.

2000년 전에 요단강에 서른 살 된 젊은이가 세례를 받기 위해 나타났다. 세례요한은 그를 보자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요1:29)이라 불렀다. 이 젊은이가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외친 첫 소리는 “회개하라”(막 1:15)였다. 이 젊은이가 누구인지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다 안다. 신앙공동체의 첫 걸음, 믿음의 첫 발자국이 참회라는 말씀이다.

정말 하늘이 맑다. 언제 그렇게 무더웠던지, 태풍으로 홍수로 힘들었던 여름이 언제 있었느냐는 듯, 깨끗하다. 이 가을에, 무엇을 하고 싶을까? 이 가을에, 무엇을 하여야 할까? 단풍구경을 떠올릴 수가 있을 것이다. 고궁을 거닐며, 황금색으로 익어가는 들녘을 찾아보며 한해의 열매를 살펴보고 싶을 것이다. 김현승 시인의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시처럼 기도의 영성을 깊게 가지는 것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시론자(時論者)는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고 권한다. 왜? 결실의 계절이라는 이 가을에, 한국교회가 지난 1년 동안 맺은 열매를 찾아본다면, 어떤 것을 맺었다고 볼까? ‘부끄러움의 열매’뿐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자. 우리 국민의 대표는 누구일까?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대표하기에, 대통령의 생각과 판단이 곧 대한민국 국민의 것이 된다.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이나 팀의 성적에 국민들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그들이 국민, 곧 자신을 대신하는 대표라 여기기 때문이다. 한 교회의 대표는 담임목사이다. 담임목사의 실족을 교인들은 자신들의 부끄러움으로 여긴다. 이것이 이 나라, 사회, 교회의 실제적 현상이다.

그런데 누가 한국교회의 대표라고 인증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대표적 교회라고 불리는 곳들에서 터져 나온 온갖 파열음은 세상의 귀를 아프게 했다. 한 교단의 총회장을 역임했다면, 교단의 대표였고, 교단에 소속된 신도들을 대표하는 목사라 할 수 있다. 이런 대표에게서 풍기는 구린내와 부패한 냄새로 교인들은 낯을 들지 못한 한 해였다. 물론 주님은 결코 대표 교회라, 목사라 하신 적은 없다. 자칭 대표가 된 그들이고, 그들의 행태가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되어 창피하기 끝이 없지만, 현실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복음이 소멸되고 있다. 십자가 아래에 세워진 교회인데, 놀랍게도 십자가는 사라지고 온통 기복, 성공, 출세, 물욕의 추하고 더러운 욕망들로 채워졌다. 이것이 오늘의 한국교회가 맺은 열매이다. 대표가 저지른 불행스런 열매는 곧 싫든 좋든 그들을 대표로 인정한 우리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목숨을 걸고 참회록을 쓴 시인처럼, 참회록을 쓸 때이다. 그래야 소망을 가질 수 있다. 이 가을에, 무릎을 꿇고 참회록을 쓰자.

강석찬 목사  igoodnews@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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