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예수를 전하는 아름다운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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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예수를 전하는 아름다운 청년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6.25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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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흥의 씨앗’ 꿈꾸는 ‘덜 불편한 예배’ 최정환·이혁재 씨
‘기타 두 대’ 단출한 구성이지만 전공자답게 수준급 실력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는 버스킹 예배를 드리는 청년들이 있다

▲ 버스킹에 앞서 동대문에 위치한 동신교회에서 연습과 말씀 나눔을 하고 있는 두 사람.

매주 목요일 저녁 8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한편에서는 행인들을 예배로 초청하는 작은 ‘버스킹 예배’가 드려진다. 음악을 전공한 두 청년이 드리는 한 시간 가량의 ‘버스킹 예배’는 어느새 마로니에 공원을 찾는 행인들에게 익숙한 풍경이 됐다.

백석예술대 교회실용음악과 16학번(졸업) 최정환 씨와 백석예술대 실용음악과 17학번 이혁재 씨로 구성된 ‘덜 불편한 예배’는 지난해 10월 첫 버스킹 이후 벌써 8개월째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말씀에 도전 받고 시작한 버스킹

‘덜 불편한 예배’ 버스킹을 처음 제안한 것은 정환 씨였다. 지난해 졸업을 앞두고 참석한 교내 기도회에서 들었던 말씀이 계기가 됐다.

“‘두 세 사람이 모인 곳에 내가 너희와 함께 있으리라’는 말씀이 주된 내용이었어요. ‘부흥의 물결이 일어났을 때 대세를 따르는 것은 쉽다. 큰 물결이기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선택이다. 하지만 부흥의 시작이 되는 것은 어렵다’는 말씀이었죠. 그러면서 ‘여러분이 부흥의 시작이 되는 것은 어떠냐’는 도전에 제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뜨거운 가슴을 품고 그렇게 한 달간을 기도한 정환 씨는 학교 채플팀에서 함께 섬겼던 동생 혁재 씨를 찾아가 “내가 부르심을 받았는데 너도 함께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렇게 다시 혁재 씨가 한 달을 기도한 뒤 “함께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고 팀이 결성됐다.

‘덜 불편한 예배’는 음악을 전공한 두 청년이 기타를 들고 거리에서 예배를 드리는 콘셉트로 진행된다. 정환 씨는 팀에 대해 설명할 때 ‘예배 팀’이라는 점을 빼놓지 않는다. 찬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긴 하지만 말씀과 복음을 선포하고 찬양 전과 후에 반드시 기도를 드리기 때문이다. 주기도문도 한다. 그는 자신들의 모습을 통해 행인들에게 ‘예배란 무엇인가’를 보여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 ‘덜 불편한 예배’는 매주 목요일 저녁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버스킹 예배’를 드린다.

듣기에도 덜 불편하도록

이름을 ‘덜 불편한 예배’로 한 것은 말 그대로 “덜 불편하게 들렸으면 좋겠다”는 희망에서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이들답게 수준급 연주 실력과 가창력을 뽐내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장비가 열악한 것도 문제였다. 기타 두 개와 작은 앰프 하나 외에 두 사람이 믿을 것은 연습과 철저한 준비, 그리고 하나님뿐이었다.

“처음 버스킹 예배를 드렸던 여의도를 생각하면 정말 서툴렀다는 기억뿐입니다. 주눅이 들다보니 멘트도 버벅거리고, 예배에 집중을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도 많은 분들이 첫 예배 때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당시 어설펐던 모습과 비교하면 지금은 능구렁이가 다 됐죠.”

초반의 서툴렀던 것은 사실 ‘연주 실력’ 때문이 아니라 ‘말씀’의 부족 탓이 컸다. 연주는 잘 해놓고도 막상 말씀을 전하려 하면 ‘막막’하게 느껴졌다. 15번째 버스킹을 마쳤을 즈음 평소 존경하는 목사님을 찾아가 자문을 구했다.

“목사님께서 말씀을 어떻게 준비할지, 어떤 것들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려주셨죠. 대표적으로 ‘이 눈에 아무 증거 아니 보여도’라는 곡에 맞는 멘트를 제시해 주셨어요. 찬양을 다 부르고 나서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여러분이 자신의 곁으로 돌아오길 기다리십니다’라고 전했더니 많은 분들이 호응과 함께 ‘감사하다’고 해주셨습니다. 멘트의 힘인지, 아니면 하나님께서 준비한 우리의 마음을 보셔서인지 모르지만 이때부터 점점 힘을 얻고 담대하게 복음을 전하게 됐습니다”

 

추위에도 취객 난동에도 ‘감사’

지난 8개월간 여의도와 홍대, 대학로 등지에서 버스킹 예배를 해오면서 난처했던 일도 많았다. 우선은 ‘추위’가 예배의 가장 큰 적이었다.

