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 물건으로 예배를?

!생각해봅시다-공짜 좋아하는 한국교회 손동준 기자l승인2018.08.06 18:15:00l수정2018.08.08 07:28l14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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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준수로 지속적 창작활동 도와야

교회를 다니는 좀도둑이 있다고 치자. 그가 훔친 물건을 팔아 헌금을 낸다면 하나님은 그 물질을 받으실까.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훔친 물건으로 예배를 드리는 경우가 한국교회에 적지 않다면 믿어지는가.

바로 지적 재산권 이야기다. 대표적인 것이 성가대 악보다. 성가대 악보는 하나님의 은혜를 찬양하는 도구인 동시에 엄연한 저작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회가 ‘은혜’만 생각한 채 만든 이의 허락도 없이 무분별하게 복사하여 ‘공짜’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뿐 아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어느 대형교회에서는 인쇄업을 하는 장로가 해당 교회의 주보를 계속 만들어 왔다. 그런데 어느 날 장로와 당회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교회가 인쇄업자를 바꿨다. 문제는 그간 장로가 만들어온 주보의 포맷을 그대로 다른 업자에게 넘긴 것이다. 주보 역시 은혜를 담는 도구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저작물이기에 이 사례는 저작권법 위반 소지가 크다.

연세대 법학과 남형두 교수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교회 안의 지적 재산권을 설명하면서 자신이 겪은 황당한 상담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30명 남짓 모이는 어느 교회가 있었는데, 해당 교인들은 “자신들은 형제자매나 다름없이 지내기 때문에 소속 교인 한명이 산 저작물을 나눠쓴다 하더라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는 것. 현재 한국의 저작권법에서는 가정 또는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저작물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자신들도 거기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은혜’ 안에서야 우리는 형제요 자매지만, 법적인 기준에서까지 형제‧자매일 수는 없다. 이들이 진실로 서로를 형제요 자매라고 생각하기에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이라면 귀엽기라도 할 텐데, 그냥 공짜로 남의 저작권을 쓰겠다는 고약한 심보 같아서 괘씸한 생각이 든다. 남 교수 역시 황당하지만 이런 사례가 실제로 존재한다며 교회의 지적 재산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껏 교회는 많은 저작물을 공짜로 사용해 왔다. 한국교회의 공짜사랑은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교회 내 지적 재산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님에도 여전히 문제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모든 것을 은혜’로 ‘좋게’ 넘어가던 구습을 이제는 탈피할 때가 됐다.

‘비용’을 지불하는 것만큼이나 만든 이의 수고를 생각하는 자세가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 복음성가를 부를 때도 가사를 음미하는 한편 만든 이의 수고를 생각하고 그가 지속적인 창작활동을 해 나갈 수 있도록 교회 내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손동준 기자  djson@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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