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지에서 주일예배 드리면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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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에서 주일예배 드리면 안되나요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7.1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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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봅시다-휴가철 주일성수 문제

거룩한 '주일성수'까지 놓지는 말아야

어려서부터 신앙인의 기본자세처럼 여겨왔던 단어 ‘본 교회’와 ‘주일성수’가 합쳐지는 순간 많은 크리스천들의 여름휴가는 반쪽짜리로 전락하기가 십상이다.

주말을 끼고 여유롭게 다녀올 수 있는 일정이 주일을 기준으로 반으로 딱 잘려나갈 수밖에 없다. 휴가라고 해서 ‘주일’마저 쉬어버리겠다고 생각하는 신앙인은 많지 않다. 다만 주일을 ‘본 교회’에서만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 부담으로 작용할 뿐이다.

매주일 교회의 대소사에 중요한 실무를 맡고 있는 봉사자들에겐 특히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맡겨진 책무를 소홀히 하는 것 같은 죄책감, 그리고 ‘나 없이 교회가 안 돌아가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주일성수는 성도의 당연한 의무다. 이날은 일체의 육신적인 쾌락과 일상의 무거움을 내려놓고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거룩하게 보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동시에 주일은 ‘안식일’이기도 하다. 안식일을 뜻하는 히브리어 ‘샤바트(shabbath)’는 ‘멈추다’, ‘중단하다’는 뜻이다. 때로는 봉사하고 섬기는 것도 멈추는 것이 필요하다. 봉사자들의 마음 한 구석에 내가 마치 이 교회를 책임지고 이끌어간다는 ‘워커홀릭’같은 마음이 있다면 봉사가 아니라 ‘봉사 중독’이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휴가는 그 계기가 될 수 있다. 휴가 때만이라도 교회가 성도들에게 봉사를 내려놓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한다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봉사자뿐이랴. 부교역자들 역시 ‘진짜 휴가’라면 주일에 교역자가 아닌 평신도의 한명으로서 본교회 외의 다른 교회에 나갈 수 있다면 목회의 여정에 신선한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찾아보니 신기하게도 이렇게 하는 교회가 있다. 만나교회다. 만나교회 김병삼 목사는 휴가철 부목사들에게 반드시 ‘주일’을 포함해서 휴가를 가도록 한다. 그때 쉬지 언제 쉬냐는 것이다. 김 목사는 “많은 담임 목회자들이 자신은 정작 해외 선교지에 가면 현지 교회를 가면서 성도들한테는 자기교회에서만 주일예배를 드리라고 강요한다. 이처럼 너무 교회 중심적으로 사람들을 길들여왔던 것을 정직하게 돌아봐야 한다”면서 “우린 지금까지 교회에 충성하는 것이 하나님께 충성하는 것이라고 가르쳤지만 실상은 하나님께 충성하는 것이 교회에 충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도들이나 부교역자들만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휴가지에 위치한 교회들은 휴가철을 맞아 찾은 피서객들이 주일에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고 있다. 도시에 비해 재정적으로 힘든 고향교회들에게 휴가철은 또 하나의 ‘사역적 기회’일 수 있다. 다가오는 여름휴가, 올해는 ‘본 교회’라는 부담을 잠시 내려놓고 휴가지의 교회에서 주일 예배도 드리고 헌금도 하고 오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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