혁재 씨는 “겨울에는 겨울잠이 필요한데 우리는 그 겨울을 견뎌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그 추운 날씨 속에 누가 길에서 찬양을 듣겠느냐”며 “발도 시리고 손바닥도 너무 차갑고, 그야말로 핫팩이 없었으면 견디지 못할 상황 속에서 우리는 한 시간 동안 찬양을 했다”고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가능했을까 싶은 순간들이지만 다가와서 핫팩을 건네는 사람, 따뜻한 음료를 주고 가는 사람들 덕분에 춥지만 더욱 따뜻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다시 겨울이 와도 ‘덜 불편한 예배’의 두 남자는 묵묵히 버스킹을 이어갈 생각이다.

날씨만큼이나 두 사람을 난처하게 하는 또 하나는 바로 ‘사람’이다. 특히 초반기에는 자신들을 보며 불편해 하거나 피하는 모습에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이내 부끄러운 마음은 사라지고 이제는 다음주 예배만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버스킹 예배’를 사모하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열린 공간에서 진행되다 보니 취객이 와서 난동을 부리는 일도 종종 있다. 두 사람에게는 잊을 수 없는 취객이 한 명 있는데 다짜고짜 ‘실로암’을 불러달라고 조르던 휴가나온 군인이다.

“버스킹 예배가 막 끝나는 순간이었는데 지나가던 어느 군인이 시뻘건 얼굴을 하고는 ‘실로암’을 불러달라는 거예요. 자기가 너무 좋아하는 곡이라면서…당황스러웠지만 마지막 곡으로 실로암을 불렀습니다. 군대에서 장병이 교회를 가는 이유는 다양하죠. 모든 상황 속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한 곡이라도 기억하게 하시는 것에 오히려 감사하고 신기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 길거리에서 진행되는 복음에 행인들도 관심을 보이며 구경을 한다. 몇몇 사람들은 함께 예배에 참석하고 감사를 표하기도 한다.

예수가 필요 없다고 말하는 세대

혁재 씨는 아직 학업을 이어가고 있고 정환 씨는 올 초 대학을 졸업하고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함께 일하는 15명의 청년 가운데 예수를 믿는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동료들 가운데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그들을 보면 삶에 예수와 교회가 전혀 필요 없는 것처럼 보여요. 필요성도 못 느끼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에 대해 구상하기에 바쁘죠. 저희가 버스킹 예배를 하는 대학로의 젊은이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이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나님을 전할지 더욱 고민이 깊어집니다.”

이런 분위기가 교회 안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게 두 사람의 생각이다. ‘욜로(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태도)’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같은 단어가 유행하는 것도 “예수 그리스도가 주시는 참 평안을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기독교 문화가 세상과 구별되지 않고 사라져 가는 가운데 ‘버스킹 예배’를 통해 ‘부흥의 시작’이 되고 싶다고 두 사람은 말한다.

“저희들의 목표는 하늘의 찬양이 이 땅의 백성 가운데 충만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덜 불편한 예배’가 하나의 운동이 되면 좋겠어요. 저희 같은 청년들이 각 지역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일어나면 좋겠어요. 그리고 당당하게 하나님을 이야기하고 찬양하면 좋겠습니다. 저희의 명예가 올라가는 것이 결코 목표가 아닙니다. 저희는 흩날려 없어져도 좋으니 우리의 찬양이 부흥의 씨앗이 되어 퍼져 나가기를 소원합니다.”

음악 전공자답게 정환 씨는 음악치료사 겸 작곡가를, 혁재 씨는 가수를 꿈꾸고 있다. 특별히 CCM만을 고집할 생각은 없다. 다만 자신들의 불편한 예배가 더 이상 불편하지 않을 때까지 이 사역을 이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두 사람의 공연 실황은 유튜브 ‘덜 불편한 예배’ 페이지(https://www.youtube.com/channel/UCWFx0Me8P_HFH1OJmr4Ktfg)를 통해 누구나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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