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사 선거 떨어지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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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사 선거 떨어지신 분?”
  • 이찬용 목사
  • 승인 2018.06.26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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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⑳

“목사니~ 임~~, 제발 성도들 좀 그만 놀리시구요, 그만 괴롭히세요~.”
“성도들이 얼마나 착하세요. 그런데도 에고 ~ 때만 되면, 기회다 싶으면 그렇게 놀리세요? 제발, 그만 좀 놀리세요.”

며칠 전 우리 성도들을 놀린 저를 타박하면서, 제 아내와 진명자 전도사님, 정순애 전도사님이 끙끙거리며 했던 공통된 말입니다. 

지난 금요일 기도모임 시간이었습니다. 권사 임직 후보가 될 여 집사님들의 특송 순서가 있었습니다. 96명 후보 가운데 60명이 참여했고요. 특송이 끝난 후 자리에 가서 앉는 여 집사님들을 가만히 보니까, 지난번 권사 투표할 때 떨어지신 분들이 여럿 제 눈에 보이는 것입니다. 

“권사 선거에서 떨어지신 분, 손들어 보세요!” 여기저기서 슬며시 손을 들었습니다. 
“아! 그렇게 들지 말고 손~ 번쩍 들어 보세요~!” 
권사 투표할 때 자기가 꼭 될 줄 알고 미장원에 가서 ‘예쁘게 머리 해 주세요. 며칠 후면 아주 중요한 일이 있거든요’ 했는데, 그만 떨어지신 분도 있습니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오랫동안 교회를 섬기던 분이 권사가 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저런 얼굴들이 제 눈에 보이는데,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도 시험 들지 않고 한결같이 자기 자리를 지키며 교회를 섬기는 모습들이 고맙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날 금요기도모임 설교는 111년 된 영주 성내교회(예장 통합)를 담임하고 계시는 최갑도 목사님이 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굉장히 놀라신 모양입니다. 

최 목사님은 강단에서 설교하시기 전에 한말씀 하셨습니다. 목사님은 “내일 모레 은퇴를 앞두고 있는 저는 45년간 목회를 해왔는데요, 권사 선거에서 떨어지신 분 손들어 보라 하는 목사나, 그렇다고 깔깔거리며 시험에 들지도 않고 멋쩍게 손을 드는 집사님들이 있는 교회는 처음 봤습니다. 참 좋은 공동체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한국교회에서 “권사 떨어지신 분 손들어 보세요” 하고 말할 수 있는 목사가 있는 교회, 그렇다고 그게 크게 시험거리도 아닌 듯 깔깔거리며 손을 들 수 있는 여 집사님들이 있는 교회가 얼마나 될까 가만히 생각해 봤습니다.

목회자와 성도가 긴장관계에 있는 교회들은 절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거고요, 이게 말꼬리 잡고 시험거리를 만들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거리’ 이기 때문입니다.

목사와 성도들이 그런 걸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공동체가 지금 우리 교회라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 참! 제가 전에 우리 성도들에게 몇 번 이야기했던 내용이 있습니다. 가만 기도하면 성도들 놀려줄 생각이 저는 그렇게 많이 날 수가 없다고요, 그래도 이 정도가 많이 참고 인내하며 목회하는 착한 목사가 저라고요. 긍께 무신 말이냐~ 이렇게 착한 목사와 함께 신앙생활 하려면 ‘권사 떨어지신 분 손들어 보세요~’ 해도 그걸 암시랑토 않게 넘겨버릴 수 있는 넓대대한 맴이 있는 게 우리 성만교회다 이 말이시~. 뭔 말인지 아시겠쥬? 속으로 함 따라해 보세요~. “차카게 살자~~, 차카게 살자~~.” … 착해진 것 같죠? 그럼 계속 이 상태로 우리 교회는 직진~~~쭈욱~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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