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쉼이 있는 교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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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쉼이 있는 교육을…
  • 김영식 대표
  • 승인 2018.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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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지난 8월 28일 경기도의회의 한 도의원이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경기도의 학원 영업 시간을 현행 밤 10시에서 11시 50분까지 연장하는 조례 개정안을 추진하다가 시민단체의 반발로 철회한 일이 일어났다. 이를 주도한 도의원은 전직 학원장 출신으로 전국학원강사총연합회 회장을 지냈던 인물로 밝혀져 경기도 학원업계의 이익을 위해 고등학생의 쉴 권리마저 뺏으려고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례 개정안이 철회되긴 했으나 경기도의회 전체 142석 중 135석을 점유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라 언제 다시 추진될지 우려스럽다.

서울과 경기도를 포함해 밤 10시를 학원심야영업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는 지역은 전국에서 5곳뿐이다. 12개 시도에서는 여전히 밤 11시, 12시까지 학원에 머물러야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주일에도 학원에 가야만 한다. 국회에서 학원휴일휴무제 법제화를 통해 모든 아이들이 동시에 하루를 쉴 수 있도록 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지만, 사교육계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되는 형편이다.  

대한민국 학생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학습과로로 시달리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건강과 정서, 관계성 뿐 아니라 창의성을 비롯한 학습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해악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밤 12시까지 학원을 다니면 집에 와서 잠드는 시간은 새벽 1시를 넘기기 일쑤다. 만성피로를 유발하고, 수면부족으로 인해 다음 날 학교 수업에도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는 2차적 문제를 유발할 것이다. 학습 효율에도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심야학원을 다니는 이유는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하고 있는데 나만 쉬면 안 된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무한경쟁에 한도를 그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사회구조적 불평등과 입시경쟁구조를 해소하여야 할 것이나 이는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고, 지금은 응급 처방이 필요한 것이다.

쉼은 하나님의 선물이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만드실 때에 낮에 일하고 밤에는 쉬게 하셨으며, 6일을 일하면 하루는 쉬게 하셨다. 시대가 바뀌어서 밤에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쉼을 통해 인간이 다시 에너지를 얻게 하고, 쉼을 통해 내 힘을 가지고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사는 것임을 깨닫도록 하신 하나님의 뜻은 변하지 않았다. 쉼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힘을 얻고 방향을 바로잡는 시간인 것이다. 이는 비록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람을 지으시고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리이다.    

지금 이 시간도 새벽부터 심야까지 월화수목금금금의 고단한 삶을 사는 아이들에게 쉼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어 줄 책임이 어른들에게 있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은 무한경쟁 사회 속에서 아이들을 하나님의 안식으로 초대할 책임을 부여받았다. 그러므로 정책결정의 권한을 갖고 있는 시도교육감과 시도의회 교육의원들이 아이들에게 쉼이 있는 교육을 선물하도록 사회적 압력을 만들고 감시하는 일은 어른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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