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를 넘어 쓰고 버리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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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를 넘어 쓰고 버리는 시대
  • 유미호 센터장
  • 승인 2018.09.1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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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호 센터장/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오늘 우리는 풍요로운 세상을 살고 있다. 풍요하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한 가지 이익이 있으면 한 가지 혹은 그 이상의 손해가 뒤따른다. 사실 세상이 풍요한 탓에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 쓰레기가 넘쳐나는 것은 누구랄 것도 없이 소비하면서 남겨놓은 흔적들이다.

한 세대 이전만 해도 흔적 없이 소비했는데, 이제는 흔적 없이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는 소비할 수가 없다. 그야말로 ‘쓰고 버리는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끝없이 올라오는 욕심을 과시하듯 이런 저런 물품을 사서 버리기를 즐긴다. 오죽하면 나무 이름 10가지를 몰라도 기업 로고 100가지 이상 아는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나올까. 때론 곧 다시 내다 버리고 말 물건인데도 사들인다. 시장에 가보면 쓰레기통을 사서 비닐봉지에 담아 집에 가져가는 이들이 종종 있다. 분명 쓰레기통을 꺼낸 후 쓰레기로 버릴 봉지인데 말이다.

그러다 보니 일회용 쓰레기 문제가 날로 심각해진다. 특히 1회용 플라스틱은 사용이 편리한 데다 배달 문화가 발달되어 매년 버려지는 양이 증가하고 있다. 물론 쓰레기는 1회용 플라스틱 제품만의 문제는 아니다. 플라스틱 1회용 컵이나 접시 등과 같이 사용 억제 및 무상제공이 금지되고 있는 것도 있지만, 빨대와 홀더, 종이 컵과 티슈, 이쑤시개와 같이 규제되고 있지 않는 1회용들도 많다. 게다가 물건의 수명과 상관없이 버려지는 것들까지 친다면 그냥 버려지는 것들이 너무 많다. 다회용으로 만들어진 제품들마저도 새것이거나 한두 번 사용된 채 집안 구석구석에 쌓여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물건이 너무 저렴하게 팔리고 있어 집집마다 상품들이 쌓여간다. 옷들도 일회용품 같이 쓰다가 버리는 세상이 되었다. ‘쓰고 버리는 대량소비, 대량생산의 사회’가 된 것이다. 이대로는 쓰레기 문제는 물론이고,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의 문제도 해결할 수 없는데 큰일이다.

얼마 전 발표된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지구는 2035년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을 것이란다. 2015년 말 전 세계가 합의했던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억제하겠다고 한 목표는 무산될 것이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할 것이란다. 에너지, 식량, 물, 물자 등 모든 것을 끊임없이 소비해서 버리려고 하는 소비중독증, ‘어플루엔자(Afluenza - 풍요를 뜻하는 ‘Affluent’와 감기 바이러스를 뜻하는 ‘Influenza’의 합성 신조어) 때문이다.

시급히 치료해야 한다. 조금 더 기다렸다가는 늦는다. 완전한 치료가 아니어도 된다. 조금 불편하고 고통스럽다 할지라도, 조금 욕심을 내려놓으면 모두가 골고루 풍성한 삶을 누리는 것에 다가설 수 있다.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물질에 대한 욕망이 너무 크다면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신 말씀을 기억하고 사랑으로 조금 덜어내자. 그저 쓰레기일 뿐 도무지 관심이 가지 않는 낡은 물건이 있다면,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관심을 두셨던” 주님을 기억하고 다시 관심을 주고 사용해보자. 그러다보면 자연치유력이 높아져 진정한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늘 필요하지 않은 것을 찾아 서서히 이별을 연습한다. 그러다보면 어느 날 꼭 필요한 것만으로 하나님 보시기에 ‘참 좋은’ 삶을 살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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